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의학 그리고 대체의학
CHA 의과학대학교 대체의학대학원 원장 전 세 일
I. 서 론
의(醫)는 하나이고, 의학은 여럿이고, 요법은 수 백 가지이다. 의(醫)는 넓은 의미에서 예술(art)이고, 좁은 의미에서 치유 예술(仁術, healing art)이다. 이러한 치유 예술 또는 인술을 이론적으로 이해하고 치료 행위에 접근하는 수단으로 어떤 시기에는 무속(巫俗, shamanism or witchcraft)을 이용하였고, 어떤 때는 종교(宗敎, religion)를 이용하였고, 또 어떤 때는 형이상학과 철학(形而上學 哲學, metaphysics and philosophy)을 이용하였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는 과학과 기술(科學 技術, science and technology)을 이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보완 의학(補完醫學, Complementary Medicine)이니 대체 의학(代替醫學, Alternative Medicine) 이니 하는 말을 흔히 쓰고 있다. 구미 선진국에서 자신들의 정통적(Orthodox 혹은 Conventional)인 서양 의학을 공식적(official)이고 진짜(True)이고 본래(Original)의 의학이라고 간주하기 때문에, 이 본래의 공식적 의학을 기준으로 하여 이 틀 안에 들지 않는 기타의 의학, 의술, 전통 요법, 민간요법 등을 다 보충적이고 대체적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대체 의학이란 말이 일반인들에게까지 보편화되어 쓰이는 데에는, 동양의학의 서양에의 유입이 직접적인 역할을 하였다. 서양 사람들에게 낯 설은 의학이 동양에서 왔으니 “동양의학(oriental medicine)”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자신들의 의학을 상대적으로 “서양 의학(western medicine)"이라 부르게 되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한의학이나 동양의학이란 말이 없었든 것은 아니나 동양의학이란 말이 전 세계적으로 특히 일반인들에게까지 보편화되어 쓰이는 것이 이와 때를 같이 한다는 뜻이다. 엄격한 의미에서는 동양에도 전통 의학과 현대 의학이 있고 서양에도 전통 의학과 현대 의학이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서양 의학을 현대 의학, 동양의학을 전통 의학으로 간주하고 있다.
1970년대 초반에 미국에서 동양의학의 일부인 침술(鍼術, acupuncture)이 의학계와 일반인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미국적 붐을 일으켰고 이것이 세계적 붐을 자극하였다. 이러한 추세에 때를 같이 해서 다른 의학들(other medicines)이 속속 소개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낯선 의학들은 동양에도 많이 있었고 서양에도 많이 있었다. 이 크고 작은 의학들의 혼잡을 정리하기 위해 서양 의학자들은 “서양 의학 외의 모든 의학적 지식과 기술”들을 담는 용어를 새로 만들어서 이를 대체 의학(Alternative Medicine)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구미 각국에서는 우리의 전통 의학인 한의학도 대체 의학에 포함시킨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한의학이 대체 의학에 들어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 나라에서는 의료 제도가 이원화(二元化)되어 있음으로 한의학도 제도권 안의 공식 의학에 속하기 때문이다. 서양 의학, 동양의학, 대체 의학이 동시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오늘날, 이들 의학 속에는 상호보완적인 측면이 많이 있다는 증거를 속속 제시하고 있다.
최근에 전세계적으로 대체 의학에 대한 관심이나 연구열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제도권 안의 의료계에서 널리 받아들이고 인정한다는 뜻이 아니고 적어도 관찰과 연구의 길을 점진적으로 활짝 열어 가고 있는 추세라는 뜻이다. 인간의 본능 중에 ‘살겠다’고 하는 장수 욕망(長壽慾望)이 가장 강하다. 질병이나 부상이 없는 경우의 가상적 수명을 자연 수명(自然壽命)이라 하며, 오늘날 인간의 자연 수명이 120세 가량 된다는 것이 많은 학자들의 견해이다.
