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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노벨 화학상에 소바주 등 3명…나노보다 작은 분자머신 개발

노벨상(Nobel)

by 巡禮者 2016. 12. 24.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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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노벨 화학상에 소바주 등 3명…나노보다 작은 분자머신 개발

 

 

프랑스·영국·네덜란드 출신 과학자 3명 공동수상,

 

머리카락 두께 '1/1000' 가장 작은 기계 설계 기여

 

 

 

 

올해 노벨 화학상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기계인 ‘분자기계(molecular machine)’ 합성을 연구해 온 세 사람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장피에르 소바주(72)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 명예교수와 영국 출신의 프레이저 스토더트(74) 미국 노스웨스턴대 명예교수, 베르나르트 페링하(65)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교수를 2016년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기계를 개발했다”며 “(이들이 개발한 분자기계는) 새로운 물질이나 센서, 배터리 등 다양한 분야의 개발에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수상의 의미를 전했다.

나노물질보다 작은 '분자기계'(molecular machine)의 설계와 합성에 기여한 유럽 과학자들이 노벨화학상을 공동수상했다. 분자기계는 10나노보다 작은 분자단위의 움직임을 제어, '세계에서 가장 작은 기계'로 불린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는 △프랑스 출신의 장-피에르 소바주(72)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 명예교수 △영국 출신인 프레이저 스토다트(74)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교수 △네덜란드 출신의 베르나르트 페링하(65) 네덜란드 그로닝겐 대학 교수 등 3명을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5일 밝혔다.

이들 수상자들의 연구분야는 '초분자화학'이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수상자들은 분자 하나하나의 모양을 그대로 활용해 나노화학보다도 미세한 분자들을 결합해 기계장치화했다"며 "그간 실용성에 중심을 뒀던 노벨상위원회가 화학의 창조성과 예술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바주 박사는 1980년대 처음으로 자연상태에서 존재하지 않은 분자결합을 인간의 의지대로 결합하는 '카테네인'을 개발했다. 이 분자구조는 각 고리 형태의 분자들이 서로 얽혀 하나의 특성을 갖춘다. 스토다트 교수는 1991년 이를 더 발전시켜 기둥 모양의 분자에 고리 모양의 분자를 결합, 고리의 이동에 따라 마치 스위치처럼 분자의 성격을 변화시킬 수 있는 '록사테인'을 만들었다. 페링하 교수는 이들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1999년 분자들이 엘리베이터처럼 오르락 내리락할 수 있고, 근육처럼 접었다 펼쳤다 하는 수준으로 운동할 수 있도록 발전시켰다.

 

이동환 서울대 교수는 "자극을 주면 방향성을 갖는 게 기계의 특성인데 이를 분자 단위 수준에서 구현하기 어려웠다"며 "체계성이 없는 분자들의 운동을 목적을 갖고 한 방향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해 이들 분자를 기계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수상자들의 공통적인 성과"라고 설명했다. 이를 기반으로 기계 소형화 기술의 혁명으로 이어지면 향후 의학용 나노로봇 개발이나 스마트 소재 개발 등에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아직 이들의 연구결과가 현실에 응용된 사례는 없으며 향후 어떻게 적용될지는 미지수"라며 "원자들을 하나하나 조합해 연구자가 원하는 복잡한 분자를 만들었다는 자체에 학문적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1901년 노벨상 제정 이후 화학상은 올해까지 총 108차례 수상됐다. 지금껏 단독 수상자는 63명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두명 이상이 공동 수상했다. 노벨 화학상을 두번 수상한 사람은 영국의 생화학자 프레더릭 생어가 유일하다. 그는 1955년에 인슐린의 아미노산 배열순서를 규명한 공로로 1958년에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1980년에는 다시 유전자의 기본구조와 기능을 연구한 공로로 두번째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노벨위원회는 3일 생리의학상, 4일 물리학상에 이어 이날 화학상 수상자를 발표했다. 오는 7일에는 평화상, 10일에는 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문학상 수상일자는 아직 미정이다. 노벨상 시상식은 노벨상을 제정한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단 평화상은 같은 날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진행된다.

