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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올해 노벨상 수상자

노벨상(Nobel)

by 巡禮者 2024. 10. 1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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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수상 명단 공개여성 수상자 두각 드러낸 2023년…

인류 발전에 공헌한 인물은

2023년 노벨상 수상자가 모두 공개됐습니다.

노벨상은 스웨덴 화학자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유언에 따라 인류의 복지에 공헌한 사람이나 단체에 수여하는 상인데요. 1901년 노벨재단이 설립된 이후 매년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故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노벨재단은 △물리학 △화학 △생리학 및 의학 △문학 △평화 △경제학까지 여섯 부문으로 나눠, 매년 10월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어떤 분들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을지 함께 알아볼까요? 2023년 노벨상 수상자, 바로 만나보시죠!

노벨평화상 수상자 나르게스 모하마디 (자료=노벨재단 공식 홈페이지)
◇ ‘평화상’ 이란의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
이란의 여성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가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옥중에서 평화상을 받은 모하마디는 이란 정부의 여성에 대한 탄압과 인권·자유를 위한 투쟁에 앞선 대표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어요. 그는 2003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시린 에바디가 이끄는 인권수호자 센터(DHRC)의 부회장을 맡아, 이란 내 여성 인권 증진과 사형제 폐지를 주장해 왔습니다.

모하마디는 1990년 이맘 호메이니 국제대에서 물리학을 공부하던 중 인권 운동에 눈을 떴습니다.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인권 칼럼니스트로도 활약했고요. 이후 인권 운동에 앞장서며 13번 투옥되고, 5번의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는데요. 현재는 반정부 시위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열린 거리 시위 중 체포돼, 테헤란의 악명 높은 에빈 교도소에서 옥중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노벨위원회는 모하마디가 "이란의 여성 억압에 맞서 싸우고 모든 사람의 인권과 자유를 증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어요. 이어 “이번 평화상 수상으로 이란 인권 운동이 계속되도록 격려하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생리의학상 수상자 카탈린 커리코와 드루 와이스먼 (자료=노벨재단 공식 홈페이지)
◇ ‘생리의학상’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 기여 커리코·와이스먼
생리의학상은 카탈린 커리코 바이오엔테크 수석 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의대 교수가 공동 수상했습니다. 커리코와 와이스먼은 공동 연구를 통해 뉴클레오시드 염기 변형에 대해 발견,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을 가능하게 만든 장본인인데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화이자와 모더나도 mRNA 백신입니다. 이들의 연구로 개발된 mRNA 백신은 팬데믹을 억제한 일등 공신으로 꼽히고 있죠.

커리코 교수는 ‘백신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헝가리계 생화학 연구자로, 헝가리 사간대 교수 및 미 펜실베이니아대 겸임 교수, 독일 바이온텍 수석부사장을 맡고 있는 인물이에요. 와이스먼 교수는 미국 의사·생물학자로,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커리코 교수와 함께 공동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은 mRNA가 면역체계와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에 대한 기존 이해 방식을 바꾸었다”며 “획기적인 발견을 통해 현대 인류 건강에 큰 위협이 있던 시기임에도 백신 개발 속도를 내는데 기여했다"고 이들의 공로를 설명했습니다.

문학상 수상자 욘 포세 (자료=노벨재단 공식 홈페이지)
◇ ‘문학상’ 노르웨이 극작가 욘 포세
문학상 수상자는 ‘북유럽의 거장’이라 불리는 노르웨이 극작가 욘 포세가 선정됐습니다. 그의 희곡은 전 세계 무대에 900회 이상 올랐는데요. 현대 연극의 최전선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은 “혁신적인 희곡과 산문을 통해 말할 수 없는 것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했다”며 욘 포세의 수상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문학상 후보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었는데요. 올해 수상 후보로 함께 언급된 찬쉐, 무라카미 하루키, 마거릿 애트우드, 살만 루슈디, 제럴드 머네, 앤 카슨 등을 뒤로 하고 욘 포세가 올해의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1959년 노르웨이에서 태어난 그는 1990년대 초부터 전업 작가로 활동한 인물입니다. 포세의 데뷔작은 1983년 소설 '레드, 블랙'으로, 1990년대 이후에는 시, 아동서, 에세이, 희곡 등을 썼습니다. 그의 작품은 사회적으로 강한 메시지를 던지기보다 주로 인간 관계, 사랑, 죽음 등 삶에서 볼 수 있는 보편적인 모습을 다루고 있어요.

국내에는 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문학동네), '보트하우스'(새움), 희곡집 '가을날의 꿈 외'(지만지드라마), 3부작 중편 연작소설 '잠 못 드는 사람들 외 3편'(새움), 아동소설 '오누이'(아이들판) 등이 번역된 바 있습니다.

경제학상 수상자 클로디아 골딘 (자료=노벨재단 공식 홈페이지)
◇ ‘경제학상’ 미국 여성 노동경제학자 클로디아 골딘
미국의 저명한 노동경제학자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 대학교수가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골딘 교수의 수상은 경제학상에서 여성의 첫 단독 수상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경제학회장을 지낸 그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와 남녀간 임금 격차, 직무 불평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인물로 알려져 있죠.

골딘 교수는 200년 이상 축적된 미국 노동시장 자료를 분석해 성별에 따른 소득과 고용률 격차의 시대별 패턴을 알아내고 그 원인을 연구했습니다. 이를 통해 여성들이 꾸준히 노동 시장에 진입했지만, 성별간 임금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 이유를 규명했는데요.

그의 연구에서는 여성이 가정을 돌보기 위해 고소득에 높은 노동강도를 요구하는 ‘탐욕스러운 일자리(greedy job)’ 대신 ‘유연한 일자리’를 선택하면서 남성과 임금 격차가 벌어지게 됐다고 주장합니다. 이때 탐욕스러운 일자리는 높은 노동강도와 불규칙한 근무시간을 요구하는 직업을, 유연한 일자리는 근무시간을 예측할 수 있고 원하는 때에 휴가를 낼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임금이 낮은 일자리를 의미하고요.

그는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고소득·고강도 근무 문화를 보다 유연하게 만들되, IT 기술을 활용해 유연한 일자리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임금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대안을 내놓았습니다.

노벨위원회는 “골딘 교수는 수 세기 동안의 여성 소득과 노동시장 결과에 대해 처음으로 포괄적인 설명을 제공했다”며 “그의 연구는 새로운 (역사적) 패턴을 밝히고, 변화의 원인을 파악할 뿐 아니라 남아있는 성별 임금 격차의 주된 원인도 규명해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물리학상 수상자 피에르 아고스티니, 페렌츠 클라우츠, 앤 륄리에 (자료=노벨재단 공식 홈페이지)
◇ ‘물리학상’ 전자 탐구의 새로운 도구 제시 륄리에·아고스티니·클라우츠
노벨물리학상은 전자 세계를 탐구할 수 있는 도구, 초고속 플래시를 개발한 물리학자들이 수상했습니다. 수상자로는 피에르 아고스티니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 페렌츠 클라우츠 독일 막스플랑크 양자광학연구소 교수, 앤 륄리에 스웨덴 룬드대 교수인데요.

세 학자는 아토(100경분의 1)초의 물리학을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개척했습니다. 전자의 움직임 또는 에너지 변화를 찰나의 순간에 포착할 수 있는 아토초 광(빛)펄스를 각기 다른 시기와 방식으로 만들어 낸 인물들이죠.

륄리에 교수는 1987년 불활성 기체에 적외선을 투사하면 서로 다른 빛의 배진동(overtone)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처음 발견했는데요. 이는 각 전자가 가스와 상호작용하면서 이온을 주고받아 에너지가 변하며 나타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아고스티니 교수는 이 연구를 이어받아 250아토초까지 지속되는 광펄스를 2001년 만들어 냈고요. 비슷한 시기에 클라우츠 소장은 650아토초까지 지속되는 단일 광펄스를 선보였습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이 “전자가 이동하거나 에너지를 변경하는 빠른 과정을 측정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매우 짧은 빛을 생성하는 방법을 시연했다"고 이들의 공로를 평가했습니다.

화학상 수상자 문지 바웬디, 루이스 브루스, 알렉세이 예키모프 (자료=노벨재단 공식 홈페이지)
◇ ‘화학상' 양자점 발견 바웬디·브루스·예키모프
화학상은 양자점을 발견하고 발전시킨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습니다. 수상자로는 문지 바웬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루이스 브루스 컬럼비아대학교 명예교수, 알렉세이 예키모프 나노크리스털스 테크놀로지 소속 박사인데요.

양자점은 수 나노미터(㎚, 10억분의 1m) 크기에 불과한 초미세 반도체 입자를 말합니다. 크기에 따라서 서로 다른 색을 흡수하거나 방출할 수도 있고, 빛이나 전류를 받아도 크기에 따라 다양한 색을 낼 수 있고요. 과학자들은 물질이 나노 크기로 줄어들면 이런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오랫동안 알고 있었지만, 실제 구현한 것은 이번 수상자들이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이 양자 현상에 의해 특성이 결정될 정도로 작은 입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며 “양자점이라고 불리는 이 입자는 현재 나노 기술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또한 이들의 업적을 ‘나노 기술의 중요한 씨앗을 심은 것’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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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의 영예는 독일 바이오엔테크 부사장 카탈린 카리코(Katalin Kariko)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 드루 와이즈먼(Drew Weissman)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외부에서 주입한 mRNA가 체내에서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단백질을 효과적으로 발현하도록 mRNA를 구성하는 염기를 화학적으로 변형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 이를 적용한 코로나19 바이러스 mRNA 백신을 탄생시켜 인류의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크게 기여했다. 


 이례적인 팬데믹 상황에서 전 세계를 구한 mRNA 백신 기술이 개발되기까지 두 과학자가 걸어온 길에는 많은 고난과 실패가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계속해서 연구를 이어나갔고, 그 배경에는 정부와 많은 기업, 단체들의 기초 과학 연구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새로운 과학적 지식과 기술이 자리잡기 위해 사회적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사회 구성원들의 관심이 필요함을 재고하게 한다.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드루 와이즈먼(좌)과 카탈린 카리코(우). (사진=VOA 뉴스)
     
      

mRNA 백신이란?
     