평균수명이 자연 수명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부여받은 생명을 인간이 제대로 잘 관리하지 못함으로 인해, 주어진 120년에서 여러 해를 빼앗기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건강이란 어떤 상태이며 질병이란 무엇인가 하는 건강관과 질병관은 장소에 따라 시대에 따라 변해 왔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건강이란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리고 영적(spiritual)으로 정상(well-being)인 상태”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극적인 변화 추세는, 근래 세계 도처에서 일고 있는 신과학 운동(新科學運動, new science movement)이라던가 대체 의학(代替醫學, Alternative Medicine)에 대한 관심의 고조 등과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대체 의학의 이론이나 시술법 가운데 현재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고 또 비교적 많이 응용되고 있는 것들 중에는 신체적 혹은 정신적 또는 사회적인 측면에서는 간단하게 설명도 안되고 이해도 쉽게 되지 않는 부분이 상당히 있다. 따라서 영적인 측면에서까지 그 해답을 구해 보려는 시도가 고조되고 있다. 대체 요법으로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의학자들도 많이 있고, 환자들을 나름대로의 그런 기술로 치료한 경험이 있다는 시술자들도 많이 있고, 또 그러한 치료를 받고 나았다고 믿고 있는 환자들도 많이 있으나, 대체 의학 또는 보완 의학이라고 간주되는 많은 이론과 방법들이 그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은 것도 일부 있기는 하지만, 반면에 과학적인 방법으로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상당히 많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II. 동양의학, 서양의학, 그리고 대체의학
동양의학이건 서양 의학이건 간에 의사가 다루는 대상은 같은 사람이요 같은 질병이다. 사람을 괴롭히는 질병을 퇴치하고 그들의 건강을 지킨다는 궁극적 목표는 같다. 단지 건강이라는 것은 어떤 상태를 말하며, 질병은 왜 생기며 어떻게 하면 건강을 되찾는지에 대한 이해 방법과 진단과 치료를 위한 접근 방법과 시술 방법에 다소 차이가 있을 뿐이다. 서양 의학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검증된 정보만을 정통 의학으로 인정하고 수용한다”는 근거 중심 의학(evidence based medicine)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동양의학과 서양 의학 사이에는 서로 중복되는 면이 많이 있고, 비록 서로 다른 면이 다소 있더라도 그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동양의학에도 있고 서양 의학에도 있는 개념이나 이론이라 하더라도 어떤 부분은 동양의학에서 더 강조하는가 하면 또 어떤 부분은 서양 의학에서 더 강조하는 점도 따로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점들을 차이점이라고 간주하여 열거 해 보면 다음과 같다.
동양의학에선 성질 중에 주로 성(性)을 다루고 서양 의학은 질(質)을 주로 다룬다.
동양의학은 지식 체계의 바탕이 철학적이고 서양 의학은 과학적이다.
동양의학은 주관적인 면이, 서양 의학에선 객관적인 면이 강조되어 있다.
동양의학은 총체적인 이해, 서양 의학은 분석적인 관찰이 강조되어 있다.
치료면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동양의학은 방어적이고 서양 의학은 공격적이다.
동양의학은 경험적이고 서양 의학은 실험적인 면을 강조한다.
동양의학은 적당성을 강조하고 서양 의학은 정확성을 강조한다.
동양의학은 역할(기능)위주이고 서양 의학은 해부학 위주이다.
동양의학은 증(症) 중심이고 서양 의학은 병(病) 중심이다.
이상에서 열거한 동양의학과 서양 의학의 차이점이 곧 동양의학과 서양 의학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차이점 하나하나 마다 그 일부가 서로 중첩되어 있어 공통점이 되기도 하며, 동서 의학 접목의 접합점이 되기도 하며, 상호 보완점이 되기도 한다.
건강과 질병의 변화 과정을 3단계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제일 첫 단계는 ‘자연 치유력’이 제대로 작용을 하여 우리 몸이 ‘정상(正常)’을 이루고 있는 상태이다. 제2단계는 ‘자연 치유력’이 균형(均衡, balance)과 조화(調和, harmony)를 잃은 상태이다. 제3단계는 무형의 ‘자연 치유력’이 균형과 조화를 상실한 정도를 넘어서 실제로 세포(細胞, cell)와 조직(組織, tissue)에 기질적 변화(機質的 變化, mechanical change)가 생긴 것을 말한다. 여기서 기질적 변화라고 하는 것은 세포나 조직에 부종, 충혈, 파열, 증식, 위축, 퇴행 등의 변화가 일어난 것을 의미한다. 이 제3단계가 병적 상태(病的狀態)가 되는 것이다. 건강 중심의 의학인 동양의학에서는 의자(醫者)가 상대하는 대상이 건강(健康)이며, 사람의 상태를 “건강”과 “불건강”으로 나눈다. 그래서 동양의학에서 대부분의 불건강 상태를 기술할 때는 증(證, 症, syndrome)으로 나타나고 병명은 별로 없다. 반면에 병중심의 의학인 서양 의학에서는 병(病)의 개념을 강조하며, 사람의 상태가 병적 상태와 무병의 상태로 구분된다. 서양 의학에는 병을 찾아내는 진단 방법이 무척 발달하였고 또 병을 없애 버리는 치료 방법도 수없이 개발되었다. 동양의학에서는 건강 증진을 위한 섭생법이 수 천 년 동안 전해 내려오고 있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먹고(正食), 제대로 자고(正眠), 제대로 움직이고(正動), 제대로 숨쉬고(正息), 제대로 마음 써야(正心)한다.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의 건강관과 질병관과 치료 접근법은 다음과 같다.
