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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3) 말씀이 사람이 되게 하는 힘/ 최인각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1. 12. 18.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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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753) 말씀이 사람이 되게 하는 힘/ 최인각 신부

대림 제4주일(루카 1, 26-38) 겸손되이 순명하는 삶
발행일 : 2011-12-18 [제2775호, 10면]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잉태되는 복음의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소설이나 연극과 같이 전개됩니다. 그래서 이 장면이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나 봅니다. 저는 그 가운데 특별히 성모 마리아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습니다.

성모 마리아는 천사와 만나 대화를 나누는 여인이었습니다. 마리아는 인간이었지만, 천사와 인사를 나누는 ‘은총이 가득한 여인이며, 주님께서 함께 계심을 믿으며, 주님 안에서 기쁨을 누리던 여인’임이 드러납니다. 이런 면에서 마리아는 복음의 여인입니다. 또한, 성모 마리아는 뼈대 있는 가문에 속해 있음이 드러납니다. 마리아는 성전에 들어가 제사를 드렸던 즈카르야의 부인 엘리사벳과 사촌지간이었습니다. 당시 사제 가문이 혼인할 때는 같은 가문끼리만 했기에, 처녀 마리아는 사제 가문에 속한 여인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던 처녀 마리아는 다윗왕의 후손인 요셉과 혼인 준비를 합니다. 마리아는 왕의 가문과 혼인하게 됨으로써, 그 가운데 태어날 아들은 사제직과 왕직을 물려받을 것임이 암시되고 있습니다.

성모 마리아는 하느님의 말씀에 충실하던 여인임이 드러납니다. 가브리엘 천사가 구세주 잉태소식을 전했을 때, 몹시 놀라기도 했지만, 무슨 뜻일지 곰곰이 생각하는 신중한 여인의 모습을 보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하느님 보시기에 얼마나 예뻤을지 생각해 봅니다.

성모 마리아는 한편으로 주님께 대한 경외심(敬畏心)을 갖고 있음이 또한 드러납니다. 마리아가 천사의 말을 듣고 몹시 놀라 곰곰이 생각하며 두려워하고 있을 때, 천사는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라고 이야기합니다. 성경에서 ‘주님을 경외하는 자의 영혼은 행복 속에 머물 것이고, 주님께서 친히 그의 가는 길을 인도해주시며, 그 자손을 번성케 해 주실 것이다’라고 말씀하고 계시는데, 이 말씀이 마리아 안에서 그대로 이루어집니다. 이것이 바로 마리아가 받은 복입니다. 이러한 면에서 성모 마리아는 복된 여인이었습니다.

또한, 성모 마리아는 하느님의 총애(寵愛)를 받은 여인입니다. 가브리엘 천사는 마리아에게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는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모습에서 마리아가 하느님의 배우자임이 드러납니다.

한편으로 성모 마리아의 당돌하고도 순박한 모습도 드러납니다. 마리아는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하고 따지듯 묻습니다. 한 여인이 아이를 낳으려면 남자를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마리아는 분명하고 솔직하게 묻습니다. 어전(御前)에서 겁 없이 묻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성모 마리아는 하느님과 말씀과 성령께만 몸과 마음을 여는 여인임이 드러납니다.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합니다.”라는 고백은 하느님을 위해서 흠 없이 준비했던 여인이었다는 뜻입니다. 마리아는 영적으로 성숙한 여인이었지만, 당신의 몸은 하느님을 위해서 동정의 처녀였습니다. 하느님께만 몸과 마음을 여는 순결함과 아름다움이 꽃피어나는 여인이었습니다.

성령께서도 이 여인이 마음에 들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마리아를 ‘짝이며 궁전’으로 삼았으리라 여겨집니다. 가브리엘 천사는 마리아에게 다음과 이야기합니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 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이에 마리아는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응답합니다. 이리하여 처녀 마리아는 ‘하느님의 아들을 낳는 여인’(하느님의 배우자, 그리스도의 어머니, 하느님이신 예수님의 어머니)이 됩니다.

이처럼 마리아가 천사와 만나고, 하느님의 음성을 들으며, 기쁨의 은총을 체험하고, 주님을 향한 경외심 속에서 하느님의 총애를 받고, 성령으로 구세주를 잉태한 성령의 짝이며 궁전, 하느님의 배우자, 하느님의 어머니, 그리스도의 어머니라는 신분상의 칭호를 받게 되는 결정적인 열쇠는 겸손과 순명에 있다고 봅니다. 성탄을 기다리는 여러분 모두가 또 다른 ‘영적인 마리아’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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