  
바이러스, 꽃가루 등 외부의 항원이 체내로 침투하면 인체의 면역 세포는 항원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를 생성한다. 항체와 결합된 항원은 더 이상 독성을 발휘하거나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못하고 대식 세포에 의해 제거된다. 백신은 독성이 없는 항원을 포함하고 있어, 백신 접종 이후 실제 항원이 침입했을 때 항체 생성이 빠르고 강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한다. 단백질 구조 변형 등을 통해 독성이 제거된 항원은 면역 반응을 크게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특이적인 항체를 만드는 형질 세포와 기억 세포의 생성을 유도한다. 항원이 모두 제거되어도 기억 세포는 체내에 오랫동안 남아 같은 항원이 다시 침입했을 때 빠르게 항체를 만들어낸다. 
 한편 mRNA(messenger RNA, 전령 RNA)는 단백질 합성에 관한 핵심적인 정보를 담은 분자다. mRNA와 결합한 리보솜은 mRNA의 염기 서열을 바탕으로 아미노산을 결합해 폴리 펩타이드를 합성한다. 이후 폴리 펩타이드는 여러 구조적 변형을 거쳐 생물의 생체 작용을 담당하는 단백질이 된다.
 mRNA 백신은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일부 단백질을 합성하는 mRNA를 포함한다. 이것이 체내로 주입되면 해당 단백질이 세포 내에서 만들어지고, 이는 항체의 생성을 유도한다. 코로나19 mRNA 백신의 경우, 코로나 바이러스의 표면을 둘러싼 스파이크 단백질을 합성하는 mRNA를 인체에 주입해 체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만들어지도록 한다. 스파이크 단백질만으로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감염 반응이 일어나지 않지만, 면역 세포는 이를 인지해 특이적인 항체와 기억 세포를 만들어낸다. 이후 코로나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은 기억 세포에 의한 신속한 방어 작용을 유도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결합하는 항체의 모습. (사진=The Conversation)
     
      

카탈린 카리코와 드루 와이즈먼 연구팀은 외부에서 주입한 mRNA가 체내에서 과도한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mRNA를 구성하는 염기의 구조를 변형하는 기술을 새롭게 개발했다. RNA는 아데닌(A), 구아닌(G), 사이토신(C), 유라실(U) 염기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염기에 메틸기 등을 결합시키면 메틸슈도유리딘과 같은 변형 염기가 만들어진다. 변형된 염기를 가진 mRNA는 인체에 주입했을 때 선천성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않을뿐만 아니라 단백질의 발현을 더 효과적으로 유도한다. 선천성 면역 반응은 항원이 침입했을 때 가장 먼저 일어나는 면역 반응으로 항체가 생성되기 이전에 활성화되는데, 이 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나면 *사이토카인 폭풍이 일어나 정상 세포까지 파괴되어 심한 경우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연구팀은 백신에 변형된 염기를 가진 mRNA를 사용함으로써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했다.   
   
     
*사이토카인: 세포가 분비하는 작인 단백질로, 면역 시스템 활성 및 작동에 관한 여러 신호를 주고받는데 사용된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방출되어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며 일어나는 과잉, 급성 면역 이상 반응이다.   
   
     
인류를 구한 mRNA 백신이 탄생하기까지
    
 카탈린 카리코가 mRNA 백신을 개발해내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그의 집안은 수도 시설이 없어 물조차 나오지 않는 집에 살 정도로 가난했다. 헝가리의 생화학 연구소(BRC, Biological Research Centre)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할 때는 공산주의 비밀 경찰의 감시 대상이었던 지식인 목록에 올랐다. 이 때문에 그는 가족들이 경찰의 보복을 받게 될까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BRC에서 연구를 시작한지 3년이 지났을 때쯤, 그의 연구실에 대한 모든 지원이 끊겼고 그는 딸의 곰 인형 속에 1천 달러를 숨긴 채 새로운 연구 환경을 찾아 미국으로 건너왔다. 
 카탈린 카리코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mRNA에 대한 실험을 시작했을 무렵, mRNA의 불안정한 구조와 외부 mRNA가 일으키는 염증 반응을 이유로 많은 이들은 mRNA를 이용한 백신 개발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로 인해 그는 mRNA 기반 유전자 치료 요법에 관한 모든 과제 수주에 실패했고, 연구의 실패가 거듭되자 대학은 그를 조교수 자리에서 쫓아냈다. 그럼에도 그는 비정규직으로 대학에 남아 mRNA 연구를 이어갔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연구를 멈추지 않은 카탈린 카리코에게 펜실베이니아 의대의 면역학 교수인 드루 와이즈먼과의 만남은 운명처럼 찾아왔다. 그들은 mRNA를 이용한 단백질 발현 유도에 관한 실험적 지식을 나누며 mRNA 백신의 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연구를 이어나갔다. 그들이 발표한 논문은 여러 저널로부터 수차례 거부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두에게 외면받던 분야에 대한 연구를 끈질기게 이어간 카탈린 카리코의 인내심과 그 아이디어가 가진 가능성을 알아본 드루 와이즈먼의 적극적인 지원은 마침내 성공적인 mRNA 백신 개발로 이어졌다. 그 기술은 전 세계를 위협하던 코로나19의 종식을 앞당겼다.
    
        

       
미국의 화이자와 모더나에서 생산된 코로나19 백신. (사진=CNBC)
    
     

mRNA 백신이 성공적으로 개발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 바이오 펀드의 전폭적인 지원도 있었다. 그들이 mRNA가 가진 면역 유도 기능에 대한 가능성을 처음 제시했을 당시 많은 제약 회사와 벤쳐 기업들은 연구비 지원을 거절했다. mRNA의 면역학적 기능을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제약 회사인 모더나와 독일의 생명 공학 회사인 바이오앤테크는 그들의 연구가 가진 가능성을 알아보고 큰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이후에는 바이오앤테크사와 손을 잡은 미국의 화이자도 연구 자금 지원에 참여했다. 대형 제약 회사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mRNA 백신의 임상 실험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임상 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을 무렵 코로나 바이러스가 등장했고, 코로나19 mRNA 백신은 모더나와 화이자에서 임상 실험을 거친 후 대량으로 생산되어 세계적으로 상용화되었다.
    
     
코로나19 백신과 국제 관계
    
 세계 각국이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각축을 벌이던 2020년 말, 국가 간 백신 계약에 관한 자료 수집을 이어오던 듀크대학교의 한 연구팀은 백신의 대부분이 미국, 캐나다, 영국 등 고소득 국가에 의해 구매되었다고 밝혔다. 또 그들의 자료에 따르면 대량 제조 및 임상 실험 자원을 갖춘 브라질, 멕시코 등 일부 중소득 국가는 자원 제공의 대가로 백신 구매 협상에 성공했다. 
 그러나 자금과 백신 개발 기술이 모두 부족한 국가들은 백신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경제 자본 부족으로 인한 ‘백신 불평등’을 겪은 국가들은 튀니지, 케냐, 세네갈, 파키스탄, 세르비아 등으로 2022년 7월 기준 중상위 소득 국가의 백신 접종률은 75%를 넘어섰지만 저소득 국가의 접종률은 25%에도 미치지 못했다. 런던정경대학교에서 세계 보건 정책을 연구하는 클레어 웬험 교수는 ‘세계 의약품의 90%가 전체 인구의 10%에게만 돌아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저소득 국가들에게도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백신 공급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불평등이 발생한 원인으로 자국 우선주의를 꼽았다. 자국 우선주의는 자국과 그 국민들의 이익을 가장 우선시하는 정치적 경향으로, 전 세계적 연대와 협력보다는 자국의 이익 및 안전 확보를 중시한다. 이러한 이념은 팬데믹과 같은 지구적 규모의 위기 상황에서 자국 중심의 각자도생을 우선시하며 국가 간 갈등과 극심한 불평등을 유도한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UNICEF),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은 백신 공동 분배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를 계획했다. 이들은 저소득 국가의 백신 구매를 위한 고소득 국가들의 재정 지원을 이끌어냄과 동시에 백신의 개발과 공급 과정의 진행 속도를 높여 전세계의 모든 국가들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분배가 공평하게 이루어지도록 했다. 2020년에 처음 시행되어 2023년 12월 31일 종료된 코백스는 146개의 저소득 국가들에게 약 20억 개의 백신과 안전한 접종 도구를 전달했고, 120억 달러 이상의 재정적 지원을 제공했으며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약 270만 명의 생명을 지켜내는 등 큰 성과를 냈다.
     
         

       
코백스는 코로나19 백신의 공평한 분배를 목표로 한다. (사진=UNICEF)
    
      

코로나19 팬데믹은 국제 관계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켰다. 팬데믹 발생 전과 비교해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었으며 리더 국가의 역할이 사라지고 각국의 전략적 자율성이 증대되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2020년 10월 ‘코로나19 이후 국제질서 변화와 다자주의 국제협력 전망’을 통해 '백신 개발과 공급 과정에서 비롯된 국가 간 경쟁이 선후진국 및 제3세계 국가 사이의 갈등과 불평등'으로 이어졌으며 '백신 분배를 위한 국제적 협력 과정에서 리더십을 행사하는 국가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국제 관계에서도 도덕적 권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백신은 국가 간 과학 기술 경쟁을 넘어 협력과 갈등, 연대와 불평등의 국제 사회 질서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세계 국가들은 기술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과학적 경쟁을 펼치는 동시에 국가 간 백신 공급의 불평등을 해소하여 인류를 바이러스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도움을 주고받았다. 과학 기술과 국제 사회 질서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불가분한 조화를 이룬다.
   
      
과학의 발전은 사회적 관심 속에서 피어난다
     
 과학자의 사명은 인류의 발전을 돕는 과학적 연구나 기술의 개발을 위해 힘써야 한다는 데에 있다. 그와 동시에 과학자의 연구가 인류를 위해 의미 있게 쓰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 그리고 전세계적인 협력과 교류가 반드시 필요하다.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의 주인공인 카탈린 카리코와 드루 와이즈먼의 이야기는 모두가 가능성을 의심한 분야에서 연구를 멈추지 않은 두 과학자의 열정이 이뤄낸 눈부신 과학적 성과를 보여준다. 또 연구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믿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미국 제약 회사들의 모습을 통해 과학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사회적 기업의 역할을 짚어볼 수 있다. 그들이 mRNA 백신 연구에 대한 대규모 지원금과 일반인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실험 환경, 백신 대량 생산을 위한 공장 등을 두 과학자에게 제공하지 않았다면 코로나19 백신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이 수많은 사람들을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지켜낸 혁신적인 과학 기술로 자리할 수 있게 된 과정에서 사회적, 기업적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가지는 역할은 매우 크다. 한편 코로나19 백신이 야기한 전세계적인 백신 불평등 문제와 국제 관계의 변화는 과학 기술과 국제 사회의 긴밀한 연관성을 보여준다.
    
         

       
과학의 성장은 사회의 발전과 함께한다. (사진=nhadathoangha)
    
     

 우리나라의 경우, 연구개발(R&D)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기초 과학 연구자들과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의료선진국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R&D 지원이 우리나라의 백신 개발 속도를 늦춘 이유로 꼽히기도 했다. 실제로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 시험에 드는 비용이 1000~2000억원 수준임에 비해 2022년 한국 정부가 백신 임상 시험에 투자한 금액은 105억원에 그친다. 1980년대부터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백신 개발과 관련해 약 41조원을 투입한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정부의 재정적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2023년 9월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노벨 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 2023’ 행사에서 2013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스탠포드 대학의 마이클 레빗 교수는 제한된 예산과 과학적 성과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어렵지만, 그럼에도 “과학과 교육에 대한 투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행사에 참여한 각국의 과학자들은 미래 전망에 기초한 자연 과학 분야에의 사회적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해당 행사 역시 과학에 대한 대중의 흥미를 높이고 과학자와 일반 대중 간의 경계를 허물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되었다.
 인류의 삶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이루어지는 과학 연구는, 사회 구성원들의 관심과 지원 속에서 그 빛을 발한다. 사회의 발전과 과학의 성장이 언제나 발맞추어 나아가야 하는 이유다.
    
