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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8) 당신은 어떤 부류의 사람입니까/ 손용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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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8) 당신은 어떤 부류의 사람입니까/ 손용환 신부

주님 수난 성지 주일(루카 22,14-23,56) : 창
발행일 : 2010-03-28 [제2690호, 10면]

예수님의 죽음을 그린 페터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의 <창>은 뼛속까지 사무치는 슬픔을 느끼게 합니다. 이 성화는 루카복음 23장 33~46절과 요한복음 19장 16~37절이 그 배경입니다.

그림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윗부분에는 십자가에 처형된 세 사람이 보이고, 아랫부분에는 처형된 죄수들의 주변인물들이 보입니다. 그림의 위와 아래를 연결해 주는 것이 바로 창입니다. 그래서 이 성화의 제목이 창입니다.

먼저 윗부분을 봅시다. 그분의 오른쪽에는 나쁜 강도 한 사람이 예수님께 절규합니다. “당신은 메시아가 아니시오? 당신 자신과 우리를 구원해 보시오.”(루카 23,39) 그의 절규에는 믿음이 없습니다. 단지 죽음에 대한 분노와 주변 사람들에 대한 적대감만 있습니다.

그분의 왼쪽에는 선한 강도 한 사람이 다른 죄수를 꾸짖으며 예수님께 애원합니다. “예수님, 선생님의 나라에 들어가실 때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루카 23,42) 그의 애원에는 믿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시선은 그의 마지막 희망을 반영하듯 하늘을 향해 있습니다.

중앙에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있습니다. 명패에는 ‘이자는 유다인들의 임금이다’라는 죄명이 히브리어, 그리스어, 라틴어로 적혀 있고, 예수님의 다섯 상처에서는 선혈이 흘러내립니다. 그분은 죽어 있지만 그분의 근육은 풀리지 않고 힘이 있습니다. 그분의 죽음은 마지막 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선한 강도에게 이르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너는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루카 23,43) 그분은 마지막 순간에도 오늘 우리에게 하늘나라를 선포하는 것입니다.

낮 열두 시쯤 되자, 어둠이 온 땅에 덮여 오후 세 시까지 계속되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십자가 뒤에는 먹구름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그분의 죽음이 애처로워 태양마저 빛을 잃었습니다. 그분은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루카 23,46) 라고 외치며 숨을 거두셨습니다. 그래서 그분의 얼굴에는 죽음의 검은 그림자가 가득합니다.

이제 아래쪽을 봅시다. 세 부류의 인간들이 있습니다. 예수님이 이미 숨지신 것을 확인하고 그분의 옆구리에 창을 찌르는 군인과 처형자들이 한 부류이고, 그분의 죽음을 보고 깊은 슬픔에 잠겨 애도하는 어머니와 제자와 추종자들이 다른 한 부류이며, 그분의 죽음을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구경꾼들이 마지막 한 부류입니다.

구경꾼들은 빈정거리며 말합니다. “이자가 다른 이들을 구원하였으니, 정말 하느님의 메시아라면 자신도 구원해 보라지.”(루카 23,35)

군인들도 그분을 조롱하며 말합니다. “네가 유다인들의 임금이라면 너 자신이나 구원해 보아라.”(루카 23,37) 그러나 그분께서 이미 숨지신 것을 보고 군사 하나가 창으로 그분의 옆구리를 찔렀습니다. 그러자 그분의 옆구리에서 피가 흘러나왔습니다. 다른 군사 하나는 이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고, 또 다른 군사 하나는 강도의 다리를 부러뜨리기 위해 못을 빼어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추종자들은 슬픔이 가득합니다. 어머니는 죽음의 색인 검은색 옷을 입고 시선을 아들에게로 두지도 못한 채 넋을 잃었습니다. 그분의 충혈 된 눈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예수님의 사랑받던 제자 요한도 사랑하는 스승의 죽음이 너무나도 슬퍼 눈을 가리며 어머니께 기댑니다. 마리아 막달레나도 그분의 발에 흐르는 선혈을 보고 두 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따르던 다른 여자 중 한 사람도 그분의 죽음을 슬퍼하며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어떤 부류의 사람입니까? 예수님의 죽음을 어떤 눈으로 바라봅니까? 처형자입니까? 추종자입니까? 아니면 구경꾼입니까?


창, 페터 파울 루벤스 作(1619-20).
손용환 신부 (군종교구 쌍용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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