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성직자들의 부정과 부패, 아집과 편벽을 힐난하는 소리를 높이고 있다. 많은 성직자들이 직접 매를 맞은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모두가 자신의 허물인양 부끄러워하며 반성하고 있다. 봉암사에서 비를 맞고 새로워질 것을 다짐하는 스님들의 모습이 그러했고, 극단적 선교주의를 반성하며 연일 벌어지던 목사님들의 토론회들이 그러했다.
어쩌다가 저렇게 까지 철저히 이기적으로 변했나? 버려야 할 욕망에 휩싸여 쫓아가다가 자신이 서있는 위치조차 망각하였으니 이를 어찌한다 말인가? 하는 안타까움은 어쩌면 우리들과 같은 길을 걸어왔던 형제들의 모습이기에 내 자신을 돌아보고 또 돌아보게 만든다.
한국불교가 지향했던 이상적 종교인의 삶은 ‘상구보리하화중생(上求菩提下化衆生)’ 위로는 진리를 구하고, 아래로는 대중을 교화한다는 것이다. 진리를 구하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대중을 교화하는 일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상구보리의 치열한 하루하루가 동반되지 않는 하화중생의 삶은 욕망과 집착의 근원적인 세간병(世間病)을 떨쳐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자칫 많은 종교인들이 자신들이 교화하고자 하는 대중들보다 더욱 물욕화하고, 권력화하는 경우로 변질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올바른 종교인은 물론이거니와, 그 중심에 서 있는 강건한 성직자가 되기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성직자들의 세상에 대한 본연의 모습은 빛과 소금이고, 연꽃과 등불이다. 세상을 향해 열려있으면서도 오염되지 않음은 물론, 오히려 정화하고자 하는 것이 그 삶이다.
딛고 있는 땅은 한 뼘 밖에 안 되지만, 가슴은 끝없는 우주를 향해 있다. 대중들은 그 찬란한 빛을 보고 쫓아오며 자기 마음속의 새로운 세계에 대한 희망을 꽃피워가는 것이다. 성직자들의 세계는 그렇게 성역화 되었기에 성직자는 이 세상에 있는 존재지만 세상 밖의 존재들인 것처럼 구별되어져 온 것이 아닌가? 그 궁극적인 꿈은 세상을 온통 성역화하고 모든 이들을 성직자삼아 진리와 하나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뛰어들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함이 오히려 세상에 동화되어 욕망하고 집착하였다. 스스로를 버림으로써 온 세상을 얻는 것이거늘, 내 세계만을 우월하다 고집하고 사방 문을 걸어 닫았으니 이 보다 더한 아집과 편벽이 없다.
돈이 곧 힘인 자본위주의 세상 속에서 각종 춤추는 욕망들이 세상속의 성직자들을 갈수록 미쳐가게 함은 분명하다. 그럴수록 성직자들의 마음은 청정해야 하고, 행동은 거룩해야 한다. 같이 춤추고 노래할지라도 기도와 정진이 함께 해야 하며, 자비와 인의와 사랑이 깃들어 있어야 함이다. 원효대사가 저자거리에서 대중과 함께 노래하고 춤을 춘 것이 오늘날 많은 이들의 우러름이 되는 것은, 그 춤과 노래 속에 대중교화에 대한 그의 자비심과 어떤 욕망과 집착에도 걸림이 없는 숭고한 정신이 깃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이 됨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욕망은 수시로 우리를 유혹하며, 자기 내면의 갖은 합리화로 스스로를 감춘 채 우리의 근본정신을 흔들고 있다. 그것을 직시하며 놓아 던지고 가야하는 길은 분명 고난의 길이다. 어쩌면 가시밭의 그 길을 굳이 택했기에 모든 이의 선망이 되는 것이다. 선망을 받고자 이 길을 가는 것은 아니지만, 고난을 회피하고자 한다면 하루속히 자기 자리를 떠날 것이다.
우리의 근본과제는 분명하다. 세상의 성역화는 내 자신이 성직자로서 내 자신부터 성역화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될 것이며, 열린 종교는 남을 향해 문을 열 수 있는 내 내부의 걸림 없는 고요와 평화가 전제되어야할 것이다. 공자는 옛사람은 스스로를 위하고, 지금 사람은 남을 위한다 하고, 본인은 옛사람을 따르겠다고 했다. 이는 스스로를 갈고 닦음이 선행되지 않는 이타주의는 화려한 장식을 단 빈 마차와 같은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쉼 없이 기도하고 정진하며 스스로를 맑은 거울처럼 갈고 닦아가는 삶만이 종교인을 종교인답게 만들어 주는 우선과제이다. 그것은 세상 속에서 대중들과 함께 번민을 나누며 풀어가고자 하는 성직자들일 수록 더욱 더 잊어버리면 안되는 과제일 것이다.
종교와 평화 [10호 (07년12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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