      
참고 자료
     
[1] 김찬혁.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정치권의 숟가락 얹기 멈춰야”. 청년의사. 2020. 11. 19.
[2] 남재환. [과학자가 해설하는 노벨상] 대기만성 mRNA백신과 꼭 닮은 과학자의 인생. 동아사이언스. 2023. 10. 12.
[3] 박정연. 코로나19 끝자락? ... 전문가들 “백신 개발 전략 정비 시급”. 동아사이언스. 2023. 5. 5.
[4] 성기영, 이수형. 코로나19 이후 국제질서 변화와 다자주의 국제협력 전망. INSS 전략보고. 2020. 10. 
[5] 한세희. 노벨상 석학들, “과학은 선거 주기 따르지 않아… 긴 호흡 지원 필요”. ZDNET Korea. 2023. 9. 24.
[6] 한세희. [노벨상 2023] 비정규직 전전하던 카리코 교수, 30년 연구로 꽃핀 코로나19 백신. ZDNET Korea. 2023. 10. 3.
[7] Kolata, Gina. Long Overlooked, Kati Kariko Helped Shield the World from the Coronavirus. The New York Times. 2021. 4. 8.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권세은 기자 kwonseeun@snu.ac.kr

출처 : [2023 겨울 자몽 시리즈] 04. 지구촌 사회와 코로나19 mRNA 백신 - 뉴스룸 -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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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노벨 물리학상

 

[아토초 펄스 연구, 원자 세계 탐험의 시작]
 

 


2023년 노벨상을 수상한 3명의 물리학자.(왼쪽부터 피에르 아고스티니(Pierre Agostini), 페렌츠 크라우스(Ferenc Krausz), 앤 륄리에(Anne L’Huillier)) ©Nobel Prize Outreach

 
2023년 노벨 물리학상은 아토초(Attosecond) 펄스광 관련 연구를 수행한 3명의 물리학자가 수상했다. 피에르 아고스티니(Pierre Agostini), 페렌츠 크라우스(Ferenc Krausz), 앤 륄리에(Anne L’Huillier)가 그 주인공이다. 아토(Atto)는 10-18을 의미하는 용어로, 1아토초란 1초를 100경으로 나눈 매우 작은 찰나의 시간을 말한다. 이들이 수행한 아토초 펄스광에 대한 연구를 통해 원자, 전자 등 극도로 작은 물질의 관찰이 가능해지면서, 미시 세계를 탐험하기 위한 인류의 도전을 한 단계 앞당길 수 있게 되었다.

아토초 연구를 통해 원자, 전자 크기의 극도로 작고 빠른 물질을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GettyImages
 
[아토초, 극도로 미세한 세계를 다루는 단위]

인류는 관측 기술의 발전을 통해 더 작고 빠른 물질을 관찰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서는 작은 파장을 갖는 빛을 만들거나 관찰하는 것이 필요했다. 레이저가 1960년대 처음 개발되고 광학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미세한 파장을 갖는 빛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1980~1990년대에는 10-18 초에 해당하는 펨토초(femtosecond) 단위의 연구가 가능해졌다. 펨토초 단위의 레이저를 활용해, 마치 카메라로 촬영을 하듯 분자와 원자 단위의 거동을 관찰한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아헤메드 자워일(Ahmed Zewail) 교수는 요오드화나트륨이 요오드와 나트륨으로 나눠지는 순간을 포착했고,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9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화학 반응의 원인을 분석하거나, 반응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원자 내 ‘전자’의 거동을 관찰할 수 있어야 하는데 펨토초 단위에서는 관찰에 한계가 있었다. 이후 펨토초보다 더 작은 단위인 아토초에도 주목하게 되었다. 빛의 속도로 1아토초를 움직이는 거리는 원자의 지름 정도에 해당할 만큼 아주 미세하다. 원자는 원자핵과 그 주위 분포한 전자들로 이루어지는데, 수소의 경우 전자가 원자핵 주변을 약 150아토초로 주기로 회전한다.
원자는 원자핵과 그 주위를 회전하는 전자로 이루어진다. 물질의 반응을 제어하는 전자의 거동은 아토초 단위에서 측정과 관찰이 가능하다. ⓒGettyImages
 
이러한 미세한 전자의 움직임은 펨토초 단위로는 측정이 어렵지만 아토초 단위라면 측정이 가능하다. 레이저를 원자에 쏘면, 레이저가 원자 내의 전자와 상호작용을 통해 매우 짧은 파장을 갖는 특정한 광자(빛의 입자)를 발생시키고, 이 순간을 유지하도록 함으로써 전자를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아토초 단위의 실시간 관측 연구는 200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가능해졌다. 그리고, 3명의 물리학자에 의해 전자의 운동을 관찰하는 것이 조금씩 현실화되기 시작한다.

 
[아토초 펄스, 2023 노벨 물리상의 핵심 연구]
 
2023 노벨상은 아토초 단위의 광파(펄스)를 생성하고 지속시킴으로써, 전자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포착하는 데 기여한 3명의 물리학자가 수상했다.

팸토초와 아토초 단위의 광파를 연구하던 스웨덴 룬드대학의 앤 륄리에 교수는 레이저를 사용하여 아토초 단위의 시간 동안 광파를 생성하는 연구를 주도했다. 그는 1987년 적외선 레이저가 불활성 기체의 원자들과 부딪칠 때 매우 짧고 일정한 주기를 갖는 광파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후, 2001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의 아고스티니 교수는 이러한 광파의 파동을 250아토초 동안 만들어내고 지속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독일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대학의 크라우스 교수가 650아토초 동안 지속되는 광파를 구현하면서 실시간으로 전자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에 성공하게 된다.
아토초 펄스광을 통해 극고속으로 움직이는 전자의 관측이 가능해지고 있다. ⓒGettyImages
 
 이러한 연구들은 극고속으로 움직이는 전자의 동역학적 현상을 관측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예를 들면, 물리학에서 전자와 전자 사이의 상호작용을 규명하거나, 화학 분야에서 반응에 참여하는 전자를 추적할 수 있다. 또한, 물질의 상태 변화에 대해서도, 전자의 상태 측정을 통해 더 자세한 관찰과 설명이 가능해진다. 이를 통해 인류는 물질에 대해 한층 더 깊은 이해와 함께, 더 나아가 전자의 거동을 제어함으로써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데 이용할 수 있다.
 
[아토초 단위의 미세 측정, 미래를 어떻게 바꿀까?]
 
물리학자 3인이 수행한 아토초 펄스광 관련 연구는 과학계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다. 아토초 과학 연구는 화학, 생명과학, 의약학,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화학 분야에서는 물질의 성질 변화와 화학적 상호작용을 아토초 단위로 정밀하게 조사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촉매 물질의 개발이나 화학 공정을 효율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이며. 생물 분야에서는 분자 속 전자의 운동을 연구해 DNA의 구조나 변화를 관찰할 수도 있고, 식물의 광합성의 과정 등을 밝히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질병과 관련이 있는 분자를 식별하여 진단 기술을 높일 수 있다.
 
아토초 연구를 통해 반도체 재료 개발이나, 의약학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전망되고 있다. ⓒGettyImages

 

또한, 아토초 연구는 양자컴퓨터 기술의 발전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물질의 양자 상태를 제어하고 활용함으로써 기존의 슈퍼컴퓨터가 할 수 없는 연산을 더 빠르게 처리하여, 효율적인 정보 전달이 가능하다. 양자 상태를 결정하는 전자를 측정하는 정확도 높은 기술이나, 이미징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향후 더 높은 수준의 아토초 측정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아토초 단위의 과학을 통해 양자 상태를 제어하는 것이 가능해지면, 이를 이용해 양자컴퓨터를 개발할 수 있다.ⓒGettyImages

 


아토초 연구를 통해 얻은 물리적 정보는 새로운 반도체 재료의 개발이나 기존 재료의 특성 조절에도 활용된다. 이는 고성능 전자 소자 및 반도체 소자의 성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한편,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아토초 다음을 논의하고 있다. 이제는 젭토초( 10-21 초)를 이용해서 원자 내부의 극고속 동역학을 연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처럼 매우 작고 빠른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기 위한 여정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들은 미래 과학기술 지식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 미디어/사이언스 라이브/과학 이야기|사이언스올 (scienceall.com)

 

사이언스올/미디어/사이언스 라이브/과학 이야기

  이러한 미세한 전자의 움직임은 펨토초 단위로는 측정이 어렵지만 아토초 단위라면 측정이 가능하다. 레이저를 원자에 쏘면, 레이저가 원자 내의 전자와 상호작용을 통해 매우 짧은 파장을

www.sciencea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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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노벨화학상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는 브러스·에키모프·바웬디 공동선정

 

양자점과 나노입자 발견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

미국 컬럼비아대의 미국인 루이스 브러스, 미국 나노크리스탈 테크놀러지에 근무하는 러시아 출신 알렉세이 에키모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프랑스계 미국인 뭉기 바웬디 ./ 사진=노벨재단 유투브 캡쳐

 

2023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는 입자의 크기가 광학적, 전기적 특성을 결정하는 양자점(퀀텀 도트)의 발견과 합성 연구한 미국 루이스 브러스 컬럼비아대 교수, 미국 나노크리스탈 테크놀러지에 근무하는 러시아 출신 알렉세이 에키모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프랑스계 미국인 뭉기 바웬디 등 3명이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4일(현지시간) 2023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미국 컬럼비아대의 미국인 루이스 브러스, 미국 나노크리스탈 테크놀러지에 근무하는 러시아 출신 알렉세이 에키모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프랑스계 미국인 뭉기 바웬디 등 3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양자점은 인류에게 가장 큰 혜택을 가져다 줬다. 과학자들은 미래에 양자점이 유연한 전자 장치, 작은 센서, 얇은 태양 전지, 양자 통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며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이들은 1100만 크로나(13억6000만 원)를 3분의 1씩 나눠갖게 된다.


양자점은 크기가 ㎚(나노미터·10억분의 1m) 정도인 반도체 결정체로 양자점의 크기와 모양을 조절하면 원색에 가까운 색을 구현할 수 있고 이 기술은 초고화질 디스플레이에 적용되고 있다.

양자점은 크기에 따라 발산하는 빛의 색이 달라지는 광학적 특징을 가진 소재다. 금속 원자를 수천~수만 개정도 모아놓은 것으로 둥근 모양이다. 원자를 수천 개 모아놨다지만 수십 ㎚(나노미터)로 매우 작은 크기이기 때문에, 양자역학적 특성을 유지하고 있어 ‘둥근 모양의 양자’라는 뜻의 ‘양자점(퀀텀닷)’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총 1000만크로네(약 13억5000만원)가 주어진다.

최선미 기자 

 

2023년 노벨화학상 주요업적 

‘퀀텀닷 개발’한 3명 과학자 공동수상

 

올해 노벨화학상은 물체의 색깔을 실제와 가장 가깝게 구현해 디스플레이의 신세계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과학자 3명이 공동수상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연구가 TV부터 LED 조명, 외과에서의 종양 조직 제거 수술 등에 활용되면서 다양한 실용화 가능성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퀀텀닷’ 세상을 열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는 4일, 2023년 노벨화학상에 나노미터(㎚, 10억분의 1m) 수준의 작은 금속 입자인 양자점(퀀텀닷)을 개발한 알렉세이 에키모프(78) 나노크리스탈 테크놀로지 대표, 루이스 브루스(80)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모운지 바웬디(62)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 교수를 선정했다.

노벨위원회는 “양자점은 인류에게 가장 큰 혜택을 가져다 줬다”며 “과학자들은 미래에 양자점이 유연한 전자 장치, 작은 센서, 얇은 태양 전지, 양자 통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시상의 이유를 밝혔다.

1980년대 초 러시아 바빌로프 국립광학연구소에서 근무 중이던 알렉세이 에키모프는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색깔 있는 유리를 제작하는 방법으로 입자의 크기가 유리 색깔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증명했다.