건강과 질병의 3단계
I 단계 II 단계 III 단계
조화(調和) - 정상(正常) 건강( 健康) |
부조화(不調和) 불건강(不健康) |
기질적손상(機質的損傷) 질병 (疾病) |
동양의학의 건강관 (東洋醫學 健康觀)
건강(健康) |
불건강 (不健康) |
∙ 불건강 속에 병적상태가 포함 됨.
서양의학의 질병관 (西洋醫學 疾病觀)
무병(無病) |
병 (病) |
∙ 무병 속에 불건강의 상태가 포함 됨.
치료적 접근법
I II III
조화(調和) - 정상(正常) 건강(健康) |
부조화(不調和) 불건강(不健康) |
기질적손상(機質的損傷) 질병 (疾病) |
∙증(證, 症)도 병(病)도 없다. ∙불건강의 증(證)이 있다. ∙병과 병증(病症)이 있다.
∙건강의 관리를 위하여: ∙불건강을 이기기 위하여: ∙질병을 제거하기 위하여:
① 정식 (正食) ① 생약 (生藥)요법 ① 화학(化學)치료
② 정면 (正眠) ② 기공 (氣功)요법 ② 물리(物理)치료
③ 정동 (正動) ③ 자극 (刺戟)요법 ③ 수술(手術)치료
④ 정식 (正息) ④ 심리(心理)치료
⑤ 정심 (正心)
동양의학의 치료법은 생약 요법(生藥療法, herbology), 운동요법(exercise therapy), 자극 요법(刺戟療法, stimulation therapy)등이 포함되며 자극 요법은 침(鍼), 뜸(灸), 지압(指壓), 부항(附缸)으로 세분된다. 서양 의학의 치료법을 대별하면 광범위한 의미에서 화학적 요법(化學的 療法, chemical therapy), 물리적 요법(物理的 療法, physical therapy), 수술적 요법(手術的 療法, surgical therapy), 심리적 요법(心理的 療法, psychological therapy)을 들 수 있다.
동양의학의 생약 요법과 서양 의학의 화학적 요법은 둘 다 약물(drug)요법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동양의학의 자극 요법과 운동요법에서는 서양 의학의 물리적 요법과 많은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동양의학에서의 칠정(七情)의 개념에서 서양 의학의 심리적 요법과 유사점을 엿볼 수 있다. 가장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분야가 있다면 수술적 요법에 있어 서양 의학이 매우 강한 반면에 동양의학에서는 매우 미미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동양의학의 핵심 개념인 기(氣), 오행(五行), 경락계(經絡系, meridian system)가 서양 의학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동양의학을 과학적으로 연구하여 실험과 검증으로 확인되는 부분이 확대될수록 동양의학과 서양 의학의 공통된 부분의 폭이 넓어져 가고 있다.
II. 대체의학의 내용
지금 가지 알려진 수 백 가지의 보완대체의학을 그 이론과 시술이 비슷한 부류별로 분류하면 대략 7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전통의학(傳統醫學)
자연의학(自然醫學)
심신의학(心身醫學)
영양식이요법(榮養食餌療法)
생약요법(生藥療法)
수기요법(手技療法)
에너지요법(에너지 療法)
또 대체 의학 범주에 들어가는 이론이나 의술은 동양에도 있어 왔고 서양에도 있어 왔다. 따라서 보완 대체 의학에 속하는 다양한 정보는 서양 의학에 더 가까운 것이 있는가 하면 동양의학에 더 가까운 것이 있다.