 

반도체 회로 성능 획기적 향상 가능

분자기계란 나노(1 나노m는 10억분의 1m) 수준보다 더 작은 분자 단위의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장치를 뜻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나노 기술보다 더 작고 정밀한 초분자(supramolecule) 화학의 세계다. 이들 과학자는 분자 하나하나를 마치 레고 블록처럼 쌓아 올려 원하는 모양의 형태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개발해낸 것이다.

 

DA 300

분자기계 합성의 선구자는 소바주 교수다. 그는 1983년 고리 모양의 분자 2개를 기계적으로 연결한 사슬 모양의 연결체(캐터네인)를 처음 만들었다. 인류가 최초로 만든 초분자 기계 장치였다. 스토더트 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는 91년 실 모양의 분자에 고리 형태의 분자를 끼우는 데 성공했다. 페링하 교수는 99년 앞선 두 사람의 연구를 발전시켜 최초로 분자 모터 를 개발했다. 선풍기 날개처럼 분자가 한쪽 방향으로 돌아가는 기계를 선보인 것이다. 그는 분자 모터를 이용해 분자 모터보다 1만 배나 큰 실린더를 회전시키고 나노 크기의 자동차도 디자인했다.

 

이들의 연구는 제조업이 봉착한 한계를 뛰어넘을 ‘마법의 열쇠’로 간주된다. 예컨대 지금까지 반도체의 집적회로 성능을 높이려면 회로를 더 촘촘하게 설계하거나 부품을 줄여야 했다. 하지만 이들이 만든 분자기계 기술을 이용하면 아예 원자 크기의 재료를 조립해 반도체를 만들 수 있다. 집적회로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셈이다. 김기문 포스텍 화학과 교수는 “20여 년 후에는 산업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 1996∼2016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및 수상업적.

 

 

 

▲2016년: 장피에르 소바주(프랑스), 프레이저 스토더트(영국), 베리나르트 페링하(네덜란드)

= 분자기계를 설계·제작.

▲2015년: 토마스 린달(스웨덴), 폴 모드리치(미국), 아지즈 산자르(미국·터키)

= DNA(유전자) 복구 메커니즘 연구.

▲2014년: 에릭 베치그, 윌리엄 E.머너(이상 미국), 슈테판 W.헬(독일)

= 초고해상도 형광 현미경 기술 개발.

▲2013년: 마틴 카플러스, 마이클 레빗, 아리 워셜(이상 미국)

= 복합체 분석을 위한 다중척도 모델링의 기초 마련.

▲2012년: 로버트 J. 레프코위츠, 브라이언 K. 코빌카(이상 미국)

= 심혈관계 질환과 뇌 질환 등에 관여하는 'G단백질 연결 수용체'(GPCR)에 대한 연구.

▲2010년: 리처드 F. 헤크(미국), 네기시 에이이치, 스즈키 아키라(이상 일본)

= 금속 촉매를 이용한 복잡한 유기화합물 합성 기술에 대한 연구

▲2009년: 아다 요나트(이스라엘), 벤카트라만 라마크리슈난, 토머스 스타이츠(이상 미국)

= 세포 내 리보솜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연구.

▲2008년: 마틴 샬피, 로저 시앤(이상 미국), 시모무라 오사무(일본)

= 녹색 형광단백질의 발견과 응용 연구.

▲2007년: 게르하르트 에르틀(독일)

= 철이 녹스는 원인과 연료전지의 기능방식, 자동차 촉매제 작용 원리 이해에 기여.

▲2006년: 로저 D. 콘버그(미국)

= 진핵생물의 유전정보가 복사돼 전달되는 과정을 분자수준에서 규명.

▲2005년: 로버트 그럽스. 리처드 슈록(이상 미국), 이브 쇼뱅(프랑스)

=유기합성의 복분해(複分解) 방법 개발 공로.

▲2004년: 아론 치카노베르, 아브람 헤르슈코(이상 이스라엘), 어윈 로즈(미국).

= 단백질 분해과정을 규명, 난치병 치료에 기여.

▲2003년: 피터 에이거, 로더릭 머키넌(이상 미국).

= 세포막 내 수분과 이온 통로 발견, 인체 세포로 수분과 이온이 왕래하는 현상 규명.

▲2002년: 존 펜(미국), 다나카 고이치(일본), 쿠르트 뷔트리히(스위스).