 

양자점은 유연한 전자 장치, 작은 센서, 얇은 태양 전지, 양자 통신에도 기여할 전망이다.(노벨위원회)

 

이후 루이스 브루스는 미국 벨 연구소에서 유체(물)을 이용해 자유롭게 떠다니는 입자에서의 양자 효과를 입증한다. 브루스의 제자로 그와 같은 연구실에서 양자점을 연구한 바웬디는 끓는 기름에서 양자점을 만드는 방법을 고안해 결함없는 양자점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 주목받았다.

올해 화학상을 수상한 세 명의 과학자는 양자점의 광학적 특성을 발견하고, 이를 산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화학적 합성법을 개발한 과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에키모프와 브루스는 각각 1981년, 1982년에 금속 원자 덩어리의 크기가 달라지면 방출하는 빛의 색이 달라지는 ‘양자 크기 효과’를 처음으로 발견해 논문을 발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양자의 크기가 달라지면 크기가 달라진다는 정도의 의미있는 과학적 사실을 발견했다고만 여겨졌다. 그러나 바웬디가 1993년 양자점의 크기를 다르게 화학적으로 합성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면서, 양자점은 산업의 영역으로 들어서게 된다. 바웬디는 양자점으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응용 방법을 연구하고 시도하면서, 산업적 응용에서의 확산을 가능하게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날 화학상 시상 약 3시간 전에 수상자 명단이 유출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노벨위원회가 이메일을 통해 ‘2023년 노벨화학상은 양자점과 나노입자를 발견하고 발전시킨 연구에 돌아갔다’고 밝힌 것이다. 사전 유출된 수상자 명단은 실제 수상자인 루이스 브러스, 알렉세이 에키모프, 뭉기 바웬디 등 3명이었다.

 

그러나 브루스 교수는 노벨위원회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 수상소식을 몰랐다고 언론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수상자 명단이 사전 유출된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며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바웬디 교수도 수상 명단이 유출된 것을 알지 못했다. 바웬디 교수는 “노벨위원회로부터 연락을 받기 전까지는 수상 사실을 몰랐다. 예상치 못했는데 너무 영광스러웠다”고 밝혔다.

 

에키모프와 브루스는 각각 금속 원자 덩어리의 크기가 달라지면 방출하는 빛의 색이 달라지는 ‘양자 크기 효과’를 처음으로 발견해 논문을 발표했다.(노벨위원회)

 

QLED TV부터 첨단의료까지

양자점은 크기에 따라 발산하는 빛의 색이 달라지는 광학적 특징을 가진 소재로, 금속 원자를 수천~수만 개정도 모아놓은 둥근 모양이다. 원자를 수천 개 모아놨다지만 수십 ㎚(나노미터)로 매우 작은 크기이기 때문에, 양자역학적 특성을 유지하고 있어 ‘둥근 모양의 양자’라는 뜻의 ‘양자점(퀀텀닷)’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현재 양자점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매우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 이미 익숙한 삼성전자의 ‘퀀텀닷 디스플레이’가 바로 이 양자점을 활용한 디스플레이다. 양자점의 경우 크기에 따라 다른 빛을 스스로 방출하기 때문에 빛을 내주는 ‘백라이트’가 필요없다는 점과 표현할 수 있는 빛의 범위가 매우 넓다는 것이 강점이다. 물체의 색깔을 실제와 가장 가깝게 구현해 ‘디스플레이의 신세계’를 열었다는 평가가 많다.

 

바이오 분야에서 양자점이 활용되고 있다. 양자점을 이용해 특정 단백질의 이동 경로나 반응 메커니즘 등을 관찰하는 용도로도 활용되고 있다. 일본의 과학자 고 시모무라 오사무는 같은 용도로 사용되는 형광 단백질을 개발해 2008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양자점은 금속 원자로 구성돼 있어, 형광 단백질에 비해 안정성이 높다는 점에서 더욱 유용하다.

최근에는 양자점을 활용한 센서, 양자 통신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추세다. 양자점을 이용하면 기존의 소자보다 훨씬 세밀하게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할 수 있어, 예민한 센서를 만드는 데 적합한 소자로 평가받고 있다.

예를들어, 피부가 흡수하는 파장이 피해서 빛을 흡수할 수 있는 영역의 양자점을 만들면 피부를 통과한 빛도 검출이 가능해진다. 또한,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려면 야간에서도 물체를 잘 감지할 수 있는 센서가 필요한데, 이런 분야에도 양자점을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양자점이 하나의 광자를 감지하거나, 혹은 광자를 생성해낼 수도 있어 양자 통신에서도 유용하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노벨위원회는 “이번 화학상 수상자들은 크기가 매우 작아 스스로 특성을 결정하는 나노입자인 양자점 발견과 발전을 이끌었다”며 “TV, LED 조명, 외과에서의 종양 조직 제거 수술 등에 활용이 가능하고, 크기 따라 다른 색을 가져 다양한 실용화 가능성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화학상 수상자들은 크기가 매우 작아 스스로 특성을 결정하는 나노입자인 양자점 발견과 발전을 이끈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노벨위원회)

러시아 ‘인재 유출’ 한탄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 중 한 명으로 옛 소련에서 출생한 알렉세이 예키모프가 선정되자 러시아에서는 그가 소련 레닌그라드 출신이라며 환영하면서도 인재를 유출했다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이다.

예키모프는 현재 미국 나노크리스털 테크놀로지사 수석과학자로 있지만, 옛 소비에트연방 태생이다. 러시아 언론은 예키모프에 대해 1945년 2월 28일 출생한 러시아인이자 미국인이라고 소개했다. 러시아 언론매체들은 “러시아인이 노벨화학상 수상”, “소련 과학자, 노벨상 수상” 등 예키모프가 소련 출신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노벨상 소식을 타진하고 있다.

또한, 예키모프가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재능 있는 사람이 러시아를 떠났다”, “두뇌 유출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다른 나라를 위해 일하고 있다”며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레닌그라드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옛 이름이다. 예키모프는 1967년 지금의 상트페테르부르크주립대인 레닌그라드주립대 물리학부를 졸업했고, 1989년 물리·수리과학 박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976년 과학기술 부문 소련국가상을 받은 그는 소련과학아카데미 레닌그라드 이오페 물리기술연구소와 바빌로프 국립광학연구소에서 일하다 1999년부터 미국 뉴욕의 나노크리스털 테크놀로지로 옮겨 연구 활동을 계속하게 된다. 그는 고체물리학 및 광학 전문가인 예키모프는 바빌로프 광학연구소 시절인 1981년 세계 최초로 유리에서 작은 염화구리 결정 형태의 양자점을 개발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가 국제사회 외면을 받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이어 올해 노벨상 시상식에 러시아 대사가 초청되지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 출신 과학자가 상을 받은 게 의외라는 반응도 있다.

 

류아연 미주특파원 

출처 : 노벨사이언스 모바일 사이트,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는 브러스·에키모프·바웬디 공동선정 (nobelscience.net)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는 브러스·에키모프·바웬디 공동선정

양자점과 나노입자 발견 발전시킨 공로를 인정 2023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는 입자의 크기가 광학적, 전기적 특성을 결정하는 양자점(퀀텀 도트)의 발견과 합성 연구한 미국 루이스 브러스 컬럼비

m.nobelscienc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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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노벨문학상

‘21세기 사뮈엘 베케트’…노벨문학상 수상 욘 포세 누구?

1959년생 노르웨이 출신 작가
극작가로선 13번째 수상
간결하면서 음악적 문체로
희곡·소설·시·아동문학 섭렵
지난해 정보라와 부커상 최종후보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 ⓒ Tom A. Kolstad, 문학동네 제공
 

짧고 심오한 시적 문체로 정평이 난 노르웨이 극작가 욘 포세가 20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헨리크 입센 다음으로 자국내 무대에 많은 작품을 올리는 대중적 작가로 올해 예순넷에 안은 영예다. 그는 ‘21세기 사뮈엘 베케트’로도 불린다.

노벨문학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한림원은 5일 밤 8시(한국시각) “말할 수 없는 것에 목소리를 부여하는 혁신적인 희곡과 산문”의 작가로 욘 포세를 소개하며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여했다. 그는 간결하고도 음악적인 문체로 희곡, 소설, 시, 아동문학, 에세이를 넘나들어 왔다. 한림원은 욘 포세를 두고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널리 공연되는 극작가 중 한 명이지만, 산문으로도 점점 더 인정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욘 포세가 자신에게 가장 영향을 미쳤다고 꼽는 세 작가에 아일랜드 작가 사뮈엘 베케트(1906~1989)가 있다. 앞서 극작을 주요 경력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는 하신토 베나벤테(스페인, 1922), 조지 버나드 쇼(영국, 1925), 루이지 피란델로(이탈리아, 1934), 유진 오닐(미국, 1936), 베케트(1969), 다리오 포(이탈리아, 1997), 가오싱젠(프랑스·중국, 2000), 해럴드 핀터(영국, 2005), 페터 한트케(오스트리아, 2019) 등이 있다. 지난해의 아니 에르노(프랑스)까지 119명 수상 작가의 대표작이 희곡인 경우로 칠 때, 13번째 극작가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된다.

 

욘 포세는 국내에선 덜 알려져 있으나 명실공히 북유럽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현대 연극의 기수로서 여러해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어 왔다. 1959년 노르웨이 해안도시 헤우게순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비교문예학을 공부하고, 문예창작을 가르쳤다. 1994년 첫 희곡 ‘그리고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으리라’에 이어 ‘이름’, ‘밤은 노래한다’, ‘기타맨’, ‘어느 여름날’, ‘가을날의 꿈’, ‘나는 바람이다’ 등이 명성을 얻고 국제 무대에 1000차례 이상 막을 올렸다.

 

실상 첫 작품은 1983년 펴낸 장편 ‘레드, 블랙’이다. 고독한 바다마을 평범한 어부의 죽음으로 노 젓듯 저어가는 삶을 담담한 리듬으로 그려낸 ‘아침 그리고 저녁’(2000) 등이 국내 소개되어 있다. 여러 작품으로 2007년 스웨덴 한림원이 주최하는 북유럽 문학상을 받았고, 2014년 유럽문학상, 2015년 북유럽이사회 문학상 등을 받았다.

 

Ill. Niklas Elmehed © Nobel Prize Outreach

 

 

지난해엔 그가 지금껏 가장 길게 쓴 장편소설 ‘새로운 이름. 7부작 VI-VII’ 영어번역판으로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다. ‘저주토끼’ 정보라 작가도 함께한 자리였다. 이른 저녁 4~5시부터 이튿날 아침 9시까지 글에 몰두했다고 한다. 욘 포세는 90년대부터 30여편의 희곡을 쓴 뒤 이제 “그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다시 소설을 썼다고 당시 밝혔다.

 

연극이 짧고 강렬한 산문이라면, 소설은 그에게 “느린 산문”이다. 그를 통해 “평범한 삶의 신비주의”를 형상화한다. 국외에선 “포세의 언어는 과잉됨이 없고 반복되지 않으며… 음악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가장 작은 디테일까지 철저히 계산되어 구성된 것”이라고까지 평가한다. 미니멀리즘의 극치를 희곡, 소설, 시 구분 없이 시현하는 격으로, 소싯적 바이올린을 배우고 노랫말을 즐겨 쓰던 경험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욘 포세의 작품(‘멜랑콜리아 I-II’, 1995~96)을 이달 20일께 국내 첫 출간하는 민음사의 유상훈 편집자는 5일 한겨레에 “희곡으로 대표되긴 하지만 시적인 문체로 장르를 구분하지 않는 작가”라면서도 “소설이 더 집중력 있게 읽힐 수 있고, 그의 전체 대표작으로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고 말했다.

