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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2) “같은 뜻으로 하나가 되십시오”/배광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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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2) “같은 뜻으로 하나가 되십시오”/배광하 신부

연중 제3주일 (마태 4, 12~23) : 갈릴래아 전도를 시작하시다
발행일 : 2008-01-27 [제2584호, 6면]

- 어둠을 뚫고 빛으로 -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이방인의 사도로 불리움을 받은 바오로는 복음이 이스라엘이라는 좁은 울타리에 머물지 않고 서방 세계로 전파될 수 있도록 만든 일등공신입니다.

그는 3차에 걸친 선교여행에서 많은 교회들을 설립합니다. 신약성경의 바오로 서간은 대부분 바오로 자신이 설립한(물론 성령께서 세우셨지만) 교회의 여러 위험을 걱정하며 격려와 권고, 질책과 충고를 담은 내용들입니다.

새로이 세워진 지역 교회에 대한 바오로 사도의 가장 큰 걱정은, 이제 막 복음의 씨앗이 여린 싹을 틔우는데, 분열을 일으키는 악한 무리들이 교회에 침투하여 교회 공동체를 갈라지게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

그리하여 오늘 코린토 교회의 경우처럼, 교회 내에 저마다 바오로 편, 아폴로 편, 케파 편, 그리스도 편으로 분열이 되어 싸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같은 분열이 바오로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였고, 걱정이 되게 만든 것입니다. 그리하여 사도 바오로는 오늘 이렇게 권고합니다.

“모두 합심하여 여러분 가운데에 분열이 일어나지 않게 하십시오. 오히려 같은 생각과 같은 뜻으로 하나가 되십시오”(1코린 1, 10).

바오로 사도가 밀레토스에서 에페소 원로들과의 마지막 감동적인 이별의 장면에서도 바오로는 격한 눈물을 흘리며 공동체의 일치를 강조하였습니다(사도 20, 18~35 참조).

오늘날 교회 안에서도 이 같은 분열의 모습들이 종종 보입니다. 그 옛날 바오로 사도의 시대처럼, 대부분 순박하고 겸손한 교우들이 아니고 교만과 허세에 가득 차, 그 교회에 기득권 세력을 쥔 그야말로 유지들이 그 같은 분열을 조장합니다.

그리하여 사사건건 사목자의 일에 파벌을 조성하여 반대를 일삼고 심지어 집단으로 갈라서기까지 합니다. 그들 대부분은 교만한 유지입니다. 아무리 작은 시골에 가더라도 이 같은 허세 부리는 유지들이 꼭 있게 마련입니다.

유지…, 제 자신은 이들을 ‘유지(油紙)’라고 부릅니다. ‘기름종이’, ‘기름종자’들 이란 뜻입니다. 이들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물에 섞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늘 물과 분리되어 둥둥 떠 있습니다.

신앙의 종이에 교만과 허세의 기름칠을 하여 하느님 백성과 흡수되지 않고 저희들끼리 떠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이신 예수님께서도 저 권능의 옥좌에서 내려오시어 세상 천민들, 죄인들 속에 흡수되시어 사셨는데, 인간이 감히 교만스럽게 떠있습니다. 예수님 회개의 준엄한 외침은, 분열을 조장하는 이 같은 무리들에게로 집약되어 있습니다.



회개하여라

본당 사목 중 가장 졸열하고 보기 흉한 모습은, 회장이든, 단체장이든 책임을 맡은 이가 임기가 되어 물러났을 때, 그 직무에 대한 애로사항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백의종군의 자세로 자신의 후임자를 잘 보필해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섭정을 하려 든다는 것입니다.

정말 꼴불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의 임기 때가 더 좋았었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신임 단체장보다 전임 단체장이 더 잘했다는 소리를 들어 가지고서야 어떻게 발전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파벌을 조성하여 자신의 세를 불리는 작태를 서슴지 않고 자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행태들이 순수한 교회를 멍들게 하고, 많은 교우들의 눈에 실망을 안겨주어 그들이 거룩한 교회를 떠나게 만듭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을 선포하시면서 즈불룬과 납탈리 땅, 어둠과 암흑의 땅에 사는 천대받는 백성들에게로 손수 들어가십니다. 그리고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백성들에게 빛으로써 선포하십니다.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마태 4, 17).

암흑의 슬픔 속에 살고 있는 백성들과 섞이지 못했던 교만, 어둠의 통곡 소리를 듣지 못했던 나태, 천대받는 백성들의 아픔에 동참하지 못했던 무관심, 죽음의 검은 독버섯이 얼굴에 피어올라도 자각하지 못했던 기득권 싸움 등을 회개하라고 외치시는 것입니다.

나아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크고 작은 권력을 남용하여 공동체 위에 군림하려 들었던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지도자들에게 회개하라 외치시는 것입니다. 온갖 으름장을 놓으면서 가뜩이나 기가 죽어있고, 힘이 없는 불쌍한 당신 자녀들을 괴롭혔던 그 같은 작태를 어서 멈추고 회개하라 하신 것입니다.

각 개인이 지니고 있는 하느님의 가장 소중한 선물인 ‘자유의지’를 어떠한 압력으로든 짓밟은 죄를 뉘우치라 하시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존엄하신 하느님의 자리에 무엄하게도 자신이 앉으려 하였던 교만을 회개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과 함께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백성들이 큰 빛을 볼 수 있도록, 그분의 제자가 되어 그 속으로 들어가 빛이 되자는 초대의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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