= 생물의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 분자의 질량과 3차원 구조를 알아내는 방법을 개발.

▲2001년: 윌리엄 S. 놀즈, K. 배리 샤플리스(이상 미국), 노요리 료지(일본).

= 화학반응에서 광학 이성질체 중 하나만 합성할 수 있는 광학활성촉매를 개발, 심장병, 파킨슨병 등 치료제 개발에 공헌.

▲2000년: 앨런 히거, 앨런 맥더미드(이상 미국), 시라카와 히데키(일본).

= 플라스틱도 금속처럼 전기 전도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실제로 전도성 고분자를 발명.

▲1999년: 아메드 즈웨일(미국).

= 초고속 레이저광원을 이용, 분자 화학반응의 중간과정 관측에 성공.

▲1998년: 월터 콘(미국).

= 양자 화학에서 밀도 범함수(汎函數)의 새 이론 개발.

존 포플(영국).

= 양자 화학의 계산법인 'CNDO법' 등 개발.

▲1997년: 폴 보이어(미국), 옌스 스코우(덴마크), 존 워커(영국).

= 생체 내 에너지원인 ATP(아데노신 3인산) 관련 효소의 작용 기구 해명.

▲1996년: 로버트 컬, 리처드 스몰리(이상 미국), 해럴드 크로토(영국).

= 탄소원자 60개로 구성된 축구공 모양의 탄소분자 '버키볼' 발견, 초전도·재료 과학의 신분야 개척.

 

 

 

 

 

 

1. 분자들은 어떻게 기계가 되었나?

2016 노벨화학상은 머리카락 하나의 천분의 일 두께에 해당하는 분자기계를 개발한 공로로, 장 피에르 소바주, 프레이저 스토다트, 베르나르트 페링하에게 돌아갔다. 그들은 분자들을 연결하여, 미세한 승강기(lift)에서부터 모터와 근육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


"여러분은 기계를 어떻게 소형화할 건데요?" 이것은 1950년대에 나노기술의 발달을 예측한 것으로 유명한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리처드 파인만이 1984년 행한, 예지력 있는 강의의 서론에서 제기한 의문이었다. 맨발에 핑크빛 폴로와 베이지색 반바지를 입은 채, 그는 청중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이제부터, 아주 미세한 이동성 부품(movable part)을 이용하여 기계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그는 나노규모 차원의 기계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연계에 이미 존재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세균의 편모(flagella)를 예로 들었다. 편모는 코르크스크루(corkscrew) 모양의 고분자로서, 그것이 회전할 때는 세균이 앞으로 움직인다. 그러나 거대한 손을 가진 인간이 그렇게 작은 기계를 만든다는 게 가능했을까? 그걸 들여다보려면 전자현미경이 필요했을 텐데 말이다.


2. 파인만의 비전: 앞으로 25~30년 이내에 분자기계가 개발될 것이다.

한 가지 가능한 방법은 하향식 방법(from the top down)이다. 즉, 먼저 당신의 손보다 '작은 기계손(mechanical hand)'을 만든 다음, 그 '작은 기계손'으로 '더 작은 기계손'을 만들고, 그 '더 작은 기계손'으로 '더더욱 작은 기계손'을 만들고, 이를 무한히 반복하여 탄생한 '미세한 기계손'으로 '미세한 기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파인만에 의하면, 이 방법은 이미 시도해봤지만 실패했다고 한다.


(리처드 파인만이 좀 더 신뢰하는) 또 한 가지 전략은 상향식 방법(from the bottom up)이다. 이론적으로 말하면, 이 방법은 실리콘과 같은 상이한 물질들을 한 겹(layer)의 원자 위에 차곡차곡 뿌리는 것이다. 그 후 몇 겹이 부분적으로 용해되어 움직임으로써 이동성 부품을 형성하면, 이것을 전류를 이용하여 제어할 수 있다. 파인만의 비전에 의하면, 이런 구조를 이용하여 미세한 카메라의 광학셔터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파인만이 강의를 한 목적은, 방청석에 앉은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그들이 가능하다고 믿는) 한계를 테스트하게 하는 것이었다. 강의를 마치고 강의록을 접었을 때, 파인만은 청중들을 바라보며 장난기어린 말투로 말했다. "당신들의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모든 종류의 익숙한 기계들을 즐겁게 재설계해보세요. 그런 식으로 25~30년 동안 노력하면, 몇 가지 실용적인 용도가 생길 거예요. 그게 뭔지는 나도 모르지만요."