 

욘 포세는 지난해 부커상 최종후보로서 소설을 쓰는 이유를 두고 “제가 해야 할 중요한 말이 있다고 느꼈고, 제가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2천만명 정도에 불과한 스칸디나비아 언어권의 작가는 이미 50개 언어로 작품을 소개해왔고, 이제 더 많은 독자와 만나게 됐다.

 

 

노벨문학상 욘 포세가 언어로 적중시킨 ‘어둠 속 빛’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국내 첫 번역 작품 ‘멜랑콜리아’

자국화가 헤르테르비그 되살려
간결하고 집요한 ‘포세체’ 시현

노르웨이 풍경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1830~1902)의 작품 ‘보르그외이섬’(1867). 욘 포세의 소설 ‘멜랑콜리아’의 주인공으로, 사후 ‘신비주의적 풍경화’로 재평가됐다.

멜랑콜리아 Ⅰ-Ⅱ
욘 포세 지음, 손화수 옮김 l 민음사 l 1만7000원

2023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64)의 희곡이 국내 초연된 때는 2006년이다. 지난 5일 수상자 발표 때 한림원이 “또다른 주요 성취”로 언급한 희곡 ‘가을날의 꿈’(1999)이었다. 당시 작품을 연출했던 송선호 중부대 교수는 자신의 논문(2017)에서 “포세의 전 작품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하나의 거대한 독백”이라고 설명한다.

희곡뿐만 아니라 시, 소설 등을 아울러 포세에게 독백은 형식이고 내용이며 목적이자 결과다. ‘인생은 언어로 표현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는 자신의 세계관 아래, 더더욱 “일반적 대화로는 불가능한 내면의 표출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독백”(송선호)이다. 한림원이 “말할 수 없는 것에 목소리를 부여하는 혁신적인 희곡과 산문”의 작가로 욘 포세를 간추린 맥락일 것이다.

 

이때의 문체는 간결하고 음악적이되 집요하고 때로 강박적이다. 독백체가 돋보이는 소설 중 하나가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국내 첫 소개된 욘 포세의 소설 ‘멜랑콜리아 Ⅰ-Ⅱ’(1995~96)다.

“나는 아주 멋진 보라색 코듀로이 양복을 입고 침대에 누워 있다. 나는 한스 구데를 만나기 싫다. 나는 한스 구데가 내 그림을 탐탁지 않아 한다는 말을 듣기 싫다. 나는 오직 침대에 누워 있고 싶을 뿐이다. 나는 오늘, 한스 구데를 만날 기력이 없다”로 시작되는 소설은 몇 쪽을 지나서도 “나는 밖에 나가기 싫다. 나는 화가다. …한스 구데의 제자다. …나는 아주 멋진 보라색 코듀로이 양복을 입고 있는 화가다. …나는 그림을 정말 잘 그린다. …왜냐하면 나는 그림을 못 그리니까. 한스 구데는 바로 그런 말을 할 것이다”에 머무른다. 하지만 침체가 아니다. 의식도 행위도 나아간다. 원을 그리며 팽창하는 언어랄까. 그 원심력으로 구체적 정보도 서서히 하나씩 던져진다. “나는 자유를 되찾아야 한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나는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 그림을 그릴 수 없다면 내가 존재할 이유도 없다. 빛도 사라질 것이다”로까지 말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19세기 노르웨이 풍경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1830~1902)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후원자를 만나 독일로 유학한다. 그때 뒤셀도르프 예술학교의 스승이 한스 구데다. 하지만 그는 동료들의 냉대로 환국하고 정신병원에까지 입원한다. 가난과 망상, 자기비하에 고립된 그가 그려낸 그림은 사후 ‘신비주의적 풍경화’로 재평가된다.

소설은 실명과 연혁에 기반하므로 사실상 전기인데, 행적 대신 심리의 궤적을 좇는다. 바로 그것이 헤르테르비그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를 위해, 올리네라는 가상의 누이가 화자(Ⅱ부)로 등장해 동생을 좇는다. 이미 라스가 ‘숨진’ 1902년으로부터의 전개다. Ⅰ부 말미엔 19세기 말의 그림 한 점 앞에서 “생의 가장 큰 경험을 했다”는 20세기 말 작가 비드메가 등장해 헤르테르비그를 복기한다. 여전히 라스는 (후대인들에게) ‘살아 있는’ 1991년으로부터의 전개다.

 

 

이 소설엔 희곡 ‘가을날의 꿈’과 마찬가지로 이야기를 견인하는 중대 사건이랄 게 없다. 내면이 곧 사건이다. 그 내면에 적중할 때까지, 아기살(작고 짧은 화살)을 쏘듯, 언어를 분절하고 생략하고 환원하는 ‘포세체’는 집요하면서도 퍽 유희적이다. 아득한 심리를 분절해내는 방식이고, 독자에겐 지루하여 흘려보내거나 오래도록 홀리는 지경을 경험시킬 것이다.

 

‘멜랑콜리아 Ⅰ-Ⅱ’는 중역을 거치지 않고 국내 직역된 욘 포세의 첫 작품이다. 이를 옮긴 손화수씨는 한겨레에 “포세 문학의 특징은 단어의 반복을 바탕으로 한 리듬”이라며 “외면적으로 반복을 바탕으로 하는 리듬감이 살아 있고, 내면적으로는 철저하게 주인공 관점에서 이야기한다는 점을 통해, 지능이 떨어지든 치매에 시달리든… 각각 다를 수밖에 없는 인간 개개인의 내면을 표현하는 데 있어 거장이라는 평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노르웨이에서 활동하는 손 번역가는 “포세의 글은 어렵지 않다. 절대 현학적인 단어가 없다. 반면 작가 특유의 문장 구성과 내재된 미묘하고 즐거운 리듬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6년 7월 ‘가을날의 꿈’이 초연될 때 극단은 “현대 연극의 한 경향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 고독, 절망을 묘사하지만 특별한 스토리나 갈등구조를 찾아볼 수 없다”고 소개했다. 당시 배우가 김윤석이다. 욘 포세를 이미 ‘노벨문학상 후보’로 언급했으니, 당시 그의 나이 마흔일곱이었다.

 

욘 포세는 ‘21세기 베케트’로 수식된다. 스스로 노르웨이 소설가 타리에이 베소스, 오스트리아 시인 게오르크 트라클과 함께 가장 영향받은 작가로 사뮈엘 베케트를 꼽는다. 하지만 포세는 베케트가 붙든 ‘생의 의지’와도 대비될 만큼의, 비관도 낙관도 아닌, ‘생의 관조’를 특징으로 한다. 손화수 번역가는 스칸디나비아 문학을 “지리멸렬한 회색지대의 문학”으로 묘사한다.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해 지기 전 차 없는” “헤드라이트도 도움 안 되는” 북유럽 기후 문학이다.

 

 

그 포세가 이 소설에선 주인공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나는 그녀의 눈을 자주 그렸다. 나는 구름이 떠 있는 하늘을 자주 그렸다. 빛을 머금은 하늘. 구름이 떠 있는 하늘. 나는 그녀의 그림을 그릴 것이다. 빛 속에서, 구름이 떠 있는 하늘 속에서.”

그때 누군가는 “빌어먹을 얼간이!” “죽어 버려!”… 소리치지만, 주인공은 원을 그리듯 말을 짚어 나아간다.

“나는 오솔길 아래쪽으로 발을 옮겼다. 나는 오늘 가우스타 정신 병원에서 도망칠 것이고, 그림을 그릴 것이다.”

2023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노르웨이 극작가 욘 포세(64). 그가 국내 언론을 통해 ‘노벨문학상 후보자’로 소개된 지 17년 만의 수상이다. 부커상 누리집
 

노벨 문학위원회 위원장 앤더슨 올슨이 특별 언급한 욘 포세의 작품은 셋이다. 장편 ‘닫힌 기타’(1985), ‘아침 그리고 저녁’(2000),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길게 쓰인 최신작 ‘새로운 이름: 7부작’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닷새 동안 국내에서 욘 포세의 책은 올해 판매 누적치의 52배 더 팔렸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출처 : ‘21세기 사뮈엘 베케트’…노벨문학상 수상 욘 포세 누구? (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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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노벨 문학상’, 욘 포세 수상

‘포세 미니멀리즘’의 주인공.

지난 5일 노르웨이의 문학가 욘 포세가 2023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극작가·소설가·시인 및 아동 문학 작가로 활동 중이며, 번역가로도 알려져 있다.

‘노벨 문학상’ 선정 기관인 스웨덴 학술원은 수상자 발표 자리에서 “그의 희곡과 산문은 말로 할 수 없는 것을 언어로 표현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세계적인 극작가이지만 산문으로도 인정받는다”고 첨언했다. 이들은 일상 용어로 불안과 무력을 표현하는 포세의 서술 방식을 높이 샀다. 포세의 역설적인 전개 방식이 현대 연극에 새로움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선정 과정에서는 지난 1985년 출간된 포세의 두 번째 소설 <Stengd gitar>이 중요한 작품으로 언급됐다. ‘포세 미니멀리즘’의 문체로도 알려진 소설은 2015년 <노르딕 카운슬 문학상>을 받은 바 있다.

국내에서는 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 희곡집 <가을날의 꿈 외>, 연작 <잠 못 드는 사람들> 등이 공개돼 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욘 포세에게는 상금으로 한화 약 13억5천만 원(1천1백만 크로네), 메달과 증서가 수여됐다.

 

출처 : 2023년 ‘노벨 문학상’, 욘 포세 수상 | Hypebeast.KR | 하입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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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희곡 종횡무진…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 노벨문학상 수상자 됐다

설로 데뷔해 시·희곡 다양한 작품활동

2023년 노벨문학상의 영예가 세계적인 극작가·소설가인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64)에게 돌아갔다. 세계적 소설·극작가로 명성이 높은 그는 노벨상 시즌마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왔다. 올해 역시 노벨상 후보를 예측하는 영국의 베팅사이트 나이서오즈에서 배당률 순위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중국 여성 작가 찬쉐였다.

 

포세는 1959년 노르웨이의 해안도시 헤우게순에서 태어나 하르당게르표르에서 성장했다. 대학에서 비교문예학을 전공했고, 이후에는 문예창작을 가르치면서 작품활동을 병행했다. 데뷔작은 소설이었다. 1983년 장편소설 '레드, 블랙'으로 데뷔한 후 1989년 소설 '보트 창고'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병 수집가' ▲'납 그리고 물' ▲'멜랑콜리 I, II' ▲'저 사람은 알레스' ▲중편소설 3부작인 '잠 못 드는 사람들', '올라브의 꿈', '해질 무렵'을 출간하며 독자들에게 각인됐다.