서양의학에 밀접한 대체의학
① 정골의학 (整骨醫學, Osteopathic Medicine)
② 족부의학 (足部醫學, Podiatric Medicine)
③ 척주교정의학 (脊柱矯正 醫學, Chiropractic Medicine)
④ 중금속제거요법 (重金屬 除去 療法, Chelation Therapy)
⑤ 해독요법 (解毒療法, Detoxification Therapy)
⑥ 최면요법 (催眠療法, Hypnotherapy)
⑦ 심신의학 (心身醫學, Body-Mind Therapy)
⑧ 에너지 의학 (Energy Medicine)
⑨ 영양요법 (營養療法, Nutritional Supplement)
⑩ 분자정형의학 (分子正形醫學, Orthomolecular Medicine)
⑪ 엔자임 요법 (Enzyme Therapy)
⑫ 환경의학 (Environemental Medicine)
⑬ 산소요법 (酸素療法, Oxygen Therapy)
⑭ 자장요법 (磁場療法, Magnetic Field Therapy)
⑮ 응용운동학 (應用 運動學, Applied Kinesiology)
(16) 바디웍 요법 (Bodywork)
(17) 롤핑 요법 (Rolfing)
(18) 꿈 치료법 (Dream Therapy)
(19) 오락치료 (娛樂治療, Recreation Therapy)
(20) 마술요법 (魔術療法, Magic Therapy)
(21) 신경치료 (神經治療, Neural Therapy)
(22) 재건요법 (再建療法, Reconstructive Therapy)
(23) 세포치료법 (細胞治療法, Cell Therapy)
(24) 두개천골자극요법 (頭蓋 薦骨 療法, Craniosacral Therapy)
(25) 홍채진료법 (虹彩 診療法, Iridology)
(26) 자발요법 (自發療法, Autogenic Therapy)
(27) 라이히안 요법 (Reichian Therapy)
(28) 신경언어학적 프로그램 요법 (Neuro-Linguistic Programming)
(29) 도인상상요법 (導引想像療法, Guided Imagery)
(30) 생체되먹이요법 (Biofeedback Therapy)
(31) 무도요법 (舞蹈療法, Dance Therapy)
(32) 생물학적치과치료법 (生物學的 齒科治療法, Biological Dentistry)
동양의학에 밀접한 대체의학
① 아유르베다 의학 (Ayurvedic Medicine)
② 자연의학 (自然醫學, Naturopathic Medicine)
③ 명상요법 (冥想療法, Transcendental Meditation)
④ 요가 (Yoga)
⑤ 기공치료 (氣功治療, Qigong Therapy)
⑥ 생약요법 (生藥療法, Herbal Medicine)
⑦ 꽃요법 (꽃 療法, Flower Remedies)
⑧ 향기요법 (香氣療法, Aromatherapy)
⑨ 소리 요법 (Sound Therapy)
⑩ 원예요법 (園藝療法, Horticulture Therapy)
⑪ 반사요법 (反射療法, Reflexolgy)
⑫ 봉침요법 (蜂針療法, Bee Venom Therapy)
⑬ 접촉요법 (接觸 療法, Touch)
⑭ 심령치료법 (心靈治療法, Psychic Healing)
동서의학 접목형의 대체의학
① 동종요법 (同種療法, Homeopathic Medicine)
② 임상미술치료 (臨床美術治療, Clinical Art Therapy)
③ 절식요법 (絶食療法, Fasting)
④ 쥬스 요법 (Juice Therapy)
⑤ 장요법 (腸療法, Colon Therapy)
⑥ 광선요법 (光線療法, Light Therapy)
⑦ 수치료 (水治療, Hydrotherapy)
⑧ 고열요법 (高熱療法, Hyperthermia)
⑧ 양자의학 (陽子醫學, Quantum Medicine)
⑨ 식이요법 (食餌療法, Diet Therapy)
⑩ 뇨료법 (尿療法, Urine Therapy)
III. 토 의
대체의학은 정통적 의학(conventional medicine)이외의 모든 비주류 의학과 민간요법을 통 털어 지칭하는 말이다. 서양에서는 한의학도 대체의학의 범주 안에 포함시키나 의료제도가 이원화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한의학도 서양의학과 함께 정식의학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대체의학 안에 한의학이 포함되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대체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의학자의 수도 늘어가고 대체의학적 치료를 찾아다니는 환자군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에 있다. 대체의학은 나라마다 문화권마다 산재해 있는 다소 다른 전통적 의술과 이론을 하나의 범주 안에 넣어 놓았을 뿐, 횡적으로 연결시켜 하나의 의학으로 체계화 된 것도 아니요, 기존의 의학보다 앞선 것도 아니요, 더 우수한 의학이라는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며, 새로운 의학도 아닌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묵은 의술의 새로운 관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체의학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는 항목이 360가지 정도에 이르지마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요법의 종류는 60개 내외에 이른다.