파인만은 물론 방청석에 있는 어느 연구자도, 당시에는 몰랐다. 이미 분자기계를 향한 첫걸음이 시작되고 있었지만, 파인만이 예측한 방법과 상당히 달랐다는 것을 말이다.


3. 기계적으로 맞물린 분자들

20세기 중반, 화학자들은 점점 더 진보된 분자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서로 연결된 고리 모양의 분자사슬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 시도에 성공한 사람은 단지 놀라운 새 분자를 만들 뿐만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결합을 만들 수 있었다. 즉, 분자는 강한 공유결합(covalent bond)을 통해 뭉치는 게 보통인데, 그들의 꿈은 분자들이 (원자의 상호작용 없이) 기계적으로 직접 맞물려 기계결합(mechanical bond)을 형성하는 것이었다(그림 1).


1950년대와 1960년대에, 많은 연구팀들은 "우리의 시험관에 분자사슬이 들어있지만, 양이 너무 적은 데다 방법이 너무 복잡해서 용도가 제한적이다"라고 보고했다. 이러한 발전은 기능적 화학(functional chemistry)보다는 호기심으로 간주되었다. 그 후 몇 년 동안 차질을 빚자 많은 연구자들이 희망을 버렸고, 1980년대 초에 이르러 분자기계 분야는 권태와 피로에 휩싸였다. 그러나 1983년에 커다란 돌파구가 마련되었다. 프랑스의 화학자 장 피에르 소바주가 이끄는 연구진이, 평범한 구리이온을 이용하여 그 분자들을 제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4. 장 피에르 소바주, 구이이온 주변에 분자들을 모으다

(연구를 하다보면 늘 그렇듯, 장 피에르 소바주는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 영감을 얻었다. 장 피에르 소바주는 원래 광화학(photochemistry)을 연구하던 중이었는데, 광화학이란 광화학적 분자복합체(태양광에 포함된 에너지를 포착하여, 화학반응을 추진하는 데 사용하도록 해주는 분자복합체)를 개발하는 분야를 말한다. 광화학적 활성이 있는 복합체 중 하나를 모델링했을 즈음, 장 피에르 소바주는 갑자기 "어, 이게 분자사슬과 비슷하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두 개의 분자들이 (중앙에 있는) 구리이온 주변에서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통찰력으로 인해, 장 피에르 소바주는 연구의 방향을 극적으로 선회했다. 그가 이끄는 연구팀은 광화학적 복합체를 모델로 삼아, 하나의 고리형 분자와 하나의 초승달형 분자를 구성하여 구리이온에 이끌리도록 만들었다(그림 1). 그리고 구리이온은 일종의 응집력(cohesive force)을 제공했다. 다음 단계로, 연구팀은 초승달형 분자를 제3의 분자와 화학적 방법으로 용접함으로써, 새로운 고리를 형성했다. 그리하여 사슬의 첫 번째 연결이 탄생한 것이다. 연구팀은 마지막으로, 임무를 완수한 구리이온을 제거했다.

장 피에르 소바주는 구리이온을 이용하여, 분자들끼리 직접 맞물리는 기계결합을 형성했다
그림 1. 장 피에르 소바주는 구리이온을 이용하여, 분자들끼리 직접 맞물리는 기계결합을 형성했다.


화학자들은 반응의 수율(yield)을 중요하게 여긴다. 분자를 연결하려던 선행연구에서, 연구자들은 고작해야 몇 퍼센트의 수율을 달성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구리이온 덕분에, 소바주는 수율을 무려 42퍼센트로 높일 수 있었다. 그러자 분자사슬은 갑자기 단순한 호기심 이상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혁명적 방법의 도움을 받아, 소바주는 위상화학(topological chemistry) 분야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었다. 위상화학자들은 종종 금속이온을 이용하여 분자들을 (긴 사슬에서 복잡한 매듭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복잡한 구조로 연결하곤 했었다. 장 피에르 소바주는 J. 프레이저 스토다트(잠시 후에 설명함)와 함께 위상화학의 선두주자로 부상했고, 그들이 이끄는 연구팀은 세잎매듭(trefoil knot), 솔로몬 매듭, 보로메오 고리(Borromean ring)와 같은 문화적 심볼들의 분자버전을 만들었다(그림 2).


