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역대 노벨물리학상 베스트3과 워스트3

노벨상(Nobel)

by 巡禮者 2013. 1. 11. 13:41

본문

 

역대 노벨물리학상 베스트3과 워스트3

 

20세기, 아니 역대 최고의 물리학자 아인슈타인. 1921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할 때 수상 업적에서 상대론이 제외됐어도, 아인슈타인은 역시 최고의 수상자로 뽑혔다. 반면 최악의 수상자는 1912년 달렌. 그가 발명한 등대불 자동점멸장치는 지금 보면 ‘고물’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사람 가운데 베스트 3인과 워스트 3인을 고른다면 어떤 사람들일까. 우선 그런 선별이 가능한지, 그리고 가능하다면 공정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면 정답은 없을 것 같다. 고르는 사람의 주관과 편견이 강하게 작용할 것이며 또한 우열이 구분되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철학에서 우주론까지 바꿔

베스트1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그의 수상에는 상대론이 빠졌지만 최고로 뽑혔다.

이 모든 점을 제외하고 필자에게 베스트3을 선택하라고 묻는다면 다음과 같이 뽑겠다. 1위는 1921년 수상자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 2위는 1922년 수상자 닐스 보어(Niels Bohr, 1885-1962), 3위는 1932년 수상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 1901-1976) 순이다.

우선 아인슈타인의 경우 노벨상위원회가 발표한 수상업적에는 ‘상대론’이 들어있지 않고 ‘광전효과’와 ‘브라운 운동’의 설명 등 이론물리에 기여한 바를 수상 이유로 들고 있다. 물론 상대론은 당시에 확고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수상업적에 포함돼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지만 상대론이야말로 양자론과 더불어 물리학이나 과학을 넘어서 20세기 철학과 사상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상대론은 시간과 공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송두리째 바꾸면서 시간과 공간을 동등한 위치에 올려놓았다. 또 상대론에서 파생되는 E=mc2을 통해 에너지와 질량을 통합했다. 현대우주론은 그의 유명한 방정식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원자력 발전을 거쳐 원자핵에 갇혀 있는 에너지를 우리에게 전력이라는 형식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렇게 엄청난 이론을 거의 한사람의 힘으로 이뤄냈기에 단연 아인슈타인을 1위로 뽑았다.

2위와 3위는 ‘양자론’을 개발한 사람들의 몫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양자론이란 미시 세계를 지배하는 이론이다. 양자론에 의하면 ‘여기’와 ‘저기’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새로운 존재의 틀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겉보기에는 입자 같은 전자가 파동인 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엄청난 생각이 나오고, 이 생각에 뿌리를 둔 양자론의 발달로 레이저, 반도체 등 현대산업의 기본적 요소가 가능했다.

1988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레온 레더만(Leon Lederman, 1922-) 박사는 “양자론이 성립하지 않으면 모든 나라의 GNP는 0이 된다”고 말했다. 이것은 양자론이 DNA를 통해서 모든 축산물과 농산물을 지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컴퓨터와 일반재료 등 모든 분야의 공업생산품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레더만 특유의 위트있는 표현이다.


노벨상 줄줄이 엮어낸 양자론


 

베스트2 닐스 보어. 양자론을 부정하던 아인슈타인과 맞서 항상 양자론의 입장을 돋보이게 했다

양자론의 개발은 상대론의 경우와는 달리 여러 사람의 공로가 합쳐진 산물이다. 양자론 분야에서는 2위와 3위로 뽑은 보어와 하이젠베르크 외에도 플랑크, 슈뢰딩거, 아인슈타인, 파울리, 디랙 등 노벨상수상자가 줄줄이 탄생했다. 이 중에서도 슈뢰딩거와 디랙은 1933년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했는데, 등외로 밀려나기에는 억울한 점이 많다.