대체의학은 의학자들에겐 연구의 대상으로 각광을 받고 있고, 정통적 의학에 한계를 느낀 환자들에겐 “확실한 실패보다는 불확실한 희망에 의존해 보려는 마음‘ 때문에 각광을 받고 있다. 의료인들과 일반인들의 대체의학에 대한 관심은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의 접목을 통한 새로운 의학 창출에 하나의 돌파구를 제시해 줄 것이다. 서양에서는 서양의학을 제외한 모든 의학 (동양의학을 포함한)을 대체의학이라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을 제외한 모든 다른 의학을 대체의학이라 하는 셈이다. 전 세계를 통 털어 잘 체계화되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의학으로서는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의 두 줄기로 대별할 수 있다. 그 외 다른 의학적 지식, 이론, 기술들은 궁극적으로 서양의학 아니면 동양의학 범주에 속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세계의학을 본다면 서양의학의 대체의학이 동양의학이요, 동양의학의 대체의학이 서양의학이 되어야 타당할 것이다.
먼 훗날 모든 의학이 하나로 융합되어 의학을 그저 의학이라고 부르게 될 무렵에는 ‘통합의학(統合醫學)’ 또는 ’전일의학(全一醫學)’이 될 것이다.
미국에서는 100개에 달하는 의과대학에서 대체의학을 어떤 형태로든 교과과정으로 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1992년에는 국립보건원 산하에 대체의학 국(Office of Alternative
Medicine, OAM)을 설립하였고 뒤에 대체의학 센터(National Center of Complementary Alternative Medicine)로 되었다. 이러한 사실이 미국 사회나 의학계가 대체의학을 정식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인 증거라고 해석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확인된 정보만을 정식 의학의 일부로 인정한다”는 철학을 중심사상으로 견지하고 있는 의학계에서는 대학에서의 대체의학 교과과정 설립이나 국립보건원에의 대체의학 센터 설립이 “대체의학을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주고, 연구의 기회를 제공해 주고, 연구자들의 의욕을 고취 시킨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지 대체의학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은 결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대체의학을 연구하는 일부 학자들이 염려하고 경고하는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체의학이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의 한계점을 뛰어넘어 해결사 역할을 하는 우수한 의학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둘째, 대체의학이 만병통치의 요법이라고 착각하는 시술자가 있다. 셋째, 환자에게 정통의학(conventional medicine)을 경시하는 마음을 조장시킬 수 있다. 넷째, 대체의학이 비윤리적 상술에 악용될 수 있다. 다섯째, 수혜자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적정한 자격과 경험을 갖지 못한 치료사(요법사)에 의한 시술이 소비자(환자)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분의 대체의학이 그 치료결과를 지나치게 과장함으로써 신뢰감을 주지 못하는 점과, 전문의료인이 아닌 비의료인들이 대체의학을 표방하고 무책임한 비과학적 비의학적 시술을 행하고 있다는 점과, 사회 분위기가 그것을 옹호하거나 눈감아 주는 점 등을 지적하고 있다.
뉴잉글랜드 저널(1998) 사설에서는“의학에는 오직 적절히 검증된 의학과 검증되지 않은 의학이 있을 뿐이다. 주장, 추축, 증언 같은 것이 증거로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 대체의학도 정통적(conventional)치료법과 똑같이 과학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학협회지(1998)에서도”대체의학도 과학적 검증이 가능함을 보여주고, 모든 치료법의 효능, 안전성, 임상 적용, 의미 있는 결과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에 과학적 방법을 통해 대답하는 것이야말로 환자, 의사, 대체의료시술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양의학, 서양의학, 대체의학 모두에게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고 동시에 각각의 제한점을 지니고 있다. 이론적 바탕과 시술의 접근법이 서로 다른 각 의학마다 서로 보완하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계속 제시되고 있다. 어떠한 형태의 의학이던 과학과 기술(science and technology)을 도구로 삼아 연구하고 개발할 때에만 진정한 세계의학의 일부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IV. 결 론
건강의 정의가 “건강한 몸”에서 “몸과 마음이 건강한 것”으로 되고, 여기에서 “몸과 마음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건강해야 건강”이라고 했다가 드디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리고 영적으로 건강한 것이 진정 건강한 것이다”로 변천해 왔다. 따라서 전인건강의 개념도 변했고 전인치유의 개념도 바뀌었다. 의학에는 속칭 서양의학, 동양의학, 그리고 대체의학이 있다. 의료가 일원화되어 있는 대부분의 외국에서는 서양의학 이외의 모든 의학을 대체의학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동양의학을 대체의학 속에 포함시키지만, 의료제도가 이원화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을 제외한 다른 의학들 만 대체의학으로 간주한다. 대체의학의 상당히 많은 부분이 심리적인 것과 영적인 것을 다루는 경향이 있어서, 이 대체의학의 파급이 건강의 영적 요인에 관심을 북돋우는 계기가 된 이유 중의 하나가 되었다.