그러나, 예술적인 분자매듭은 2016 노벨화학상의 역사를 분자기계 쪽으로 되돌렸다.

 문화적 심볼들의 분자버전: a. 세잎매듭, b. 보로메오 고리, c. 솔로몬 매듭
그림 2
. 문화적 심볼들의 분자버전: a. 세잎매듭, b. 보로메오 고리, c. 솔로몬 매듭


5. 분자모터 쪽으로 첫 걸음을 내디디다

장 피에르 소바주는 "분자사슬은 새로운 종류의 분자일 뿐만 아니라, 분자기계를 향한 첫 걸음이다"라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참고로, 분자사슬을 뜻하는 캐터네인(catenane)은 '사슬'을 의미하는 라틴어 카테나(catena)에서 유래한다.] 기계가 하나의 작업을 수행하려면 (서로에 대해 움직이는) 여러 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두 개의 맞물린 고리들은 이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1994년, 장 피에르 소바주가 이끄는 연구팀은 하나의 캐터네인을 만드는 데 성공했는데, 여기서 하나의 고리는 세밀히 통제된 방식으로 회전하며, 에너지를 가했을 때 다른 고리의 주변을 1회전했다. 캐터네인은 비생물학적 분자기계(non-biological molecular machine)의 첫 번째 싹이었다.


두 번째 싹을 만든 사람은, 전기도 없고 현대문명의 편의시설이 전혀 없는 스코틀랜드의 시골에서 자라난 화학자였다.


6. 프레이저 스토다트, 분자고리를 분자축(molecular axle)에 끼우다

프레이저는 어린 시절에 TV나 컴퓨터를 구경하지 못하고, 그 대신 그림맞추기 퍼즐을 하느라 바빴다. 그 덕분에 그는 (화학자들에게 필요한) 형태를 인식하고 그림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관찰하는 능력을 연마할 수 있었다. 그는 분자예술가(molecular artist)가 될 거라는 전망 때문에 화학에 이끌렸는데, 분자예술이란 (세상 사람들이 전혀 구경해본 적이 없는) 새로운 형태를 조각하는 분야였다.


(2016 노벨화학상의 기초가 된) 분자예술품 중 하나를 만들었을 때, 프레이저는 화학의 잠재력을 이용하여 (서로 이끌리는) 분자들을 설계하기도 했다. 1991년, 그가 이끄는 연구팀은 '(전자가 결핍된) 열린 고리'와 '긴 막대(축)'을 만들었는데, 긴 막대는 두 곳에 전자가 풍부한 구조였다(그림 3). 두 개의 분자들이 용액 속에서 만났을 때, '전자가 부족한 분자'가 '전자가 풍부한 분자'에 끌려가면서 고리가 축에 끼워지게 된다. 그 다음, 연구팀은 고리의 열린 부분을 닫음으로써, 분자축 위에 머물러 있도록 만들었다. 그리하여 높은 수율로 로탁세인(rotaxane)을 만들었는데, 로탁세인이란 하나의 축(axle)에 기계적으로 부착된 고리 모양의 분자를 일컫는 용어다.


다음으로, 프레이저 스토다트는 고리의 자유로움을 이용하여 축을 따라 움직이게 만들었다. 고리에 열을 가하자, 고리는 (전자가 풍부한 축의 두 부분 사이에서) 앞뒤로 점프하는 것이 아닌가! 마치 작은 셔틀처럼 말이다(그림 3). 1994년, 그는 이 운동을 완전히 제어함으로써, 화학시스템 지배하는 무작위성을 멀리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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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 프레이저 스토다트는 축을 따라 세밀히 통제된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는 분자셔틀을 만들었다.


7. 승강기, 근육, 미니 컴퓨터칩

1994년 이후, 소토다트가 이끄는 연구팀은 다양한 로탁세인을 이용하여 수많은 분자기계를 만들었는데, 그중에는 승강기(2004년, 그림 4)와 인공근육(2005)이 포함되어 있다. 승강기는 표면 위로 0.7나노미터 상승할 수 있으며, 인공근육에서는 로탁세인이 매우 얇은 금조각(gold lamina)을 구부린다.

