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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2) 그러면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장재봉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2. 12. 1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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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2) 그러면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장재봉 신부

대림 제3주일, 자선주일(루카 3,10-18) 주님에 대한 믿음과 감사
발행일 : 2012-12-16 [제2824호, 18면]

 

저는 늘 하느님의 마음이 알쏭달쏭합니다. 그 사랑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다는 얘깁니다. 주일학교 시절 “하느님은 우리를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하신다”는 설명에 감격하여 토를 달지 않던 믿음의 순수를 잃은 증거라 싶어 부끄럽습니다.

오늘 스바니야 예언자를 통해서 말씀하신 하느님의 놀라운 고백에 또 마음이 아리송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사랑하기에 “당신 사랑으로 너를 새롭게 해 주시고, 너 때문에 환성을 올리며 기뻐하시리라”는 일방적 사랑을 선포할 수 있는지, 도무지 감을 잡기 힘들었습니다. 오직 인간을 ‘위해서’ 인간들 ‘때문에’ 기뻐하시며 당신께서 우리의 전부를 책임지시고 해결해주시는 대책 없는 사랑을 무엇에 견주어 이해해야 할까요.

크신 사랑을 ‘알듯 말듯’ 이런 듯도 하고 저런 듯도 하여 말문이 막힌 제 꼴을 가엾이 여기신 주님께서 사도 바오로를 ‘선생님’으로 보내 주시니 고마울 뿐입니다.

오늘 2독서가 일깨워주는 믿음의 정석을 깊이 새깁니다. ‘믿음으로’ 주님 안에서 오직 기뻐하며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고 ‘어떤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을 것을 다짐합니다.

성경 말씀은 주님께서 선포하신 진리입니다. 강론도 주님께서 들려주시는 당신의 말씀입니다. 말씀이 우리를 일깨우고 변화시키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성경 말씀이나 강론을 지극히 개인적으로 ‘나’에게 들려주시는 주님의 말씀이라는 사실을 생각지 않습니다. 뻔하고 지루한 ‘잔소리’로 여깁니다.

이 때문에 믿음의 초심을 잃습니다. 그분을 향한 길에서 멈추어 방황합니다. 결국 이정표를 잃고 목적지로 나아가지 못하고 하느님과 세상 사이를 오락가락 헤매고 있습니다. 세상의 빛이 되라는 그분의 당부를 등경 속에 묻은 채, 어둠 속을 표류하듯 제자리만 뱅뱅 돕니다.

인간에게는 싸우고 이겨서 빼앗아 쟁취하려는 동물적 근성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동물적 행위를 성찰할 때, 누구나 가책을 느낍니다. 과하고 지나친 자신의 행동에 양심이 콕콕 찔려서 후회하고 반성하기 마련입니다.

오늘 세례자 요한을 찾은 사람들이 기가 팍 꺾여 “그러면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라고 물으며 해결책을 구한 것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날 이후에도 이스라엘 민중들의 삶의 자세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옷을 두벌 가진 사람’도 ‘먹을 것을 가진 사람’도 모두 똑같이 나누며 살아야 한다는 ‘세상 모르는 순진한 소리’에 잠시 잠깐 그들의 양심이 흔들렸을 뿐임을 짐작하게 됩니다.

매일, 수없이 그분께 ‘무엇을 원하시는지’를 묻고, ‘어떻게 살아갈지’를 여쭙지만 여태 ‘생각만’ 간절한 우리 형편에서는, 도무지 퇴박할 명분이 없습니다. 삶을 구체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에 게으르며 세상 이치에서 그분처럼 순진해지기를 거부하는 우리이니, 유구무언입니다. 예로부터 내내, 진리의 말씀을 대하는 허술한 인간의 심사를 살피며 마음만 씁쓸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인간의 양심은 ‘바르게 살아가라’는 근본적인 윤리가 “마음에 쓰여 진 것”(로마 2,15)이라고 말합니다. 어느 영성가는 양심을 “하느님께서 파송한 ‘주님의 사자’이며 인간에게 천국으로 가는 길을 가르치는 도구”라고 정의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번 한 주간, 우리 모두가 그분의 말씀과 가르침을 허술히 대한 일들로 인해서 양심이 쿡쿡 찔리는 아픔을 겪게 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마음이 아파서 참회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은총이 있기를 청하겠습니다.

지금 내 삶에서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말씀으로 일깨우시는 분, 어떻게 고쳐야 할지 강론으로 직방 일러주시는 그분의 지침을 귀담아듣지 않은 허물이 고쳐지기를 원하겠습니다. 매 주일 허약한 영혼에 말씀의 영양소를 공급받는 건강한 믿음인이 되기를 소원하겠습니다.

대림, 온 세상이 그분을 주목합니다. 이웃에게 그분의 축복을 전하고 그분 자녀의 행복을 전할 수 있는 최적의 때입니다. 우리 모두, 크신 그분의 능력을 ‘내 것처럼’ 누리는 기쁨을 자랑하면 좋겠습니다. 그분께 선물 받은 사랑을 왕창 사용하면 좋겠습니다.

보이지 않아 알쏭달쏭하다고, 들리지 않아 아리송하다고 갸웃거리는 세상에 그분 사랑을 확실히 보여주는 사랑의 병기가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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