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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 대한 믿음, 기쁨과 희망 얻어”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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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 대한 믿음, 기쁨과 희망 얻어”

발행일 : 2006-06-25 [제2506호]

두려움 앞에서

어렸을 적에 할머니는 나에게 무서운 생각이 들면 얼른 오른쪽 어깨를 쳐다보라고 일러 주셨습니다. 수호천사가 오른쪽에서 항상 나를 지켜주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린 나는 할머니의 말씀을 듣고 나서부터 밤길을 홀로 갈 때나 외딴 곳에서 문득 두려운 생각이 들면 오른쪽 어깨를 바라보며 수호천사의 도우심을 청하곤 하였습니다. 천사가 내 오른쪽에서 나를 지켜주신다는 믿음은 두려움 속에서 나를 지켜주었던 힘이었습니다.

지금도 나는 홀로 있다가 두려운 생각이 들면 습관처럼 오른쪽 어깨를 돌려다 보곤 합니다. 그곳에는 수호천사가 미소 지으며 든든하게 서 계십니다.

두려움에는 두 가지의 종류가 있습니다. 마땅한 두려움과 쓸데없는 두려움입니다. 마땅한 두려움은 경외심(敬畏心)을 낳으며, 쓸데없는 두려움은 공포심(恐怖心)을 만들어냅니다. 마땅히 가져야할 두려움은 인간에게 자기 한계와 겸손을 일깨우는 지혜와 신앙을 만들어 줍니다. 쓸데없는 두려움은 걱정의 원천이 됩니다. 걱정에 사로잡히게 되면 불안해지고 마음이 흔들리며 판단력이 흐려지고 헛것을 보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과 제자들이 함께 탄 배에 거센 풍랑이 밀어닥치자 제자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겁을 냅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뱃고물을 베개 삼아 주무시고 계십니다. 두려움에 떨며 죽음을 걱정하는 제자들과 배를 집어삼키는 풍랑 속에서도 평온을 잃지 않고 주무시는 예수님은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제자들은 두려움을 안고 예수님을 흔들어 깨웁니다. 예수님과 한 배를 탄 제자들에게는 눈앞에 닥친 현실적인 어려움이 위험하고 다급한 일이었지만 예수님의 현존은 그들에게 의혹이 되었습니다. “스승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그들이 예수님을 깨우는 것은 자신들이 처한 위태한 상황에 대한 다급한 불평이었습니다. 두려움은 인간의 나약함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용기를 내어 어려움을 극복하게 하고 성장하도록 하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아직도 제자들의 믿음은 더 자라나야 하기에 주님께서는 그들의 두려움을 이용하십니다. 예수님께서 깨어나시어 바람을 꾸짖으시는 말씀 한마디에 다시 모든 것이 고요하게 제자리를 찾습니다. 모든 것이 잠잠해졌지만 제자들은 새로운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도대체 이분이 누구시기에…?”

풍랑 앞에서 제자들을 사로잡았던 것은 공포심이었지만, 예수님의 능력을 체험하고 난 후 그들의 두려움은 주님께 대한 경외심으로 바뀌게 됩니다.

믿음은 공포심을 없애주고 경외심을 길러 줍니다.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알면 알수록 그분에 대한 경외심도 커갑니다. 하느님을 경외하는 마음이 커갈수록 겸손해집니다. 겸손은 하느님을 경외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항해 중에도 때로는 비바람도 만나고 폭풍우도 겪게 마련입니다. 우리가 저어가는 인생의 배에는 주님이 함께 하고 계심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인생의 무게에 힘겨워하고 있을 때,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와 숨죽이고 있을 때 주님은 잠을 주무시고 계시는 것처럼 멀리 느껴지고, 때로는 우리와 함께하시는 주님을 의심하기도 합니다. 풍랑 속에서 제자들이 두려움에 떨며 주님을 흔들어 깨운 것처럼 우리도 주님을 찾고, 그분의 도우심을 청합니다.

아직도 믿음이 약한 우리는 우리 삶을 삼켜 버릴 것 같은 거센 파도가 밀려 올 때마다 모든 것을 잃는 것은 아닌가 두려워하면서 몸부림치면서도 하느님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우리의 방식대로 주님을 흔들어 깨웁니다. 그러나 주님은 우리의 약한 믿음에도 대답하십니다. 그리고 주님은 당신을 부르고 찾는 이들에게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십니다. 이제 제자들을 사로잡았던 쓸데없는 두려움은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바뀌게 되고 주님을 알게 되는 신앙으로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마음 바탕이 밝으면 어두운 방 안에도 푸른 하늘이 있고, 생각 머리가 어두우면 환한 낮에도 악귀가 나타나는 법입니다. 풍랑을 잔잔하게 하시는 분이 함께 하시는데 아직도 두려움을 떨쳐 버리지 못한다면 우리의 믿음이 부족한 탓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믿고 사는 그리스도인은 우리를 두렵게 하는 삶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결코 주저앉거나 물러서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치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두려움을 몰아냅니다. 사랑은 두려움을 넘어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고 주어진 현실을 기쁘게 살아가게 하는 힘입니다.

우리가 부족한 믿음으로라도 주님을 흔들어 깨울 수 있다면 주님은 우리의 쓸데없는 두려움을 없애시고 하느님의 능력이 무엇인지를 드러내 보여주십니다. 주님께서 항상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확신과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굳은 믿음은 두려움을 넘어서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문입니다. 예수님을 믿고 그분을 주님으로 모시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매일매일의 삶은 새로운 출발입니다.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그는 새로운 피조물입니다. 옛것은 지나갔습니다. 보십시오. 새것이 되었습니다.”(2코린 5, 17)

김영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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