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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4) 감사했던 2011년! 희망찬 2012년! / 최인각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2. 1. 2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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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754) 감사했던 2011년! 희망찬 2012년! / 최인각 신부

예수 성탄 대축일(요한 1, 1-18) 감사합니다, 주님!
발행일 : 2011-12-25 [제2776호, 10면]

예수 성탄 대축일과 새해를 어떻게 맞이할 것이며,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글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면서 한 주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아, 학교 뒷산에 올랐습니다. 산을 오르면서 제가 한 첫마디는 “감사합니다, 주님!”이었습니다. 걸음걸음마다 감사의 마음이 배어 있는 듯했습니다. 주님께서 졸지도 않고 잠들지도 않으시며 지켜주시고 돌보아 주셨던 시간이 마치 주마등처럼 지나갔습니다.

주님께서는 제가 평평한 길을 갈 때에도, 험한 산을 넘을 때에도, 늘 제 가까이에서 함께해 주시며, 힘과 용기를 주시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길잡이가 되어 주시고, 삶의 의미가 되어 주셨음을 마음 가득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님께서는 내가 반겨주거나 찾아주지 않아도 날 원망하지 않으시고,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나에게 먼저 다가와 함께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나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처지도 감수하시는 예수님을 묵상하면서, 시편 저자가 고백하였던 ‘졸지도 잠들지도 않으시며, 우리를 돌봐주시고 지켜주시는 주님’에 대한 고백은 나의 고백으로 온몸에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주님이 가난하고 외로운 모습으로 겸손히 오심을 묵상하며 발걸음을 옮기는데, 마침 산 중간 중간에 아무도 찾지 않을 것 같은 무덤들이 보였습니다. 그 무덤들을 찾아가 구유 조배 하듯이 잠시 머물렀습니다. 가난하고 외롭게 오셨던 주님을 기억하며, 불쌍한 처지에 있을지도 모를 영혼을 위하여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 기도 안에서 내가 죽은 뒤에 주님께서 나를 찾아오시어 위로해 주시고, 생명의 빛으로 인도해 주시는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그 순간 기쁨이 샘솟는 듯했습니다.

점점 거칠고 험해지는 오르막 바윗길을 마주하면서부터는 옆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습니다. 오로지 앞만 보고 나아가다가 순간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님께서 옆이나 뒤를 돌아보지 않고, 나만을 돌보아주시기 위해 달려오시다가 넘어져 손발이 깨지고, 상처투성이가 되고 만신창이가 되셨음에도, 거칠고 험한 산길을 단숨에 달려오시는 듯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뭐 그리 대단한 존재라고. 참으로 보잘것없고, 당신께 성실하지 못하고 때로는 죄도 지은 나였는데….’ 그럼에도 나를 향해 달려오시는 주님을 느끼면서 발길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산 중턱에서 거칠게 몰아치는 바람이 제 볼을 후려쳤습니다. 가는 길을 막는 듯했습니다. 이때 바람결에 ‘나는 너를 사랑하기에 이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도 너를 찾아왔다.’라는 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했습니다. 추위와 폭풍을 무릅쓰고 달려오시어, 나를 지켜주시고 함께해주시는 그분의 음성처럼 들리는 바람은 제게는 은총 자체였습니다.

그리고 좀 더 올랐을 때, 휴대전화 문자 한 통이 왔습니다. “신부님, 마지막 원고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울러 감사하는 마음으로….”라고. 그동안 주일 말씀에 대한 묵상으로, 한편으로는 강론으로 원고를 쓰면서 있었던 많은 일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내가 해냈지?’ 자문하면서, 그때마다 주님께서 오시어 지혜의 영으로 인도해 주시며, 빈 머리와 원고지를 채워주셨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더욱이 말씀을 묵상하게 해 주시고, 글을 쓰도록 이끄시며, 그동안의 묵은 때를 씻어주시는 정화작업도 동시에 하시며, 글로써 그리고 기도로써 세상 사람들과의 영적인 만남을 주선하셨다는 생각을 하니, 주님께 정말 사랑받았음을 느꼈습니다.

졸지도 잠들지도 않으신 주님께서 행하신 일들을 생각하며 앞만 보고 가면서 정상 근처에 다다랐을 때, 내년 2012년에는 주님께서 나를 어떻게 이끄시며 함께하실 것인지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때 마침 주님께서 “이제 너의 나이는 지천명이야. 불혹의 나이는 지나가니 너의 뜻을 넘어서 이제 아버지의 뜻대로 살기를 바란다.”라는 부드러운 음성이 다시금 들려왔습니다.

시간 가는 줄도 힘든 줄도 모르고 정상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리고는 하늘과 땅, 온천지를 바라보며 온 누리를 지어 만드시고 모든 것을 새롭게 해주시기 위해 오시는 주님을 찬미하며 보이는 곳곳마다 강복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무릎을 꿇고 모든 일에 감사드렸습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눈물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 지난 한 해 동안 복음생각을 집필해 주신 최인각 신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최인각 신부 (수원가톨릭대학교 학생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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