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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6)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최인각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1. 8. 3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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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736)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최인각 신부

연중 제20주일 (마태 15, 21-28) 어머니의 크신 사랑과 믿음
발행일 : 2011-08-14 [제2758호, 10면]

 


요즘 “신부님, 기도해 주세요”라는 부탁을 많이 받습니다. 대부분 가족들을 위한 것들입니다. 어제는 부탁받은 기도들을 생각하며 정성껏 미사를 드렸습니다. 그러던 중에 이러한 모든 것을 아시는 주님께서 흐뭇하게 웃고 계신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이교도 지방에 갔을 때, 어떤 가나안 부인이 예수님께 다가와 “다윗의 자손이신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제 딸이 호되게 마귀가 들렸습니다”라고 외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런 불쌍한 여인에게 “나는 오직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파견되었을 뿐이다”라고 냉정하게 대하십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라고 덧붙이십니다. 정말 가혹할 정도로 느껴집니다. 아마 보통 사람이었다면, 예수님께 화를 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여인은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자존심을 완전히 내려놓습니다. 이러한 여인의 모습을 본 예수님은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라고 감동에 찬 말씀을 하시며, 그 여인의 딸을 고쳐주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저의 가슴을 사로잡은 몇 가지가 있었습니다. 먼저, 어머니들의 마음입니다. 자신의 처지보다는 고통 받는 자녀를 위해서 그 무엇이라도 하는 어머니들의 마음[母性愛]. 더욱이 이미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가 하늘나라에서 정성을 다해 자녀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모습을 생각하니, 정말 가슴 뭉클한 사랑이 느껴집니다. 이러한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 자랐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모든 어머니께 진정으로 감사드리며 큰절 올립니다.

둘째, 창피함을 잃어버린 어머니의 모습입니다. 마귀 들린 딸을 고쳐 달라고 소리 지르며 청합니다. 어떤 가정은 자기 집에 마귀 들렸거나 성하지 않은 가족이 있으면, 창피해서 이것을 감추고 쉬쉬하는 경우도 있는데, 복음에 나온 어머니는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의 여인은 창피나 자존심을 다 내려놓고, 딸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외칩니다. 이 순간, 저를 위해 기도해 주셨던 부모님, 나의 고통과 좌절을 나보다 더 크게 느끼시고 함께해 주셨던 부모님, 학창시절 나의 자취방과 잠자리를 위해 친척들에게 아쉬운 부탁을 하셨던 부모님, 나의 학자금과 용돈을 마련하시기 위해 여기저기 꾸러 다니셨던 부모님이 오늘 특히 기억납니다.

셋째, 포기하지 않는 어머니의 장한 믿음입니다. 딸을 고쳐달라고 큰 소리로 한 번만 외친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고쳐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지속적으로 청합니다. 모욕적으로 거절당함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과 제자들이 귀찮을 정도로 청합니다. 그녀의 인내는 승리를 얻었습니다. 며칠 전 어떤 어머니에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자신의 딸에게 손끝의 살점이 떨어지고 지문이 없어지는 병이 있었는데, 무던히 믿고 기도했더니, 어느새 손가락에 새살이 돋고, 지문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이번 주부터는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어머니와 딸은 주님께만 희망과 믿음을 두며 기쁘게 살았음을 저는 압니다. 제가 볼 때도 그들의 믿음은 참으로 컸습니다. 그래서 저는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넷째, 가나안 여인의 겸손한 마음입니다. 이 여인은 예수님께 겸손한 믿음으로 기도하였습니다. 도와 달라는 소원을 거절당할 때도, 모욕적으로 개 취급당할 때에도, 이 여인은 그저 ‘자비를 베푸소서’라고 겸손히 외칩니다. 이 여인의 겸손이 예수님을 감동시킵니다. 겸손은 하느님을 감동시킨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마지막으로 가나안 여인의 예지입니다. 이 여인은 딸을 구해주고 인생을 바꿔줄 분을 정확히 알았던 것입니다. 이 여인이 칭찬받을 만한 믿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예수님을 주님으로 알아보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예지의 힘으로 이 여인은 ‘믿음의 시험’에 아주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아니 예수님을 감동시키며, 예수님으로부터 승리의 월계관을 받습니다. 그 상급으로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라는 예수님의 응답을 듣습니다. 이보다 더 큰 상급이 어디 있겠습니까?

우리에게도 참으로 많은 시련과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믿음을 시험하는 주님의 방법론임이 틀림없습니다. 그 믿음의 시험에 어렵사리 합격할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감동시키며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라는 응답을 얻을 수 있는 신앙생활을 하시길 기도합니다.


최인각 신부 (수원가톨릭대학교 학생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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