프레이저 스토다트가 만든 분자승강기
그림 4
. 프레이저 스토다트가 만든 분자승강기


프레이저 스토다트는 다른 연구자들과 제휴하여, 로탁세인을 기반으로 한 컴퓨터칩(메모리: 20kB)을 만들었다. 오늘날의 컴퓨터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는 매우 작지만, 분자기반 트랜지스터(molecule-based transistor)에 비하면 엄청나게 크다. 연구자들은 분자컴퓨터칩이 컴퓨터 기술에 혁명을 가져올 거라고 믿고 있다. 실리콘 트랜지스터가 한때 그랬듯이 말이다.


또한 장 피에르 소바주는 로탁세인의 잠재력을 연구하는 데 몰두하기도 했다. 2000년, 그가 이끄는 연구팀은 두 개의 분자고리를 엮는 데 성공하여, (인간 근육의 필라멘트를 연상시키는) 하나의 신축성있는 구조를 형성했다(그림 5). 또한 그들은 모터와 비슷한 구조를 만들었는데, 여기서 로탁세인 고리는 상이한 방향으로 번갈아 회전한다.

장 피에르 소바주는 두 개의 분자고리를 엮어, 하나의 신축성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림 5
. 장 피에르 소바주는 두 개의 분자고리를 엮어, 하나의 신축성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동일한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회전하는 모터를 만든다는 것은, 분자공학 기술의 중요한 목표로 간주되어 왔다. 1990년대에 많은 시도가 이루어졌지만, 최초로 결승선을 통과한 사람은 네덜란드의 베르나르트 페링하였다.


8. 베르나르트 페링하, 최초의 분자모터를 만들다

프레이저 스토다트와 마찬가지로, 베르나르트 페링하도 시골에서 성장했으며, 창의력을 끝없이 키워주는 기회에 이끌려 화학에 입문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화학의 위력은 단지 물질을 이해하게 해주는 것뿐만이 아니에요. 그것은 (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분자와 물질을 창조하고 만들게 해주기도 하죠."


1999년에 최초로 분자모터를 만들었을 때, 베르나르트 페링하는 수많은 기발한 트릭을 이용하여 모터를 동일한 방향으로 계속 회전하게 만들었다. 분자의 운동은 우연에 지배되는 게 보통이지만, 평균적으로 볼 때 회전하는 분자의 좌회전 횟수와 우회전 횟수는 같다. 그러나 베르나르트 페링하는 특정한 방향으로만 회전하도록 기계적으로 조작된 분자를 설계했다(그림 6).

베른하르트 페링하가 첫 번째로 만든 분자모터는 특정한 방향으로만 회전하도록 기계적으로 조작된 것이었다. 후에 그가 이끄는 연구진은 모터를 최적화하여, 초당 1,200만 번 회전하게 만들었다
그림 6
. 베른하르트 페링하가 첫 번째로 만든 분자모터는 특정한 방향으로만 회전하도록 기계적으로 조작된 것이었다. 후에 그가 이끄는 연구진은 모터를 최적화하여, 초당 1,200만 번 회전하게 만들었다.


분자모터는 두 개의 작은 회전익깃(rotor blade)과 유사한 물체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것은 (두 개의 탄소원자가 이중결합으로 연결된) 두 개의 평평한 구조체다. 각각의 회전익깃에는 메틸기(methyl group)가 부착되어 있는데, 메틸기와 회전익깃의 부분품은 래칫(한쪽 방향으로만 회전하게 되어 있는 톱니바퀴)처럼 작용하여, 분자로 하여금 동일한 방향으로만 계속 회전하도록 해준다. 분자가 자외선 펄스에 노출될 경우, 하나의 회전익깃이 중앙의 이중결합 주위를 180도 회전한 후, 래칫이 올바른 위치로 이동한다. 그 후 자외선 펄스에 계속 노출되면, 그때마다 회전익깃이 같은 방향으로 180도씩 회전하게 된다.


