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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2) 양들을 위해 어린양 되신 목자/ 손용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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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2) 양들을 위해 어린양 되신 목자/ 손용환 신부

부활 제4주일 (요한 10,27-30) : 목자의 꿈
발행일 : 2010-04-25 [제2694호, 10면]

착한 목자이신 주님, 오늘 당신 말씀을 듣노라면 화가 납니다. 오늘 당신은 말씀하셨습니다.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나는 그들을 알고, 그들은 나를 따른다.”(요한 10,27)

정말 양들이 당신의 목소리를 알아들었습니까? 정말 양들이 당신의 마음을 알고, 당신을 따랐습니까? 그런데 왜 당신께서는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마태오 8,20)고 하셨는지요? 왜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마태오 9,38)고 하셨는지요? 사람들에게 비유로 말하는 이유가 왜 “저들이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마태오 13,13)고 하셨는지요? 왜 “너희는 하늘의 징조는 분별할 줄 알면서 시대의 표징은 분별하지 못한다.”(마태오 16,3)고 하셨는지요? 베드로에게 왜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마태오 16,23)고 하셨는지요? 예루살렘을 두고 왜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예언자를 죽이고 자기에게 파견된 이들에게 돌을 던져 죽이기까지 하는 너! 암탉이 제 병아리들을 날개 밑으로 모으듯, 내가 몇 번이나 너의 자녀들을 모으려 하였던가? 그러나 너희는 마다하였다.”(마태 23,37)고 하셨는지요? 최후의 만찬에서 제자들에게 왜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마태오 26,21)고 하셨는지요? 당신께서 잡히실 때 왜 제자들은 모두 당신을 버리고 달아났는지요?(마태오 26,56) 사람들이 왜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마태오 27,22.23) 하고 외쳤는지요?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시는 당신께서 왜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마태오 27,46) 라고 부르짖으셨는지요? 정말 알 수가 없습니다.

주님, 당신은 양들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으셨습니다. 그래서 남은 게 뭡니까? 달랑 십자가밖에 없지 않습니까? 저도 양들을 위해 애써 보았습니다. 그들을 위해 밤도 지새워 보았고, 그들을 찾아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양식을 주기 위해 제 주머니도 다 털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남는 게 없더군요. 그들은 끊임없이 달라고만 하고, 목자의 희생만을 요구하며, 주지 않으면 이내 달아나 버립니다. 제가 삯꾼이어서 그럴까요?

착한 목자이신 주님, 그래도 당신은 행복한 목자이십니다. 당신은 길 잃은 양 한 마리만 찾으면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잃은 양이 아흔 아홉 마리입니다. 당신의 양은 당신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당신을 따랐지만 저의 양은 아예 볼 수도 없으니 제 목소리를 알겠습니까?

그들은 자기 목장도 잊은 채 남의 목장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풀을 뜯어 먹는 게 더 쉽다고 제 목장을 떠나가 버렸습니다. 그들의 수가 너무 많아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어찌할까요? 저도 제 목장을 버리고 다른 목장의 삯꾼이라도 될까요?

착한 목자이신 주님, 저도 양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고 싶습니다. 저도 그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고 싶습니다. 제 소망도 당신의 소망처럼 제 양들을 영원토록 멸망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저도 당신처럼 저에게 맡기신 그들을 아무도 제 손에서 빼앗아 가지 못하게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이 저를 떠나는 이유는 뭘까요?

착하신 목자이신 주님, 이제야 알았습니다. 당신과 저의 차이는 사랑의 깊이 때문이었습니다. 당신은 양들을 위해 어린양이 되셨고, 저는 목자로만 머물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신께서는 아버지와 하나이듯 양들과 하나가 되셨기에 그들을 알 수 있었지만, 저는 아버지와도 하나가 되지 못하고 양들과도 하나가 되지 못했기에 그들을 알지 못했습니다.

하오니 주님, 저도 어린양이 되신 목자처럼 그들을 돌보고, 생명의 샘으로 이끌고, 그들의 눈에서 모든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도록 완전한 사랑으로 저를 채우게 하소서. 이게 양을 잃은 목자의 꿈입니다. 착하신 목자이신 주님, 그 꿈이 이루어질까요?


손용환 신부(군종교구 쌍용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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