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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6) 아버지 이름을 영광스럽게/ 장재봉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2. 4. 2.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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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766) 아버지 이름을 영광스럽게/ 장재봉 신부

사순 제5주일(요한 12,20-33) 효자 예수님
발행일 : 2012-03-25 [제2788호, 10면]

그날 예수님께서는 정말 마음이 산란하셨던 모양입니다. 당신을 뵙고 싶어 찾아온 이방인의 믿음을 칭찬하지도 않고 그들을 주님께 데려온 필립보와 안드레아에게도 ‘가타부타’한 말씀도 없으시니 그리 느껴집니다. 어쩌면 그날 새벽, 예수님께서는 홀로 “당신을 죽음에서 구하실 수 있는 분께 큰 소리로 부르짖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와 탄원”을 올리셨던 것이 아닐까 어림해 봅니다. 영광의 길 위에 끔찍한 형상으로 놓인 십자가의 공포에 인간 예수의 마음이 갈래갈래 흩어졌던 것이라 짐작해 봅니다.

이 때문에 더욱 주님께서 당신의 심란한 마음에 묶여 ‘힘겹다’고 미루지 않고 “죽어야 살리라”는 진리를 선포하신 점에 마음이 뭉클합니다. 내 몸과 마음이 편치 않으면 곧잘 만사가 귀찮아지는 저를 돌아보았습니다.

히브리 저자는 예수님이 바친 기도를 들으신 하느님께서 “그 경외심 때문에” 아들의 청을 들어주셨다고 결론짓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흔히 아버지께 “큰 소리로 부르짖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와 탄원을 올리신” 아들의 모습에 안타까워합니다. 무엇이든 ‘생각대로’ ‘말 한마디로’ 해결할 수 있는 분께서 이리 부르짖어 외치며 몸부림치신 점에 의아해합니다.

예수님께서 원하신 바를 알고, 주님의 숨막히는 희생의 의미를 알고, 그분께서는 오직 “아버지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기 위해서 버림받으시기를 마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러합니다.

그날 당신의 기쁨을 위하여 스스로 “땅에서 들어 올려”지는 고통을 마다지 않으셨던 아들 예수의 다짐에 하느님의 마음도 종일 묵직하고 먹먹했을 것만 같습니다. 맏형님, 예수님의 효심이 너무 놀라워 ‘마음’과 ‘생각만큼은’ 예수형님처럼 효심을 갖고 싶어서 오래오래 성경구절에 마음을 묶었습니다. 복음이 전하는 주님의 기도를 큰소리로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러다 그분께서 몸서리치는 기도를 통해서 순종을 ‘배우셨다’는 구절에 마음이 꽉 조였습니다. 하느님이신 그분께서 이 세상에서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이 있었다니, 우리는 얼마나 많이 그분의 것들을 배우고 익혀야 할지 막막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분의 기도와 우리 기도의 현격한 차이가 생각났습니다. 기도하면서 얼마나 절실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그분의 은총과 영광을 기렸었는지 돌아보았습니다.

기도를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수단처럼 생각하여 눈앞의 급한 것들을 하소연하는 일에만 사용한 허물이 부끄러웠습니다. 필요사항을 통보하고, 결과를 ‘두고 보겠다’는 심사위원처럼 굴었던 소행이 낯 뜨거웠습니다. 이야말로 그분 섭리를 의심하는 못난 짓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참회했습니다.

기도란 그분께서 내 정성과 내 성의를 보시어 그분의 뜻을 살아가도록 청하는 일임을 기억합니다. 내 노력과 힘으로 이룰 수 없는 것들로 산란해진 마음을 추스르는 은총임을 깊이 새깁니다. 그분의 가르침이 이리 선연하니, 무조건적인 믿음은 무식한 맹신 행위로 오해하는 ‘지식’의 오만을 잘라내기 바랍니다. 이야말로 과학과 지성과 이성의 한계임을 깨닫기 원합니다.

오늘 복음은 마치 두서없는 주님의 독백을 들려주는 듯 보입니다. 이렇게하여 사도 요한은 산란하게 흩어지는 마음을 추스르려 혼신을 다하신 주님의 모습을 일깨우려 했던 것이 아닐까요. 그날 예수님의 기도야말로 스스로의 원의를 칼같이 잘라낸 흠숭의 전형임을 알리려 한 것이 아닐까요. 당신을 향해 시시각각 다가오는 고통의 시간, 죽음의 그림자에 맞선 투쟁은 그분께도 어렵고 힘들었다는 사실을 전하려 했던 게 아닐까요. 우리 모두에게 “아버지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기 위한 예수님의 효심을 배워 따르라고 권고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사순, 우리는 마음 조리개를 주님께로 고정시키고 있습니다. 주님의 뜻이 아닌 것들에게 ‘절대금식’을 선포했습니다. ‘죄’로 치닫는 뜨거운 감성들을 차가운 그리스도인의 이성으로 차단시키기 위해서 최선을 쏟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미움이나 원망 따위들의 ‘소유권을 포기’하기로 결단한 것입니다.

이번 한 주간 더더욱 스스로의 기도를 단속하기 바랍니다. 단순히 육체적인 금식만이 아니라 마음속 감정과 세상 욕심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바랍니다. 형님예수님의 효심을 배워 실천하는 찬미의 주역으로 부활하기를 기도합니다.


장재봉 신부 (부산교구 활천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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