최초의 모터는 속도가 별로 빠르지 않았지만, 페링하가 이끄는 연구팀은 속도를 최적화했다. 그리하여 2014년 모터는 초당 1,200만 번 회전하게 되었다. 한편 연구팀은 2011년에 사륜구동 나노카(four-wheel drive nanocar)를 만들었는데, 하나의 분자섀시(molecular chassis)가 (바퀴처럼 기능하는) 네 개의 모터를 연결했다. 바퀴가 회전할 때, 자동차는 표면 위에서 앞으로 움직였다(그림 7).

베른하르트 페링하가 만든 사륜구동 나노카
그림 7
. 베른하르트 페링하가 만든 사륜구동 나노카


9. 작은 유리실린더를 회전시키는 분자모터

베른하르트 페링하가 이끄는 연구팀은 또 하나의 괄목할 만한 실험에서, 분자모터를 이용하여 길이 28마이크로미터짜리(분자모터의 1만 배 크기)  유리실린더를 회전시켰다. 그들은 모터를 액정 속에 넣었는데, 모터는 액정의 겨우 1%를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회전하기 시작하면서 액정의 구조를 변화시켰다. 연구진이 유리실린더를 액정의 꼭대기에 올려놓자, 모터가 제공하는 운동으로 인해 유리실린더가 회전했다(이와 관련된 필름은 www.nature.com/nature/journal/v440/n7081/suppinfo/440163a.html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10. 전세계 연구자들에게 분자 도구상자를 제공

장 피에르 소바주, 프레이저 스토다트, 베르나르트 페링하가 분자기계를 개발하는 데 획기적으로 기여한 것은, 전세계의 연구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화학구조 도구상자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전세계의 연구자들은 이 도구상자를 이용하여, 분자기계를 더욱 더 발전시킬 수 있게 되었다. 도구상자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 중 하나는 분자로봇(molecular robot)인데, 이것은 2013년에 로탁세인을 토대로 하여 만든 것으로, 아미노산들을 들어올려 연결할 수 있다.


다른 연구자들은 분자모터를 긴 폴리머에 연결하여 복잡한 망(web)을 만들었다. 분자모터가 빛에 노출되면, 폴리머들을 감아올려 복잡한 뭉치를 만들어낸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빛 에너지를 분자에 저장할 수 있는데, 나중에 이 에너지를 불러내는 기술을 찾아낸다면, 새로운 배터리가 개발될 수 있을 것이다. 모터가 폴리머를 휘감을 때 물질은 수축하게 되는데, 이것은 광감지센서(빛에 반응하는 센서)를 개발하는 데 응용될 수 있다.


11. 균형에서 새롭고 활기찬 화학으로

2016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분자기계의 발달이 중요한 것은, 분자시스템을 균형(equilibrium)에서 벗어나게 했다는 것이다. 모든 화학시스템은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데, 균형이란 저에너지 상태이며, 교착상태라는 측면도 있다. 우리의 삶을 예로 들면, 우리가 음식을 섭취하면 인체의 분자가 음식에서 에너지를 추출하여 분자시스템으로 보낸다. 그러면 분자시스템은 균형에서 벗어나 고에너지 상태가 되고, 생체분자들은 에너지를 이용하여 (신체활동에 필요한)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만약 인체가 화학적 균형상태에 있다면, 우리는 죽은 목숨이다.


소바주, 스토다트, 페링하가 만든 인공분자시스템은 생체분자와 마찬가지로 '세심히 관리되는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므로 화학은 인공분자시스템을 통해 신세계를 향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할 수 있다. 역사는 컴퓨터기술의 소형화가 초래한 혁명적 효과를 명확히 보여준 반면, 우리는 기계의 소형화가 가져온 결과를 이제 겨우 맛만 보고 있다. 발전의 관점에서 보면, 분자모터는 1830년대에 등장한 전기모터와 같은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그때 과학자들은 연구실에서 자랑스럽게 다양한 바퀴와 크랭크의 회전을 보여줬지만, 그것이 전차, 세탁기, 선풍기, 조리기구로 연결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파인만이 예지력 있는 강의를 한 지 32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눈앞에 펼쳐진 황홀한 발전상을 그저 추측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계를 어떻게 소형화할 건데요?"라는 파인만의 질문에 확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최소한 머리카락의 1,000분의 1 두께로 만들 겁니다"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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