            노르웨이 극작가 욘 포세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데뷔 10여년 뒤인 1994년에는 첫 희곡 '그리고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으리라'를 발표했다. 생활고를 겪던 차에 희곡 집필 의뢰를 받은 것이 전환점이 됐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런 종류의 작품(희곡)을 시도해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내 작가 인생에서 가장 큰 놀라운 경험이 됐다"며 "이런 종류의 글쓰기가 나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고 느꼈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그는 '이름', '누군가 올 거야', '밤은 노래한다', '기타맨', '어느 여름날', '가을날의 꿈', '나는 바람이다' 등의 희곡을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극작가로 주목받았다. 특히 1998년 프랑스에서 초연된 '누군가 온다'는 2000년부터 독일에서 지속적으로 공연되면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2002년 독일의 권위 있는 연극 전문지 '테아터 호이테'는 욘 포세를 올해의 외국인 작가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의 희곡은 전 세계에서 900회 이상 공연됐다. 이는 근대극의 확립자로 손꼽히는 헨리크 입센(1828~1906)을 뒤따르는 최다 기록이다.

 

국내에서는 그의 희곡을 바탕으로 한 연극 ▲'가을날의 꿈'(송선호 연출, 2006) ▲'겨울'(김영환 연출, 2006) ▲'이름'(윤광진 연출, 2007), ▲'기타맨'(박정희 연출, 2010) ▲'어느 여름날'(윤혜진 연출, 2013) 등이 초연된 바 있다.

 

세계적인 명성만큼 많은 상을 받았다. 1998년과 2003년 노르웨이어로 쓰인 최고의 문학작품에 주어지는 뉘노르스크 문학상, 1999년 스웨덴 한림원이 스웨덴과 노르웨이 소설에 수여하는 도블로우그상, 2003년 노르웨이 예술위원회 명예상, 2005년 노르웨이 최고의 문학상인 브라게상 명예상, 2007년 스웨덴 한림원 북유럽 문학상, 2010년 국제 입센상, 2015년 북유럽이사회 문학상을 받았다. 아울러 2003년 프랑스 공로 훈장을, 2005년 노르웨이 국왕이 내리는 세인트 올라브 노르웨이 훈장을 수훈했다.

 

국내에 번역출간된 포세의 작품으로는 ▲'아침 그리고 저녁'(문학동네) ▲희곡집 '가을날의 꿈 외'(지만지드라마) ▲3부작 중편 연작소설 '잠 못 드는 사람들'(새움)·'올라브의 꿈'(새움)·'해질 무렵'(새움) ▲'보트하우스'(새움) 등이 있다. 실존했던 노르웨의 출신의 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의 비극적 일생을 소설적으로 조형해 낸 작품 '멜랑콜리아 I-II'는 오는 20일 민음사에서 출간을 앞두고 있다.

 

앞서 한림원은 선정 이유와 관련해 "(포세의) 혁신적인 희곡과 산문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들을 말로 표현했다"며 "그의 노르웨이 배경의 특성을 예술적 기교와 섞었으며, 인간의 불안과 양가성을 본질에서부터 드러냈다"고 밝혔다. 이에 포세는 "나는 압도됐고 다소 겁이 난다"며 "이 상은 다른 무엇보다도 다른 고려 없이 문학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문학에 주어진 상이라고 본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포세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한화 약 13억5000만원)와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출처 : 소설·희곡 종횡무진…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 노벨문학상 수상자 됐다 - 아시아경제 (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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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노벨평화상

31년 징역도 꺾지 못한 이란 운동가, 옥중 노벨평화상 수상

 

이란 여성 인권, 민주주의 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
히잡 의문사 및 시위 1년.."용감한 이란 여성들에게 영광"
202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이란의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 사진=EPA연합뉴스이란의 여성 인권운동가인 나르게스 모하마디(51)가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이란에서 여성 인권과 민주주의 운동을 주도해온 그는 감옥에 갇힌 상태로 수상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6일 “이란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차별에 저항하고, 인권과 자유를 위한 투쟁에 앞장섰다”며 선정 이유를 발표했다. 베르트 레이스 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노벨평화상은 이란에서 벌어지는 모든 운동의 업적을 인정하는 의미”라고 했다. 이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의 1주기(지난달 16일) 뒤 이란 여성 운동가가 노벨평화상을 받게 됐다.

 
이란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모하마디는 9살 때 이란 혁명에 관여한 혐의로 친척이 사형당하는 경험을 한 뒤 인권 문제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 모하마디는 대학에서 핵물리학을 전공하면서 여성 단체와 시민 단체를 설립했다. 이후 여성과 소수자의 권리를 주장하고 사형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를 세웠고, 200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시린 에바디(76)가 이끄는 인권수호자 센터의 부회장을 맡으며 반정부 운동을 주도해 왔다.

이란 정부의 박해는 가혹했다. 지금까지 이란 사법부는 모하마디를 13차례 체포해 5번 유죄 판결했다. 모하마디에게 선고된 징역형 기간은 총 31년, 태형은 모두 154대다. 그는 반국가 선동 행위를 한 혐의로 2021년 11월부터 인권 침해로 악명 높은 이란 에빈 교도소에 또 수감된 상태다. 히잡이 여성을 억압하는 도구라고 주장해온 그는 지난해 9월 아미니가 사망한 뒤 벌어진 히잡 시위와 관련해 이란인들의 행동과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활동을 옥중에서도 했다. 감옥 안에서도 모임을 조직해 춤을 추고 노래하며,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열며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모하마디의 가족은 “자유와 평등을 위해 싸우는 용기로 세계를 사로잡은 이란의 용감한 여성과 소녀들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모하마디가 대학 재학 중 만난 남편 타히 라흐마니(63) 역시 인권운동가이자 작가로 14년간 수감생활을 했고, 현재는 쌍둥이 자녀와 프랑스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 모하마디는 8년 전을 마지막으로 자녀들을 만나지 못하고 있다.

 
 
모하마디는 지난 6월 공개된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감옥의 벽이 매우 높아 내 시야를 차단한다 해도, 나는 그 너머의 지평선과 미래를 본다”고 했다.

모하마디를 포함해 여성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19명이 됐다. 그중 이란 여성이 2명이다. 인류 평화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노벨평화상은 1901년 시작해 올해 104회를 맞았다. 수상자는 금메달과 상금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3억5000만원)를 받는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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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여성운동가 모하마디, 노벨평화상 '옥중 수상'

노벨위원회 "모하마디 시상식 올 수 있도록 석방해달라"

 

 이란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모하마디는 이란 당국의 여성 억압에 맞선 공로로 6일(현지시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 로이터=연합뉴스관련사진보기
이란의 여성 인권운동가이자 반정부 인사 나르게스 모하마디(51)가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시각) 모하마디가 이란 여성에 대한 압제에 저항하고 인권과 자유를 증진하기 위한 투쟁에 앞장섰다며 202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란서 인권운동한 대가... 31년 징역과 154대 태형 

베르트 레이스 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이 상은 무엇보다 이란에서 벌어지는 모든 운동의 중요한 업적에 대한 인정"이라며 "그 운동의 지도자가 모하마디라는 사실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녀의 용감한 투쟁은 엄청난 개인적 희생이 뒤따랐다"라며 "이란 정권은 모하마디를 13차례 체포했고 5차례 유죄를 선고했으며, 형량은 총 31년의 징역형과 154대의 태형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모하마디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발표하는 이 순간에도 그녀는 감독에 있다"라며 "그녀가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석방하기를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모하마디는 2003년 이란 여성 인권운동을 이끌던 시린 에바디(76)의 인권수호자 센터에 가입하면서 활동가로 나섰다. 에다비도 그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이란의 여성 인권 탄압과 사형에 반대한 모하마디는 2011년 감옥에 있는 인권 활동가를 도운 혐의로 처음 체포된 것을 시작으로 투옥과 석방을 거듭했다. 현재는 지난 2021년 반정부 희생자를 추모하는 거리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되면서 감옥에 수감 중이다.

모하마디는 감옥에서도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 의문사하며 전국적인 시위가 벌어지자 감옥안에서 히잡을 태우며 동참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이란 정부에 여성의 히잡 착용 의무를 비판하는 서한을 보냈고, 여성 수감자에 대한 성폭력을 용인하는 당국의 위선을 규탄했다. 

모하마디 "이란 정부의 차별과 폭정, 탄압에 맞서 싸울 것"
 
나르게스 모하다미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발표하는 노벨위원회 ⓒ 노벨위원회관련사진보기
 
AP통신에 따르면 모하마디는 노벨평화상 수상이 발표된 후 성명을 내고 "민주주의, 자유, 평등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나의 활동에 대해 국제적인 지지와 인정을 받은 덕분에 더 단호해지고, 책임감을 느끼면서 더 열정적이고 더 희망을 품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수상으로 인해 변화를 위한 이란인의 투쟁이 더 강해지고 조직화하길 바란다"라며 "우리의 승리가 눈앞"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여생을 감옥에서 보내는 한이 있더라도 활동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이란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란의 용감한 어머니들과 함께 여성이 해방될 때까지 억압적인 이란 정부의 차별과 폭정, 탄압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랑스 파리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는 모하다미의 남편 타기 라흐마니는 "이 상은 여성, 삶, 자유를 위해 싸우는 모든 이들에게 주는 것"이라며 "그들의 목소리는 절대 침묵하지 않을 것이며, 이 상은 그들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더 큰 힘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그네스 칼라마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모하마디의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오늘 노벨위원회가 그녀에게 평화상을 준 것은 이란 당국에 평화적 비판가와 인권 운동가에 대한 탄압이 계속될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라며 모하마디의 석방을 호소했다.

노벨평화상은 스웨덴 왕립과학원이 수상자를 정하는 다른 노벨상과 달리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 5명이 선정한다. 1901년 시작되어 올해로 104번째이며, 이 가운데 여성 수상자는 모하마디를 비롯해 19명이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 5명은 노르웨이 의회가 지명하며, 시상식도 스웨덴 스톡홀름이 아닌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시상식은 노벨의 기일 12월 10일에 맞춰 '노벨 주간'에 열리고, 수상자에게는 금메달과 상금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3억5000만 원)가 수여된다.

 

출처 : 이란 여성운동가 모하마디, 노벨평화상 '옥중 수상' - 오마이뉴스 (ohmynews.com)

 

이란 여성운동가 모하마디, 노벨평화상 '옥중 수상'

이란의 여성 인권운동가이자 반정부 인사 나르게스 모하마디(51)가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시각) 모하마디가 이란 여성에 대한 압제에 저항하고 인권과 자

www.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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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 최초] 2023 노벨평화상 수상자 나르게스 모하마디 옥중 인터뷰

“민주주의·자유·평등 실현해 ‘종교 폭정’ 끝낼 것”

 

⊙ “노벨평화상, 진보운동에 대한 전 세계인의 지지”
⊙ “2023년 11월 30일부로 전화 사용 및 변호인 접견 금지”
⊙ “2009년부터 출국 금지… 가족 보고 싶어도 못 봐”
⊙ “교도소에서 여성에 대한 성폭행 자행… 히잡 시위(2022)로 잡혀온 수감자 8명 교수형 당해”
⊙ “하얀 독방에 3차례 갇혀 심리 고문 당해”
⊙ “목숨 바쳐 이란 국민의 정당한 요구 전 세계에 알릴 것”
 
2023년 10월 6일(현지 시각) 이란의 여성 인권 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Narges Mohammadi)가 노벨평화상을 옥중(獄中) 수상했다. 1972년생으로 51세인 모하마디는 평생 13번 체포됐고, 이 중 5번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간 총 31년의 징역형과 태형(笞刑) 154대를 선고받았다. 인권운동에 매진한 대가다.
 
  모하마디는 반정부 시위(2019)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2021년 열린 거리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됐다. ‘반(反)국가 선전 확산’ 혐의로 징역 10년 9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인권 탄압으로 악명(惡名) 높은 수도 테헤란의 에빈교도소에 갇혀 있다.
 
