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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역사를 다시본다 - 알록 로이 부산외대 인도어과 교수

역사 자료

by 巡禮者 2010. 4. 17.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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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트마 간디는 누구인가? 간디라는 사람을 떠올릴 때면 전통적인 틀을 깬 정치적인 전략가, 항상 한발 앞서 행동하는 사상가와 철학자, 관직에 오르지 않아도 인도의 국가원수이상의 직위를 인정받는 인류의 정신지도자 같은 말이 떠오를 것이다. 평화주의자와 비폭력 주의자, 발가벗은 성자 등으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간디를 장군으로 볼 수도 있을까?


간디가 아무리 평화주의자였다해도 그는 그가 믿는 바를 위해 싸우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승리와 파괴를 위해 훈련 받는 군 대신, 그는 군 입대의 문을 남, 녀, 나이, 종교, 민족적 차별 없이 누구에게나 열어 주었다. 위대한 장군으로서 그의 주목표는 비폭력 정신에 따라 무기를 소지 하지 않고 손과 발이 묶인 부하들의 목숨을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 속에서도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 것이었다. 막강한 영국군대를 맞서는데 있어서 그에게는 비폭력이야말로 가장 적절한 전술이었다. 물론 그는 인류에게 전쟁 무기와 병기 대신 색다른 무기 “satyragraha (삿띠야그라하)”, 즉 진리의 힘으로 싸우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는 한 두 번의 전투에서 이기기보다는 평화 공세를 통한 갈등의 완벽한 해소를 위해 싸워야 된다고 했다. 그는 전쟁터에서 Karma(인과응보)를 인간의 종교 생활의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간디의 영성의 뿌리는 사회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약한 자에게 힘을 실어주는데 있었다. 그의 전쟁은 인도의 독립과 자유민주주의 수립에 그치지 않고 이 지구상에서 한 사람도 소외 받지 않고 살 수 있을 때까지 지속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간디의 비폭력에 대한 인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본래의 뜻을 벗어나 논쟁의 여지를 일으키려 하고 있다. 심지어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폭력을 쇠퇴해 버린 유토피아적 이상주의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간디의 생각과 행동이 승승장구 하던 백 년 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생각을 똑같이 이상적인 시각으로 보았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실용주의의 개념아래 막대한 파괴력만이 평화 구축의 길이라는 생각은 역사에서도 입증되지 않은 신화일 뿐이다.

충돌과 불평등의 역사적 속박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있어 여태까지의 전쟁행위는 잔인한 대량 학살을 관습으로 따르며 이를 습관적으로 행해왔다. 역사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그만큼의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증명해왔다. 간디는 우리들의 속박되어 있는 사고방식을 일깨우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라는 생각은 우리 모두의 눈을 멀게 할 뿐” 이라는 진리를 말해주려 했다. 안타깝게도, 그의 진리는 눈에 띄지 않은 채 넘어가 버렸다.


간디가 우리에게 남긴 많고 많은 교훈들 중, 가장 위대한 교훈은 아마 우리들의 문제로부터의 해방과 우리들에게 주어진 권한은 꼭 파멸적일 필요가 없다는 사실일 것이다. 충돌은 매듭지어 질 수 있고 불평등은 견제될 수 있기에…. 

마하트마 간디가 장군다운 장군으로 타당한지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간디 장군을 따를 신념과 정신력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의 군대는 살인 훈련을 받지 않았다. 그들에게 만약에 돈이 있다면 그들은 그 돈을 최신 무기를 개발, 구입 하는데 쓰는 대신 지긋지긋한 가난을 누그러뜨리고 적절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사용했을 것이다.

위대한 장군으로서 간디는 그의 군대가 전멸당하지 않도록 하면서 한 사람의 적군도 죽이지 않게 하는 현명한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의 군대가 적군을 미워하지 않고 계속 승리의 먼 길을 걸을 수 있는 용기와 힘을 키워 나갔기 때문이다. 간디는 이러한 방법으로 전쟁에서 이겼을 뿐만 아니라, 그는 적군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량 살상의 역사 대신에 행복의 역사를 만들려고 한 그는 평화에 대한 부처와 예수의 가르침을 진정으로 실천 시키는 사람이었다.


비폭력을 통해 인도독립을 가져다준 간디는 독립 기념행사에 참가하기보다 인도대륙 곳곳에서 일어나는 집단 폭동을 막기 위해 단식투쟁을 택했었다. 간디가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맞으며 무기력해져 있을 때 한 사람이, “왜 자기 자신을 죽이려 하느냐? 나를 봐라. 나는 나의 아이들을 죽인 무슬림을 죽였다.” 라고 화가 나서 그에게 소리쳤다. 그 때도 간디 안에 있던 장군은 아직 강인하게 살아 있었다. 그는 위대한 장군으로서 그에게 명령했다. “당신이 죽인 그 사람의 아이들을 찾아 당신의 지붕 밑에서 모시고 키워라. 그것도 힌두 아이들로서가 아니라 무슬림 아이들로서.”


알렉산더 대왕, 징스칸, 줄리어스 시저, 나폴레옹과 같은 위대하고 잔인한 전쟁 영웅들은 우리의 생각을 너무나도 오랫동안 사로잡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피로 얼룩진 역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간디같이 비폭력을 무기로 삼는 장군들이 지구 곳곳에 생겨났을 때 우리의 미래는 한층 더 밝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종교와 평화 [8호 (07년10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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