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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4) 용기있는 자만이 얻는 행운/ 최인각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1. 8. 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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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734) 용기있는 자만이 얻는 행운/ 최인각 신부

연중 제17주일 (마태 13, 44-52) 밭의 보물과 좋은 진주의 비유
발행일 : 2011-07-24 [제2756호, 10면]

‘하늘나라는 얼마나 좋은 곳이며 멋진 곳일까? 또 그곳을 무엇에 비교할 수 있을까? 나는 하늘나라에 얼마만큼 관심을 두고 있는가? 정작 나는 하늘나라에 갈 수 있을까?’ 저는 저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종종 해 보곤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가 얼마나 값지고 좋은 것인지 알려주시며, 어떻게 그것을 발견하며 차지해야 하는지를 ‘밭에 숨겨진 보물과 좋은 진주 비유’를 통해 설명해 주십니다.

눈을 감고, ‘숨겨진 보물과 좋은 진주를 발견하여, 그것을 숨겨 두고 기뻐하며 돌아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 그것을 사는 장면’을 그려 보았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귀하고 값진 것이기에 자신이 가진 것을 다 팔아 그것을 샀을까? ….’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을 잡고 흐뭇해하며, 가진 것을 다 팔아 그것을 사려는 이의 모습을 생각해 보니, 생각만으로도 흐뭇합니다. 그러면서 그 사람이 바로 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욱이 하늘나라를 위하여 모든 것을 다 팔아 하늘나라를 차지하는 나와 우리 가족, 그리고 함께하는 모든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특별히 와 닿았던 점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첫째, 진주(하늘나라)의 가치를 알고, 서두름이나 다급함, 지나침 없이 그것을 찾아 나선 사람의 지덕(智德)입니다. 보물과 진주가 돼지에게는 정말 하찮은 것이지만, 그 가치를 아는 이에게는 정말 귀한 것임은 만천하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숨겨진 보물’, ‘좋은 진주’를 발견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항구히 그것을 찾아 얻으려는 모습이 선하게 그려지면서,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루카 11,9-10)이라는 주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둘째, 보물과 진주(하늘나라)를 발견하고, 그것을 사는 이의 의덕(義德)입니다. 그는 자기에게 가장 귀한 것을 결코 공짜로 바라지 않습니다. 그는 자기 것을 다 팔아 자기에게 가장 귀중한 것을 삽니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얻었음에도 이에 감사하는 겸손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셋째, 가진 것을 다 팔아 그것(하늘나라)을 사는 용덕(勇德)입니다. 자신이 가진 것을 다 팔아 보물이 숨겨진 밭, 좋은 진주를 살 수 있는 ‘용기’에 대해 묵상해 보았습니다. 아무리 가치 있는 큰 행운이 주어지더라도 이를 받아들일 용기가 없다면, 그 행운은 남의 것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용기 있는 자만이 행운을 차지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소탐대실(小貪大失)하는 소인배의 삶을 담대히 청산하고, 대장부로서의 삶을 항구하고 꿋꿋하게 살아가라는 가르침입니다.

넷째, 복음에 나타난 이들은 보물과 진주(하늘나라)를 살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로서, 절제의 덕(節德)이 가득한 사람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은 기가 막힌 행운의 순간을 위해 무던히 노력하며, 투자할 준비를 한 사람들입니다. ‘돌아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 그것을 샀다’는 표현을 통해, 자기가 얻고자 하는 목표를 정하고 땀을 흘리며 이를 준비한 사람임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자기가 누리고 싶은 것 모두를 내려놓고, 절제와 정결의 삶을 살아온 사람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오늘의 복음을 묵상하면서, 특별히 한국 천주교회의 신앙 선조들이 기억났습니다. 이분들은 천주신앙이 민족의 구원과 복음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임을 깨닫고 모든 것을 바치신 분들입니다. 그분들은 지덕, 의덕, 용덕, 절덕에 있어 남다른 삶을 사셨습니다. 평신도로서 겸손되이 민족의 지도자 역할을 하며, 천주교 신앙이 뿌리내릴 수 있는 초석을 놓으셨던 큰 분들이십니다. 이를 위해 자존심을 버리는 것은 물론, 자신의 목이 잘려나가는 것도, 민족의 구원과 복음화를 위해 배교의 누명을 쓰는 것도 기꺼이 받아들이셨습니다. 그분들은 하느님 나라와 인류 구원을 위해 세상 사람들로부터 하느님 모독죄로, 이스라엘 민족의 사회 혼란죄로, 신법과 율법을 어긴 죄로 누명을 쓰셨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를 우리에게 선물로 주시기 위해 자신의 전부를 내어 놓으신 것을 잘 알고 있던 한국교회의 신앙 선조들은 자신을 팔아 민족에게 구원의 신앙을 선물로 전해주셨습니다. 참으로 감사할 일입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나의 모든 것을 다 팔아, 신앙 선조들과 같이 보물로 후손들에게 전해줄 것을 생각하며, 지덕과 의덕과 용덕 및 절덕을 갖추며 기쁘게 살아갑시다. 이것이 이번 한 주간 우리에게 주신 부르심이라 여기며, 기도 안에서 여러분과 만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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