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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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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巡禮者 2010. 4. 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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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침묵’ 각박한 세상 속, 잊어버린 침묵의 힘을 느끼다!


해발 1,300미터 알프스의 깊은 계곡에 위치한 카르투지오 수도원. 외부 방문객의 출입을 철저히 제한하고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카르투지오 수도원 수도사들의 일상이 잔잔히 펼쳐진다. 해가 뜨고 달이 지고 별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하는 계절 속에서 기도와 수행으로 자신의 삶을 이어가는 수도사들의 모습이 처음으로 스크린에 드러난다.


1084년 프랑스의 샤르트뢰즈 지역에 성 브루노에 의해 설립된, 가톨릭교 중에서도 가장 엄격하기로 유명한 카르투지오 수도회. 경제적으로 독립적이며 자급자족을 원칙으로 하는 이 수도원은 방문객을 받지 않고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곳이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 열아홉 개 수도원이 있으며, 수도사는 모두 370명이라는 이곳에 필립 그로닝 감독이 카메라를 들이댔다.


‘침묵을 어떻게 영상 속에 담을 것인가’란 화두가 시작이었다. 영화라는 매체가 허용하는 언어를 최대한 배제한 영화를 만들고자 한 감독은 침묵 수행을 하는 카르투지오 수도원이 적격이라 여겼다. 물론 쉽게 촬영을 허락받은 것은 아니다. 감독이 카르투지오 수도원에 촬영을 신청한 것은 1984년. 아직 이르다는 답변을 보내온 수도원은 16년이 지나서야 준비가 되었다며 촬영을 허락했고, 영화는 2005년에야 세상에 선보이게 된다.


감독이 영화를 구상한 지 무려 21년 만에 완성된 것이다. 완성된 <위대한 침묵>은 62회 베니스국제영화제를 필두로 토론토국제영화제, 선댄스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되며 호평을 받았다. 기도드리는 수도사의 옆모습, 종을 치고 미사를 올리는 모습, 음식을 하고 옷을 만드는 모습, 해가 뜨고 별이 지는 자연의 모습 등은 마치 우리네 사찰에서 수행하는 수도승의 일상과도 비슷하다.


영화는 162분이라는 러닝타임에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들을 떠올리게 한다. 6개월간 수도원에서 수사들과 함께 생활한 감독이 담아낸 고요한 풍광들은 언어와 물질로 점철된 세속의 삶을 반추하게 만든다. 고즈넉한 종소리와 서걱대는 옷자락 스치는 소리, 최대한 축약된 말을 통해 절제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다큐멘터리. 네덜란드 고전 명화를 떠올리게 한다는 독일 일간지 <타게스슈피겔>의 평처럼 풍경화 같은 앵글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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