  그러나 모하마디는 교도소에서도 침묵하지 않았다. 2022년 이란에서는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경찰에게 끌려갔다가 사흘 만에 의문사(疑問死)한 사건이 발생했다. 안 그래도 이슬람식 강경 통치와 억압에 지친 이란인들에게 아미니 사건은 정권을 향한 분노 표출의 도화선이 됐다. 아미니의 고향인 이란 서부 사케즈 지역에서 시위가 시작됐고, 곧 전국으로 확산됐다.
 
  이때 모하마디는 ‘혁명의 목소리’를 자처했다. 교도소 안에서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 메시지는 거리로 나선 이란 여성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시위대는 군경(軍警)의 총구 앞에 대열을 갖추고 “여성, 생명, 자유(Woman, Life, Freedom)”를 외쳤다. 그러고는 히잡을 불태웠다. 모하마디는 수감된 여성들과 함께 옥중 시위를 벌였다.
 
 
  “이란 여성·청년, 종교적 권위주의와 싸우는 진보적 집단”
 

2023년 10월 6일(현지 시각)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베리트 레이스 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의장은 수상자 발표에 앞서 히잡 시위의 구호인 “여성ㆍ생명ㆍ자유”를 되짚었다. 사진=AP/뉴시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도 모하마디가 인권운동을 멈추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월간조선》은 한국 언론 최초로 모하마디와 옥중 인터뷰를 진행했다. 질문을 보내고 답변을 받기까지 약 3주가 걸렸다. 이마저도 이란 당국의 감시와 검열 등으로 제약이 많았다. 모하마디 측 관계자는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 그녀를 향한 이란 당국의 감시가 더욱 삼엄해졌다”면서 “2023년 11월 30일부로 모하마디의 전화 사용과 변호인 접견이 모두 금지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이전부터 에빈교도소 내 다른 수감자들은 ‘모하마디의 전화가 도청되고 있다’고 말해왔다”라면서 “현재는 이란에 거주하는 형제들만 그녀와 만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 대해서는, “여러 경로를 활용해 모하마디에게 질문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녀가 모든 질문에 답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지금의 상황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 2023년 10월 6일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상이 갖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노벨위원회는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발표하면서 2022년 히잡 시위의 구호인 ‘여성, 생명, 자유’를 되짚었습니다. 이는 이란의 시민운동에 대한 전 세계인의 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란의 여성과 청년들은 종교적 권위주의에 맞서 싸우는 진보적인 집단입니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게 되어 무척 설렙니다. 자부심을 느낍니다.”
 
  모하마디는 2023년 10월 31일 딸 키아나 라흐마니(17)를 통해 전 세계에 수상 소감을 전했다. 모하마디는 “노벨평화상 수상이 전 세계 시민운동에 힘을 실어주는 전환점이 됐다”면서 “에빈교도소에 갇힌 46명의 여성 양심수와 정치범을 대신해 노벨위원회에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노벨위원회의 수상자 결정이 “편향적”이라며 “일부 유럽 국가의 반(反)이란 정책에 부합한다”고 비난했다.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노벨평화상 시상식에서 나르게스 모하마디의 가족이 그녀를 대신해 상을 받았다. 딸 키아나(왼쪽)와 아들 알리의 모습. 사진=AP/뉴시스

모하마디의 지지자들은 모하마디가 석방돼 직접 노벨평화상을 받기를 원했다. 그러나 이란 당국은 모하마디를 석방하지 않았다. 결국 2023년 12월 10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개최된 노벨평화상 시상식에는 그녀의 가족이 대신 참석해 상을 받았다.
 
  모하마디의 가족은 이란을 떠나 현재 프랑스에 머물고 있다. 언론인 출신인 남편 타기 라흐마니(63) 역시 인권운동에 앞장서며 수감과 석방 생활을 반복했다. 그가 교도소에서 보낸 시간을 합치면 13년이 넘는다. 라흐마니는 2012년 프랑스 망명길에 올랐다. 부부의 쌍둥이 자녀도 2015년 프랑스로 건너갔다. 이때를 마지막으로 모하마디는 자녀들을 보지 못했다.
 
  모하마디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발표되자 딸 키아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엄마가 자랑스럽고, 너무나 보고 싶다”며 그리움을 내비쳤다. 아들 알리(17) 역시 “엄마는 좋은 엄마였고, 여전히 그렇다”고 말했다.
 
  ― 남편과 자녀들이 그립진 않습니까. 이들이 있는 프랑스로 갈 생각은 안 해봤습니까.
 
  “가족을 만나러 프랑스로 가고 싶었지만, 2009년 출소한 시점에 출국 금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가족과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무척 보고 싶습니다.”
 
 
  “히잡 안 쓰면 병원 진료도 허가해주지 않아”
 
  모하마디가 갇혀 있는 에빈교도소는 주로 정치범이 수용되는 곳이다. 2022년 영국 BBC 등 외신은 모하마디의 말을 인용, 에빈교도소 교도관들이 수감자를 상대로 폭행이나 성폭력 등 범죄 행위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이란 당국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모하마디에게 에빈교도소의 실태를 물었다.
 
  ― 교도소 내 인권 유린 사례가 있었습니까.
 
  “네. 교도관들이 여성 수감자를 심하게 구타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동료들의 몸에 있는 여러 군데 멍든 자국 또한 봤습니다. 이는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닙니다. 오랜 기간 이런 폭행이 지속해왔습니다. 저와 함께 카르차크교도소에서 에빈교도소로 옮겨진 수감자 중 몇몇은 교도관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현재 에빈교도소에는 70세 이상의 여성 수감자가 4명이나 있습니다. 또 몇몇은 고통을 겪다 정신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습니다. 이들에 대한 당국의 비인도적 처우 또한 우려스럽습니다. 최근엔 사형도 자주 집행되고 있습니다. 히잡 시위로 붙잡혀 들어온 동료 수감자 중 8명이 교수형에 처해졌습니다. 이런 범죄 행위에 대해 저는 몇 차례 당국에 항의했습니다.”
 
  ― 그간 재판과 형 집행 과정에서 권리가 충분히 보장됐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변호인도 없이 혁명재판소로 끌려가 재판을 받기도 했고, 심문이나 조사 한 번 없이 2달 넘게 독방에 갇혀 있기도 했습니다. 태형도 선고받았지요(관계자에 따르면, 태형이 실제 집행되진 않았다고 한다). 또 히잡을 쓰지 않으면 병원 진료도 허가해주지 않습니다. 지금은 2022년에 이어 또다시 전화 사용과 변호인 접견이 금지된 상황입니다.”
 
  ― 수감 생활을 기록한 책 《하얀 고문(White Torture)》이 2022년 발간됐습니다. 제목 ‘하얀 고문’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입니까.
 
  “‘하얀 고문’은 수감자를 사방이 온통 흰색으로 칠해진 독방(獨房)에 가둬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간 지내게 하는 심리 고문입니다. 인간의 감각 박탈과 정신 고립을 목표로 하지요. 지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에빈교도소에 갇혔을 때 ‘하얀 고문’을 경험한 13명의 여성 수감자를 인터뷰했습니다. 이들의 증언을 토대로 ‘하얀 고문’의 잔인함을 폭로했습니다. 하얀 방에 들어간 수감자는 차츰 이상행동을 보이게 됩니다.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다는 뜻이지요. 저 역시 지금까지 3차례 ‘하얀 고문’을 당했습니다.”
 
  ―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 이란 당국의 감시가 더 심해졌다고 들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2023년 11월 30일부로 전화 사용 및 변호인 접견이 모두 금지됐습니다. 다만, ‘종교 폭군(暴君)’이 이렇게까지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니 ‘정부 역시 절박한 상황이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정부가 이런 모습을 보이면 보일수록 이란 국민의 승리는 더 가까워질 것입니다.”
 
  ― 승리라면요?
 
  “민주주의·자유·평등을 실현해 ‘종교 폭정(暴政)’을 끝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라완드 사건, 도덕경찰의 명백한 살인”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로부터 약 1년이 지난 2023년 10월, 16세 소녀 아르미타 가라완드가 테헤란의 지하철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하철 탑승객들의 증언에 따르면, 가라완드는 히잡을 쓰고 있지 않아 도덕경찰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란 당국은 “가라완드가 저혈압 쇼크로 실신해 금속 물체에 머리를 부딪쳤다”며 폭행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당국은 가라완드의 지하철 탑승 전후 영상을 공개했지만, 사건의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는 지하철 내부 영상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이란 정부가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가라완드 사건은 아미니 사건과 여러모로 유사해 이란 당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 아르미타 가라완드의 죽음을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도덕경찰의 명백한 살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란 당국은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막고자 집요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분노가 치밉니다. 히잡 착용 의무는 이란의 종교적·문화적 맥락에서 한참 벗어나 있습니다.”
 
  이란 정부는 2023년 9월 히잡 착용 의무 규정을 위반하는 여성에게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히잡과 순결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 부적절한 옷을 입거나 복장 규정을 4회 이상 위반한 사람은 5~10년의 징역형과 최대 3억6000만 리알(약 11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 ‘히잡 착용 의무’ 정책에 정치적 의도가 담겼다고 봅니까.
 
  “네. 그렇습니다. 히잡은 여성을 권력 지배하에 두기 위한 정치적 도구입니다. ‘여성의 존엄과 안전을 수호하겠다’는 이란 정부의 슬로건과도 맞지 않습니다. 히잡 착용을 강제함으로써 여성에 대한 예속(隷屬)과 지배를 사회 전체로 확산시키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모하마디 측 관계자는 기사에 히잡을 쓰지 않은 모하마디의 사진을 실어달라고 당부했다. 모하마디 역시 “히잡을 벗어 던지는 것은 이란 정부의 여성 인권 탄압에 대한 항의이자 저항”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종교 폭정으로부터의 전환’ 목표”

2022년 히잡 시위는 이란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됐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시위에서 시위대들이 ‘여성ㆍ생명ㆍ자유’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AP/뉴시스

 
  ― 2022년 히잡 시위가 일어났을 당시 옥중 시위를 주도했습니다. 히잡 시위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히잡 시위는 단지 여성만의 사회운동이 아니었습니다. 교사·노동자·학생 등 다양한 집단이 사회 변혁을 위해 한목소리를 냈지요. 이를 통해 우리는 이란이 매우 역동적인 사회라는 사실을 다시금 알게 됐습니다. 또 히잡 시위가 이란의 정치 지평과 사회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됐습니다. 나아가 이 같은 시민의 움직임이 이란의 문화적·종교적 변화까지 가져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종교 폭정으로부터의 전환’을 기치로 내걸고 이란에 민주주의·자유·평등을 안착시킬 것입니다.”
 
  ― 앞으로도 계속 인권운동을 이어나가겠다는 뜻입니까.
 
  “물론입니다. 형량을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인다고 해서 민주주의·자유·평등을 갈망하는 제 결심과 의지는 꺾이지 않을 것입니다. 목숨을 잃는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이란 국민의 정당한 요구를 앞으로도 계속 전 세계에 알릴 것입니다.”
 
  ― 국제사회에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면요?
 
  “인권과 여성의 권리가 실현되지 않는 한 진정한 민주주의는 실현되지 않습니다.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서는 이란 국민의 단결과 투쟁은 물론,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합니다.”
 
