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시인 릴케가 파리에서 지낼 때
매일 산책을 다녔는데 그가 산책하는 길 중간에는
한 할머니가 고개를 숙이고 나뭇가지처럼
마른 손만을 앞으로 내민 채 동냥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는 몇몇 사람이 할머니의 손 위에
동전 몇 개를 얹어놓고 총총히 사라지는 것을 본 시인은
어느날 할머니의 손에 하얀 장미 한 송이를
조심스럽게 쥐어주었습니다.
할머니는 고개를 들어 시인을 쳐다보더니
볼에 입맞춘 후 그 장미를 가지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러고는 한동안 나타나지 않다가
며칠 후 다시 예전처럼 동냥을 시작하였습니다.
사람들은 그 할머니가 동냥을 하지 않았던 며칠 동안
과연 무엇을 먹고 살았을까 궁금하여 시인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릴케는 ‘장미의 힘으로!’라고 대답했습니다.
릴케가 할머니의 손에 쥐어준 하얀 장미 한 송이는
단순한 동정이 아닌 릴케의 사랑의 마음이 담겨 있었던 것입니다.
릴케의 이런 마음을 알았기에
할머니는 그의 볼에 입맞추고
며칠을 ‘장미의 힘으로!’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릴케가 할머니의 손에 쥐어준 장미 한 송이는
교회 용어를 들어 말하자면 성사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성사란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사랑을
눈에 보이는 표지로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 신앙의 대상인
예수께서는 완전한 성사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완전하게 들어내 보여주신
유일하신 분이 바로 예수님이기 때문입니다.
“일찍이 하느님을 본 사람은 없다.
그런데 아버지의 품안에 계신 외아들로서
하느님과 똑같으신 그분이 하느님을 알려주셨다.”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삶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받은 하느님의 사랑을
세상에 증거하는 사람들입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성사의 힘으로
성사의 삶을 충실히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험난함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 류시화 (0) | 2011.02.24 |
---|---|
그리움은 봄처럼 다가온다 (0) | 2011.02.24 |
늦게 온 소포 / 고두현 (0) | 2011.02.23 |
한세상 사는 것 / 이외수 (0) | 2011.02.15 |
상사화/이해인 (0) | 2011.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