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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위일체, 사랑으로 추는 꼭짓점 댄스”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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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위일체, 사랑으로 추는 꼭짓점 댄스”

발행일 : 2006-06-11 [제2504호]

꼭짓점 댄스

월드컵 열기가 온 나라를 후끈하게 달구고 있습니다.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이나 선수들을 도와주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관중들에게도 월드컵은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고 신바람 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요즘 온 나라를 붉은색으로 열기로 가득 채웠던 4년 전의 감동과 일치감을 다시 맛보고픈 사람들이 만들어낸 월드컵 응원 중에 꼭짓점 댄스가 사람들에게 널리 퍼졌습니다. 삼각형을 이룬 무리가 꼭짓점을 향하여 흥겹게 춤추는 모습이 신나서 덩달아 꼭짓점 댄스의 대열에 함께하게 됩니다.

신바람 나게 꼭짓점 댄스를 추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삶 속에도 이렇게 사람들을 신바람 나게 하는 일들이 더 많이 생기기를 소망해 보았습니다.

얼마 전에 본당에서 아이들과 함께 꼭짓점 댄스를 배우면서 삼위일체 신비를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꼭짓점 댄스를 좋아하고 함께 따라하게 되는 데에는 두 가지의 매력이 있습니다.

첫째는 단순함입니다. 꼭짓점 댄스는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단순한 동작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녀노소 누구나 꼭짓점 댄스의 대열에 쉽게 참여하게 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일체감입니다. 삼각편대를 이루는 꼭짓점 댄스의 대형은 꼭짓점을 향하여 일치하는 모양을 하고 있으면서도 각자의 자유분방한 춤동작을 마음껏 발휘하는데서 오는 일체감을 누릴 수 있습니다. 꼭짓점을 향한 일사 분란함과 자유분방함을 동시에 누리게 되는 데서 오는 일체감은 사람들이 꼭짓점 댄스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입니다. 단순한 사랑으로부터 오는 소박한 사랑의 체험, 사랑하는 사람들이 누리게 되는 깊은 일치감, 성숙한 사랑이 이루어 내는 자유가 하나가 되어 만들어 내는 ‘사랑의 꼭짓점 댄스’가 삼위일체의 신비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삼위일체를 이론으로만 생각하면 삼위일체 신비는 복잡한 신학 속에 갇혀 버리고, 형식적인 교리로 남고 맙니다. 삼위일체 신비는 하느님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찾는 사람들에게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여 주시는 사랑의 신비입니다. 사랑은 사랑함으로써만 배울 수 있습니다. 수영을 배우려면 물에 들어가야 하듯이 사랑을 배우려면 사랑의 삶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사랑은 체험으로써만 깨닫게 되는 신비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깊으면 깊을수록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가 됩니다.

“나는 그대가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립다”고 고백한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사랑은 서로를 하나로 묶어주는 신비스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랑 안에서 하나가 되는 신비-그것이 삼위일체의 신비입니다.

성령강림 대축일 후에 이어지는 삼위일체 대축일은 성령을 받아 살아가는 우리가 누리게 되는 삶이 어떤 삶인지를 밝혀줍니다. 삼위일체 신비는 하느님을 막연한 신비로 알아듣는 우리에게 당신 자신을 알려주시는 방식입니다. 성령을 받아 살아가게 된 신앙인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에게 보여주신 하느님을 깨닫게 되고 그 하느님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사랑의 삶을 살아가게 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알려주신 하느님은 사랑이 넘치는 ‘아버지’이십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아버지이신 하느님의 ‘자녀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드러내 보여 주셨습니다. 하느님은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세상을 위해 당신 아들을 넘겨주신 아버지였습니다. 이 아버지께서 한량없는 사랑으로 우리가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알도록 하기 위해 당신의 거룩한 영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사랑 안에 머무는 일을 통해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하느님을 볼 수 있고 그 사랑 안에서 하느님을 체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삼위일체 신비는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께서 나누시는 온전한 사랑에 참여하도록 우리가 부름 받았다는 확신에서 선포된 신앙의 고백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자리에 더러는 의심을 품고 있었던 사람들은 아직도 부활하신 예수님을 온전히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지만 예수님의 말씀은 그분을 만난 모든 사람에게 전해집니다. 성령 안에 살아가는 사람은 예수님께서 아버지께로부터 받은 모든 권한을 물려받았습니다. 그것은 사랑의 능력입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는 일은 사랑의 능력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명하신 모든 것은 다름 아닌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미약한 우리에게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주시고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심어주셨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우리는 우리의 욕심에 사로잡혀있지만 작은 나눔을 통해서라도 사랑의 기쁨이 무엇인지 느끼게 됩니다.

이기심과 자존심 때문에 주춤거리지만 사랑의 손길을 내밀 때 얻게 되는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체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삼위일체는 사랑으로 함께 추는 사랑의 꼭짓점 댄스입니다.

아직도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사랑이 무엇인지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지만, 주님이신 예수님을 통해 보여주신 사랑의 길을 따라 걷노라면 우리도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 나누시는 사랑의 일치에 도달하게 되리라 믿으며 오늘도 사랑의 꼭짓점 댄스에 빠져 봅시다!

김영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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