의학계에 새로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대체의학과 5000 년 역사를 지닌 전통의학은 21 세기를 맞는 현대의학에 계속 도전하고 있다. 적어도 임상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그렇다. 우리나라의 전통의학인 한의학과 대체의학 속에는, 한계점에 부디쳐 좌절하고 있는 의학전반에 돌파구를 제시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한의학의 세(勢)가 세계에서 제일 강한 우리나라가 동서의학의 접목을 통한 새로운 총체적(總體的), 종합(綜合的), 전일적(全一的)의학을 창출해 낼 가장 좋은 여건을 조성해 놓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의학의 창출과 이의 세계화는 과학적 연구의 뒷밭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한의학과 대체의학의 ”과학화(科學化)”가 아니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연구한다”는 개념이다. 과학의 세계에서는 실험과 검증을 통해서 확인된 정보만을 수용하고 인정할 뿐이며, 동시에 현재 수용하고 인정받는 지식과 이론이라 하더라도 다른 연구에 의해 계속 개선되고 수정되고 보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과학의 특성이며 장점이며 계속 발전시킬 안전장치인 것이다.
대체의학이라 하는 것은 이론과 시술이 체계화된 하나의 의학이 아니라,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의 주류에 속하지 못한 일부의 비주류 의학의 단편적 지식과 시술법 그리고 산재해 있는 민간요법들을 통틀어 부르는 명칭이다. 지금은 360 여 가지의 의술 조각들이 대체의학이라는 이름 아래 한 범주 속에 집어넣은 상태이나, 장차 연구를 통하여 하나씩 하나씩 그 작용 기전과 임상효과가 밝혀지기 시작하면, 대체의학의 일부는 서양의학의 범주에 속하게 될 것이고 또 다른 일부는 동양의학의 범주에 속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정리된 의학은 우선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의 양대 산맥에 속하게 되고, 이때는 “서양의학의 대체의학이 동양의학이요 동양의학의 대체의학이 서양의학”이라는 사고방식을 견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수 십 년이 될지 아니면 수백 년이 될지는 모를 일이나 훗날 언젠가는 그냥 “의학”이라 부르는 하나의 의학이 될 것이다. 현재는 대체의학의 가치를 인정하고 진지한 마음으로 이를 과학적 방법으로 검증 확인하는 한편 철학적 방법으로 이해하는 참된 의과학자들의 출현을 어느 때보다도 더 갈구하는 시대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연구를 하기에 가장 알 맞는 여건을 갖춘 곳이 바로 우리나라이다. 우리나라에서 서양의학과 동양의학과 대체의학의 접목을 통해서 새로운 의학으로 개발 발전시킨다면, 새로운 한국의학이 21세기에 세계의학을 주도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범국가적, 범국민적, 범의학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21세기의 의학을 이끌어 갈 한 차원 높은 새로운 의학의 창출을 해야 될 때는 지금이요, 해야 될 곳은 우리나라요, 해야 될 사람들은 우리들이다.
이번에 문학, 철학, 어학, 예술 등을 매체로 삼아 이들을 한데 아우르는 새로운 개념의 요법으로 “인문치료”를 소개하는 것은 전일의학(全一醫學)을 갈구하는 새 시대에 참신한 도전이라 아니할 수 없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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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일 : 보완대체의학의 임상과 실제, 한국의학사, 2009
Bauman E., Brint AI, Piper L, Wright PA, : The Wholistic Health Hand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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