슈뢰딩거는 미시 세계에 적용되는 뉴턴의 운동방정식이라고도 할 수 있는 ‘슈뢰딩거 방정식’을 제시해 훗날 실질적으로 부딪히는 문제를 풀 수 있는 기틀을 제공했다. 디랙은 슈뢰딩거 방정식을 상대론화해서 ‘디랙 방정식’을 만들었는데, 이 과정에서 입자와 반입자의 개념, 그리고 스핀의 이론적인 틀을 마련했다. 뿐만 아니라 디랙은 지금도 자연을 기술하는데 가장 강력한 방법인 ‘양자장론’(Quantum Field Theory, 공간의 모든 곳에 입자가 생기는 양자장이 있다는 이론)의 기틀을 만들었다. 2위와 3위인 보어와 하이젠베르크의 업적에 비해 부족함이 없으나 아깝게도 제외됐다.

사실상 이들을 제외한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영국의 물리저널 ‘피직스 월드’에서 했던 설문조사의 결과다(이 조사에서도 1위로는 아인슈타인이 뽑혔다). 2백50명의 전세계 물리학자를 대상으로 역대 물리학자 중 베스트10을 고르라는 설문조사에서 보어와 하이젠베르크가 슈뢰딩거와 디랙을 앞섰던 것이다. 이 결과를 감안했다. 물론 보어와 하이젠베르크의 업적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우선 2위 보어를 살펴보자. 그는 플랑크의 양자를 이용해 처음으로 수소원자의 스펙트럼을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소위 ‘코펜하겐’ 학파를 이끌며 양자론의 해석을 마무리짓는데 중심역할을 한 점 역시 높이 평가됐다. 양자론을 부정하던 아인슈타인과의 끝없는 논쟁에서 항상 양자론의 입장을 돋보이게 한 주인공 역시 보어였다.

3위를 차지한 하이젠베르크의 경우는 양자론에 행렬을 처음 도입해 체계화한 공로가 높이 평가됐다. 실용적인 면에서는 슈뢰딩거의 방정식이 훨씬 낫지만 하이젠베르크의 행렬방정식이 먼저 발견됐다는 점이 고려됐다(물론 슈뢰딩거의 방정식은 하이젠베르크의 방정식과 같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먼저 발견한 사람에게 상이 돌아간다는 노벨상의 기본정신에 따르더라도 하이젠베르크가 슈뢰딩거를 앞지른다는 것이다. 또 하이젠베르크는 그의 유명한 불확정성 원리를 주장한 공로 역시 크게 평가됐다. 양자론의 핵심을 찌른 이 개념은 모든 문제에 널리 적용되고 있다.

베스트3은 상대론과 양자론을 개척하는데 가장 뛰어난 3인을 선정할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1920년대와 1930년대의 노벨상수상자들이다. 그러나 이 외에도 맥스웰이 전기와 자기를 통일해 전자기방정식을 만든 이후 처음으로 약작용(동위원소가 붕괴하는데 관여하는 작용)과 전자기작용을 통일해 소위 말하는 전약작용이론(Electro-Weak Theory)을 완성한 와인버그, 살람, 그리고 글래쇼(1979년)와, 반도체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은 쇼클리, 바딘, 그리고 브래튼(1956년)도 억울한 탈락자라 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하게 레이저와 메이저에 관한 업적을 인정받은 타운스 등(1964년)도 높이 평가돼야 한다. 또 우주시대인 21세기를 주도할 우주론의 초석을 세운 펜지아스와 윌슨(1978년)도 ‘아차상’의 자격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팔이 안으로 굽은 수상?


 

워스트1 닐스 달렌.그가 발명한 등대불의 자동점멸장치는 지금 보면 고물처럼 느껴진다.


역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중에서 누가 워스트3일까. 이것은 베스트3을 뽑는 일 못지 않게 어려운 작업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워스트 1위는 1912년 수상자 닐스 구스타프 달렌(Niels Gustaf Dalen, 1869-1937), 2위는 1920년 수상자 샤를-에두아 기욤(Charles-Edouard Guillaume, 1861-1938), 3위는 1953년 수상자 프리츠 제르니케(Frits Zernike, 1888-1966)다.

