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579) 당신의 기도는 어떤 모습?/배광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0. 18:34

본문

 

(579) 당신의 기도는 어떤 모습?/배광하 신부

연중 제9주일 (마태 7, 21~27)
발행일 : 2008-06-01 [제2601호, 6면]

- 반석 위에 지은 집 -

행실로 보여라

예수님 오시기에 앞서 그분의 길을 닦으신 세례자 요한은 많은 군중들에게 회개하였다는 것을 행실로 보이라고 요구하였습니다. 말로만의 회개가 아니라 행동으로 회개의 열매를 맺으라고 구체적인 요구를 한 것입니다.

즉, 옷을 두 벌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이에게 나누어 주고, 먹을 것을 가진 사람도 그렇게 해야 하며, 정해진 것보다 더 요구하지 말 것이며, 강탈하거나 갈취하지 말고 자신의 봉급으로 만족하라고(루카 3, 10~14 참조)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그의 가르침을 따라 세상이 주지 못했던 참 기쁨을 살게 됩니다. 이는 예전의 습성에 매여 살지 않고 해방과 자유의 주님을 따르는 삶을 의미합니다.

그리하여 제 몸 귀한 줄 모르고 함부로 굴리며 살던 창녀가 회개하여 깨끗하고 거룩하게 살게 됩니다. 자기 몸에 상처를 내며 포악한 개처럼 살던 악령 들었던 사나이가 예수님의 한 말씀에 온순한 사람이 되고, 동족의 피를 빨아 제 뱃속을 채우던 세리가 자신의 재물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 예수님을 따르게 됩니다.

서로 미워하며 이를 갈던 사람들에게 용서가 샘솟게 되며 사랑과 평화를 살게 됩니다. 그야말로 인생을 함부로 살던 사람들이 인생의 소중한 가치를 되찾아 삶의 기쁨을 누리게 됩니다.

이기주의로 똘똘 뭉쳐 살던 사람들이 공동체를 우선 생각하게 되고 공동체 안에서 기쁨을 찾는 기적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리하여 짓게 되는 하느님의 집은, 이전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됩니다. 탐욕과 물질의 우상이던 허울뿐인 모래 위에 지은 집이 사랑과 희생의 행실로 짓는 반석 위의 집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교 역사 안에서 모든 신앙인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는 성인 성녀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며 사셨던 분들이기 때문에 그 같은 존경을 받는 것입니다.

그분들에게 있어서 불행은 마음을 닫아 건 세상의 부와 권력에 있었으며, 하느님 말씀에 신뢰와 믿음을 두지 못함에 있었던 것입니다.

실로 모든 집착을 버리고 말씀을 따랐을 때, 그 때부터 그들에게는 진정 자유와 평화가 찾아 왔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드렸던 기도가 잘못 되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 21)

말이 난무하는 시대에

어떤 수녀원의 현관에 앵무새 한 마리가 모든 수녀님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유는, 그 앵무새가 모든 수녀님들의 심정을 대변하듯 “아유, 우리 원장 수녀님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하고 시도 때도 없이 떠들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이 앵무새의 소리를 직접 들은 원장 수녀님이 기가 막혀 하며 교구청에서 한숨 섞인 이야기를 하자 다행히 주교님께서 교구청의 앵무새는 거룩한 말을 배웠다하니 원장 수녀님은 두어 달 빌려와 수녀원 앵무새와 함께 길렀습니다.

한 달쯤 지난 뒤에 원장 수녀님이 앵무새에게 가보았더니 아직도 그 앵무새는 “아유, 우리 원장 수녀님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하며 말하고 교구청의 거룩한 앵무새는 곁에서 운을 받아,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 주소서.” 하고 말하였다 합니다(?).

우리는 자주 기도할 때에 앵무새와 같은 기도를 하였습니다. 입으로는 주님을 찬미하면서도 마음으로는 형제를 죽이고 있었으며, 거룩한 미사 성제에서도 앵무새 마냥 같은말로 마음에 없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늘 건성으로 주님을 불렀지, 자신의 삶을 바꾸려 하지 않았습니다. 야고보 사도는 이 같은 모습의 신앙을 이렇게 꼬집습니다.

“혀는 쉴 사이 없이 움직이는 악한 것으로, 사람을 죽이는 독이 가득합니다. 우리는 이 혀로 주님이신 아버지를 찬미하기도 하고, 또 이 혀로 하느님과 비슷하게 창조된 사람들을 저주하기도 합니다.”(야고 3, 8~9)

온갖 말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난무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저마다 자기 주장이 옳다고, 자기 말만 들으라 하고, 남을 깎아 내리거나 협박하거나 을러대는 말 속에, 억지웃음을 자아내게 만들거나 온통 부풀린 거짓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이럴 때 교회 안에서의 기도조차 협박과 공포를 조성하거나 같은 말의 되풀이로 구원을 이루었다고, 기도를 많이 했다고 자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회개하였다는 행실은 보이지 않으면서, 나눔을 산다는 행실은 보이지 않으면서 “주님, 주님!”만을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그런 기도 때마다 주님의 오늘 말씀을 상기해야 합니다.

“나는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 내게서 물러들 가라. 불법을 일삼는 자들아!”(마태 7, 23)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