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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8) 성령과 살고 하나되는 우리 / 배광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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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8) 성령과 살고 하나되는 우리 / 배광하 신부

성령 강림 대축일 (요한 20, 19-23) : 마음의 빛이신 성령님
발행일 : 2009-05-31 [제2650호, 8면]

성령의 바람

오늘은 섬진강을 따라 지리산 피아골 계곡의 아름다운 피정의 집에서 피정을 하고 있습니다. 벌써 지리산 계곡은 여름 마냥 녹음이 짙어졌습니다. 계곡에서 부는 바람은 가슴 속 깊이 시원함을 자극하며 닫힌 숨통마저 열리게 해 줍니다. 혼자서 만끽하기에는 죄스러운 마음이 있습니다. 태초에 하느님께서 흙으로 인간을 빚어 만드신 후 그 코에 당신의 숨을 불어 넣으시자 비로소 살아있는 생명체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하느님의 그 숨결은 숨이 막혀 답답해하는 인간의 모든 숨통을 트이게 하셨던 모습인지도 모릅니다. 지리산 계곡의 바람을 맞으며 이 땅의 모든 막혀있는 것들을 생각해 봅니다. 대화의 단절, 불신,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데서 오는 크고 작은 답답함, 숨막힘, 숨을 쉴 수 없는 도시의 공해, 뚫리지 않는 교통의 흐름 속에 갇혀버린 영혼들, 파괴되는 자연과 그 속에서 울부짖는 많은 생명들, 세상은 진정 성령의 시원한 바람을 절규하며 바라고 있습니다.

오늘 또다시 저는 성령송가의 기도를 간절히 바칩니다. “진정 나무 그늘 하나 없는 메마른 대지에서 땀 흘리는 노동자들에게 당신의 바람을, 휴식을 주시도록, 언제나 막혀만 있었던 사람들의 굳은 마음을 당신의 숨, 숨결로 뚫어 주시도록, 그리하여 당신의 바람이 부는 세상 그 어디에서나 당신을 가장 좋은 위로자, 영혼의 기쁜 손님, 흐뭇한 안식으로 맞이하여 비로소 가슴 깊이 빛이 스며드는 시원함을 맛보게 하소서.” 그리고 그 바람이 영원히 그치지 않도록 기도해 봅니다. 숨, 숨결, 바람이신 성령께서는 결코 내 자신에게만 당신의 바람을 불러일으키지 않습니다. 계곡의 바람도 불고 싶은 대로 이리저리 불어 모든 사람을 시원하게 하며, 세상의 숨통을 트이게 만들어 기쁨을 줍니다. 그래서 사도 성 바오로도 오늘 이같이 성령을 소개합니다. “하느님께서 각 사람에게 공동선을 위하여 성령을 드러내 보여 주십니다”(1코린 12,7).

우리는 개인적으로, 이기적으로 살았습니다. 더 많이, 더 높아지려고만 하여 허물 수 없는 벽이 되어 버렸습니다. 막히고 통하지 않는 것은 언어만이 아니었습니다. 진정 통하지 않고 막힌 것은 마음이었습니다. 하느님은 몸이시고 우리는 모두 지체입니다. 우리의 몸속에는 하느님의 성령, 그 뜨거운 숨이 흐르고 있기에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흐르는 물처럼

이른 아침마다 계곡의 물을 따라 걷습니다. 지리산 피아골 계곡의 물은 섬진강으로 흐르고 마침내는 바다에 이를 것입니다. 바다는 어머니이고 하느님이십니다. 계곡의 물은 수없이 많은 바위와 장애물을 뚫고 뚫어 바다를 향한 여정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곳에 도달하여 마침내 그는 영원한 안식을 누릴 것입니다. 예로부터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고 하였습니다. ‘상선약수’, 다투지 않고 흐르며 고인 곳에서는 잠시 멈추는 피정도 갖다가 무리한 흐름이 아니고 자연의 섭리에 자신을 맡겨 그야말로 유유히 흐릅니다. 더러운 것들은 씻기우면서 부족한 곳에 자신을 희생하여 버릴 줄도 아는 넉넉함도 있습니다. 성령께서도 물이십니다. 계곡의 물을 마시며 물이신 성령께서 내 온몸 구석구석 퍼지고 계심을 느껴봅니다. 그분의 생기, 그분의 힘, 그분의 은총이 세상 온 누리에 퍼지도록 오늘 저는 또다시 성령송가의 기도를 성령님께 간절히 바칩니다. “진정 물 한 방울 없이 타는 목마름으로 생기를 잃어가는 당신 백성들에게 성령의 물을 부으시어 그들 마음과 육신에 생기를 돋우어 주십시오. 온갖 불목과 미움과 원망으로 깊이 파인 우리들 마음의 골짜기를 성령의 물로 가득 채우시어 그 골짜기를 벗어나 강이신 어머니, 하느님의 바다로 흐르게 하여 주소서. 인생살이에서 짓고 또 짓는 온갖 죄악의 더러움을 성령의 물로 씻기시어 어린 아이와 같은 새살, 새 영혼이 솟아나도록 씻겨 주소서. 용서하지 못했고, 화해하지 못했으며, 끝까지 독선과 이기적으로 살았던 우리의 메마른 가슴, 그 먼지 나는 목마른 땅에 성령의 물을 부어 주시어 우리가 이 갈증에서 벗어나도록 당신의 생기를 주소서.”

오늘 예수님께서는 여러 세상적인 걱정과 불안으로 문을 닫아걸고 있는 제자들, 우리들 마음에 문을 열고 들어오시어 성령의 평화를 전하십니다. 제자들은 너무도 기뻐하며 다시 생기가 살아납니다. 죽음에서, 공포에서, 온갖 걱정에서 해방되어 자유의 기쁨을 체험합니다. 이제 다시 생기를 찾고 일어난 제자들을, 아니 우리들을 예수님께서는 세상에 파견하십니다. 그 살아남은 생기를 우리만 독점하지 말고 억눌려 생기없이 사는 세상 모든 이들에게 전하라고 숨을, 용기를 불어 넣으시며 힘차게 말씀하십니다. “성령을 받아라”(요한 20,22). 성령은 뜨거움이며 바람이며 생기를 주는 물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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