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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9) 모든 이 위해 낮은 자 되신 그리스도/배광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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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9) 모든 이 위해 낮은 자 되신 그리스도/배광하 신부

주님 공현 대축일 (마태 2, 1~12) : 동방 박사들의 방문
발행일 : 2008-01-06 [제2581호, 6면]

일어나 비추어라

모든 민족들에게

1928년 아르헨티나 로사리오의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나 의과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며 시인을 꿈꾸다 핍박받는 민중의 아픔을 보며 혁명의 투사가 되어 짧은 삶을 마감한 ‘체 게바라(1928~1967)’라는 전설적인 혁명가는 1964년 자신의 편지에 이 같은 글을 남깁니다.

“만일 당신이 이 세상에서 불의가 저질러질 때마다 분노로 떨 수 있다면 우리는 동지입니다. 이 점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체 게바라는 자신의 조국에서 활동하지 않습니다. 고통 받는 제3세계에서 활동하다 결국 타국에서 39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합니다. 이는 폭력을 미화하거나 두둔하기 위함이 아니라, 전 세계 젊은이들의 우상인 체 게바라의 진솔한 삶, 그리고 지칠 줄 몰랐던 열정, 그 무엇보다도 자국의 이익에 사로잡힌 편협된 국가관, 이기적인 삶이 아니라 보편적 세계 시민 사상 속에 살았던 모습이 우리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부끄러운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도록 하기 때문에, 주님공현 대축일인 오늘 그를 소개하는 것입니다.

주님공현 대축일은, 아기 예수님께서 공적으로 당신의 모습을 세상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신 것을 경축하는 축일입니다. 그냥 당신의 모습을 드러내 보이신 것이 아니라 당신께서 이 세상에 오신 까닭을 밝히신 것입니다. 그것은 이스라엘의 선민 사상적 편협된 구원관이 아닌 온 세상 모든 인류의 구원을 위하여 세상에 오신 사명을 밝히시는 것입니다. 자기들만의 축제, 잔치, 구원이 아닌, 모두를 위한 구원의 축제를 열자고 당신을 세상에 보이신 것입니다. 그렇게 하자면 먼저 그리스도 아기 예수님께서 보이신 낮춤, 가난이 함께 해야 함을 구유의 예수님께서는 가르치고 계십니다.

낮춤은 가난한 백성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며, 가난은 백성과 함께 살아야 함을 말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소위 백성의 참된 지도자였던 사람들이나, 성인 성녀들, 시대를 이끈 선각자들은 겸손과 가난을 온 몸으로 살았던 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체 게바라의 글처럼 이 세상에 평등과 평화를 위협하는 권력의 불의가 저질러질 때에는 분노로 몸을 떨었던 분들이셨습니다. 구약의 예언자들도, 신약의 예수님께서도 그냥 계시는 분이 아니셨습니다. 특정 계층의 기득권과 그에 따른 백성들의 일방적인 착취나 억압된 삶에 떨며 일어나셨던 분들이셨습니다.

우리는 이분들을 지도자, 선각자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공현축일을 맞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보편 신앙을 살아야 할 것을 명하고 계시는 것입니다.

평화가 꽃피게 하소서

오늘 화답송에서 시편 저자는 장차 오시게 될 새 임금님, 메시아께 간절히 호소합니다. 참된 정의와 평화를 꿈꾸며 그 세상이 영원하기를 소망합니다.

“그의 시대에 정의가, 큰 평화가 꽃피게 하소서, 저 달이 다할 그때까지. 그가 바다에서 바다까지, 강에서 땅 끝까지 다스리게 하소서”(시편 72, 7~8).

예수님께서는 결코 이스라엘에 국한되시는, 2천 년 전이라는 시간에 제한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그분께서는 온 세상 모든 민족들에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영원한 평화와 참된 정의를 베푸실 분이십니다. 그것이 당신을 세상 모든 이들에게 드러내 보이신 공현의 참된 의미입니다. 영원한 평화와 참된 정의를 꿈꾸며 메시아를 간절히 기다렸던 구약의 가난한 이스라엘 백성의 마음으로 이 나라를 이끌 새 대통령, 평화와 정의로 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를 기다린 우리들이 주님공현 축일에 또다시 묵상하고 명심해야 할 것은, 예수님의 삶입니다.

우선 편협된 개인주의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 나라, 내 고장, 내 가정만을 생각해서는 공현을 사는 것이 아니며, 그 같은 편협된 생각으로는 결코 평화와 정의가 꽃필 수 없습니다. 세상은 이제 세계가 한 가족으로 살아야 합니다. 시야를 넓혀야 합니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만백성과 함께 계시는 예수님처럼, 세대와 세대간, 진보와 보수간(시간)의 화합과 포용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지역과 지역 간(공간) 차별과 반목이 있어서는 안되며, 그 반목과 미움을 깨뜨릴 수 있어야 합니다. 참된 지도자란 분명 그렇게 살아야 하며 백성을 그렇게 이끌어야 합니다. 특별히 공현을 사는 그리스도인들은 이 점을 분명히 명심해야 합니다. 그것이 깨어질 때, 우리는 분연히 떨며 일어날 수 있어야 합니다. 때문에 오늘 바오로 사도는 모두 주님의 사랑받는 구원의 백성임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민족들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복음을 통하여, 공동 상속자가 되고, 한 몸의 지체가 되며, 약속의 공동 수혜자가 된다는 것입니다”(에페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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