베스트 3인보다 더 고르기가 힘들었고 편견이 더 크게 작용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들을 선정한 이유는 나름대로 있다. 워스트 1위인 달렌의 경우 등대불의 자동점멸장치를 발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영예의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당시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수상 경위에 대한 연설에서 갑자기 활발해진 해상교통을 안전하게 만드는데 지대한 공로가 있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볼 때는 그 이유가 아무래도 수긍이 가지 않는 내용이다.

워스트에서 두번째로는 기욤을 뽑았다. 그는 니켈의 성질을 이용해 정밀측정장치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과연 그가 노벨상을 수상할 업적을 남겼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달렌과 기욤 모두가 스웨덴 태생이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것이 아니겠느냐는 시비도 일고 있다.

워스트 3위는 제르니케인데 그는 위상 차이를 이용해 광학 현미경을 개량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물리학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지금도 금속공학 분야에서는 그의 현미경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 현미경 때문에 특별히 발견된 자연과학의 원리도 없고 그 뒤에 나온 STM(Scanning Tunneling Microscope, 주사 터널링 현미경) 같은 장치에 비하면 업적이 미미하다(STM은 최초로 실리콘의 표면영상을 얻었다).

오랜 세월이 흐르고 나면 일반적으로 실험분야의 노벨수상자 업적이 이론분야의 업적보다 좀 퇴색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위에서 워스트3으로 뽑혔지만 세사람의 업적도 당시에는 큰 기여를 했을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빠른 발달이 이들의 업적을 고물처럼 만든 것이다.


21세기 에테르 진공에너지 풀어야

반면 이론분야의 공로는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 빛나는 보석처럼 남아있는 것 같다. 필자 주위에 있는 물리학자(교수)들에게도 의견을 물어봤다. 그 평가는 극에서 극을 치닫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양자’개념의 창시자인 플랑크를 꼭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들의 주장은 20세기 최고의 이론인 양자론이 플랑크의 발견이 아니었다면 가능했느냐는 논리다. 물론 일리가 있다. 그러나 그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곧 그런 발견을 할 수 있었겠지만, 보어, 하이젠베르크, 그리고 슈뢰딩거와 디랙으로 상징되는 양자론은 훨씬 더 깊은 생각과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더 어려운 작업이었으리라 생각된다.

반도체와 레이저 등을 베스트3에 넣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20세기 사회에 미친 실제적인 응용으로 말한다면 이 둘을 뺄 수 없다. 그러나 이 두 업적 모두가 양자론의 뿌리에서 발생됐으며 양자론처럼 우리의 사고 자체를 바꾼 그런 일이 아니었다. 워스트 3인에서 본 것처럼 세월이 흐르면 기술적인 산물은 보잘 것 없어질 수도 있다. 지금으로부터 1백년의 세월이 흐르면 반도체의 효용이 마치 구식자동차를 보는 그런 느낌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는 우주탐험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몇년 전 미국의 패스파인더호가 화성에 착륙해 놀라운 사진을 보내왔다. 우주의 에너지는 65% 정도가 진공에너지라는 주장이 최근 몇년 동안의 관측을 토대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세기 초에 진공은 ‘에테르’(ether, 빛을 전파하는 매질로 생각됐던 가상의 물질)로 꽉 차있다는 그런 생각과 엇비슷한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상대론에 버금가는 새로운 이론이 나오거나 양자론의 개량판이 이뤄질지도 모른다. 그것이 초끈이론(우주가 미세한 끈으로 구성된다고 생각하는 이론)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나타날 모습인지, 또는 다른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이론이 성공하면 또다시 많은 노벨상을 낳고 베스트 3인이 갱신될 수도 있을 것이다.

'노벨상(Nobel)'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벨상 수상자  (0) 2013.01.11
역대수상자  (0) 2013.01.11
미국의 역대 노벨상 수상자 출신대학  (0) 2013.01.11
역대 노벨상 수상자   (0) 2013.01.11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  (0) 2013.01.11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