  실제로 이란 여성의 사회 참여 권리는 세계 최저 수준이다. 2023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내놓은 〈세계 성 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 2023)〉에 따르면 이란의 성 격차 지수는 0.575로 전체 146개국 중 143위를 기록했다. 이 보고서는 경제 참여 부문, 교육 성취 부문, 보건 부문, 정치권력 분배 부문 등을 종합해 세계 각국의 성 격차를 평가한다. 지수가 1에 가까울수록 양성평등이 잘 이뤄져 있다는 의미다.
 
  기자는 당초 30개의 질문을 모하마디 측에 보냈었다. 그러나 여건상 모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받는 것은 어려웠다. 모하마디 측 관계자는 “추후 모하마디로부터 답변을 받는 대로 전달해주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모하마디와 이란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며 “한국에도 이란의 인권 실상이 널리 알려져 이 땅에서 민주주의·자유·평등이 실현되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 김세윤  월간조선 기자

출처 : [한국 언론 최초] 2023 노벨평화상 수상자 나르게스 모하마디 옥중 인터뷰 : 월간조선 (chosun.com)

 

2023 노벨평화상 수상자 나르게스 모하마디 옥중 인터뷰

2023 노벨평화상 수상자 나르게스 모하마디 옥중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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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에 '노동시장 성 불평등 규명' 美 노동경제대가 골딘

"여성 소득과 노동시장 참여에 대한 포괄적 설명 첫 제공"
선진국에선 여성 교육수준 남성 추월했지만 소득차는 여전
하버드 경제학과 첫 여성 종신교수…한국 저출산 문제에도 관심
올해 노벨상 수상자 여성 36%, 작년 17%보다↑…평균 연령은 70.9세→67.3세

올해 노벨 경제학상의 영예는 여성과 남성의 노동시장 참여도와 임금 수준 등에 차이가 있는 이유를 규명한 미국의 저명한 노동경제학자 클로디아 골딘(77·여) 하버드 대학 교수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여성의 노동시장 결과와 관련한 우리의 이해를 진전시킨 공로"로 그에게 2023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골딘 교수가 "수세기에 걸친 여성 소득과 노동시장 참여에 대한 포괄적 설명을 사상 처음으로 제공했다"면서 "그는 노동시장내 성별격차의 핵심 동인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골딘 교수는 2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축적된 미국 노동시장 관련 자료를 분석,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성별에 따른 소득과 고용률 격차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피고 그러한 차이의 원인을 규명해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19세기 초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의 전환에 따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는 한때 감소했다가 20세기 이후 서비스 부문의 성장에 힘입어 다시 증가세를 그려왔다.

 

교육수준도 지속적으로 향상돼 현재는 고소득 국가 대다수에서 남성보다 여성의 교육수준이 크게 높은 상황이라고 노벨위원회는 지적했다.


하지만 아직도 여성은 세계 노동시장에서 과소대표되고 있으며, 노동으로 얻는 수입도 남성보다 적다고 노벨위원회는 지적했다.

하버드대 경제학과에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종신 교수에 오른 골딘은 이런 차이가 출산과 육아에 따른 부담과 장시간 고강도로 일할수록 훨씬 더 많은 임금을 얻는 미국의 고용환경에서 나타난다고 설명해 왔다.
대학졸업과 취업 등으로 사회에 진출한 뒤 남녀는 동일선상에서 출발하지만 10년 정도가 지나면 상당한 임금 격차가 생긴다.


같은 직업을 갖더라도 소득에 차이가 난다는 이야기다.

주요 요인은 아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행위는 거의 언제나 여성의 커리어에 악영향을 미치며 이는 '부부간 공평성'이 깨지는데서 비롯된다는 것이 골딘 교수의 지적이다.

아울러 시간외 근무와 주말 근무, 야근을 하면 각종 수당으로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미국의 기업 문화 때문에 각 가정은 남자는 일에 집중하고 아내는 아이를 돌보며 유연근무를 하는 식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하게 된다.

특정 업무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등의 노골적 성차별이 사라지고도 미국에서 성별 임금격차가 여전한 이유다.

골딘 교수는 그 결과 남성은 가족과 함께하기 힘들어지고 여성은 커리어를 포기해야 한다면서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사회적 차원에서 돌봄을 제공하는 등 일과 삶을 양립가능한 사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선정 위원회 의장인 야코브 스벤손은 "노동에서 여성의 역할을 이해하는 건 사회를 위해 중요하다"면서 "골딘의 획기적 연구 덕분에 우리는 (성별격차의) 근본적 요인과 앞으로 해결해야 할 장벽들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골딘 교수는 최근에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여성의 일과 가정 균형에 어떻게 연결이 돼 있는지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수상소감을 묻는 AFP 통신 취재진에 "(노벨상은) 나뿐 아니라 이 분야에서 일하면서 왜 그렇게 큰 변화가 있는지 이해하려 시도하는 많은 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상이지만, 여전히 (남녀 소득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유언에 따라 제정된 다른 5개 부문에 더해 1969년부터 수여돼 온 이 상의 정식 명칭은 '알프레드 노벨을 기념하는 경제학 분야의 스웨덴 중앙은행상'이다.

스웨덴 중앙은행이 창립 300주년을 기념해 1968년 노벨재단에 기부한 출연 재산을 기반으로 제정된 상이어서다.

이날 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면서 지난 2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3일 물리학상, 4일 화학상, 5일 문학상, 6일 평화상까지 2023년도 노벨상 수상자들의 면면이 모두 공개됐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는 총 11명이며, 이중 7명(64%)이 남성이고 4명(36%)이 여성이다.

수상자의 평균 연령은 67.3세이나, 평화상을 제외하면 평균 68.9세로 집계됐다.

전년도에는 단체가 아닌 개인 수상자만 따졌을 때 전체 12명 중 남성이 10명(83%), 여성이 2명(17%)이었고, 수상자의 평균 연령은 70.9세(평화상 제외시 71.9세)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상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평균연령도 한층 젊어진 모양새다.

시상식은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이 낀 '노벨 주간'에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경제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

수상자에게는 금메달과 상금 1천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3억5천만원)가 수여된다.

 

출처 : 노벨경제학상에 노동시장 성 불평등 규명 美 노동경제대가 골딘(종합2보) | 한국경제 (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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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경제학상에 여성 노동연구 전문가 하버드대 클로디아 골딘 교수

 

노벨경제학상 골딘 "매우 중요한 상…성별 격차 여전히 문제"

                                      2023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클로디아 골딘 교수[생각의힘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3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클로디아 골딘(77·여)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9일(현지시간) 자신의 수상이 노동시장을 연구하는 여성 경제학자들을 위한 중대한 표창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끈질긴 성별 격차가 여전히 문제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골딘 교수는 AFP통신과 전화 통화에서 이번 수상에 대해 "나 뿐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 분야에서 일하면서 이렇게 많은 것이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남녀간 임금) 격차가 왜 큰지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많은 이들을 위해 매우 중요한 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이날 "여성의 노동시장 결과와 관련한 우리의 이해를 진전시킨 공로"로 골딘 교수에게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골딘 교수가 "수 세기에 걸친 여성 소득과 노동시장 참여에 대한 포괄적 설명을 사상 처음으로 제공했다"면서 "그는 노동시장 내 성별격차의 핵심 동인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골딘 교수는 2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축적된 미국 노동시장 관련 자료를 분석,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성별에 따른 소득과 고용률 격차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피고 그러한 차이의 원인을 규명해냈다.

골딘 교수는 미국의 여성들은 그간 교육수준에서 상당한 전진을 이뤘지만 "많은 곳에서 그들의 승진과 급여는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성별 임금 격차의 요인은 주로 "시장과 가정, 가족의 상호작용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한편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법상 기업 지원 조건으로 육아서비스 투자를 요구한 데 대해 "이는 확실히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간 것"이라면서도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또 미국 각지의 낙태 규제 강화 정책에 대해 개인적으로 우려한다면서도 "나는 전혀 또는 거의 정치를 내 연구와 뒤섞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美 여성 노동경제학자 클로디아 골딘, 노벨 경제학상 수상

(스톡홀름 AFP=연합뉴스) 2023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클로디아 골딘의 모습이 9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왕립과학원에 나타나 있다. 이날 노벨 위원회는 "여성의 노동시장 결과와 관련한 우리의 이해를 진전시킨 공로"로 미국의 저명한 노동경제학자인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에게 노벨 경제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2023.10.09 clynnkim@yna.co.kr

 

(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출처 : 노벨경제학상 골딘 "매우 중요한 상…성별 격차 여전히 문제" | 연합뉴스 (yna.co.kr) ================================================================

노벨상 수상자 골딘이 말하는 남녀 임금격차의 진짜 원인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클라우디아 골딘은 남녀 임금격차의 원인으로 ‘탐욕스러운 일자리’를 꼽았다. 지난해 합계출산율 0.78을 기록한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클라우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 대학 경제학과 교수.ⓒAFP PHOTO

 

남녀 임금격차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 문제를 역사와 통계로 규명한 미국 경제학자 클라우디아 골딘(77)이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지난 54년 동안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세 번째 여성이며, 단독 수상한 여성으로는 처음이다. 1990년 하버드 대학 경제학과 첫 여성 종신 교수로 임명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상을 수여한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노동시장에 여전히 남아 있는 성별 격차의 주요 원인뿐 아니라 그 변화의 동인을 밝혔다”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골딘 이전에 경제학자들은 경제가 성장하면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자연스럽게 유입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골딘이 지난 200년간 미국 노동시장 데이터를 들여다본 결과는 달랐다. 기혼 여성들은 1800년대 산업혁명 이후 오히려 노동시장에서 밀려났다. 생산 활동이 집에서 이뤄지던 농업사회 때와 달리, 공장 노동과 가정을 양립하기가 훨씬 어려웠기 때문이다(골딘은 미국 경제 대부분이 농업에 기반하던 시대의 공공 기록에서 직업이 ‘아내’로만 표기된 기혼 여성 상당수가, 실제로는 농업이나 가족 사업에 종사했음을 데이터로 밝혀냈다). 여성 고용률이 다시 높아진 것은 20세기 들어 서비스업 일자리가 늘어나고 고등학교 교육이 발달하면서다. 즉 미국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는 전체 기간 내내 상승한 것이 아니라 U자형 곡선을 그렸다. 골딘은 역시 경제학자인 남편 로렌스 카츠와 함께 한 연구에서, 196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피임약 덕분에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늦추고 교육에 더 투자할 수 있게 되었음을 입증하기도 했다.

 

오늘날 미국에서 기혼 여성을 아예 고용하지 않거나, 동일한 노동에 더 낮은 임금을 주는 식의 노골적인 차별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도 왜 아직 남녀 임금격차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가? 그동안 대체로 남녀의 교육 수준이나 직업 선택의 차이로 이를 설명해왔다. 그러나 골딘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경우 의사-간호사, 교수-교사처럼 소득이 높은 전자의 직종에 주로 남자가 종사하는 ‘성별 직종분리’는 남녀 임금격차의 3분의 1밖에 설명하지 못한다. 격차의 3분의 2는 같은 직종 내에서 발생한다. 사실, 대학(원) 졸업 직후의 남녀 임금격차는 그리 크지 않다. 졸업 후 10년이 되면 차이가 커진다.

골딘이 주목하는 건 이른바 ‘탐욕스러운 일자리(greedy work)’다. 금융이나 법률 분야 등에서 예측 불가능한 장시간 노동을 요구하며, 이를 대가로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일자리다. 이런 일을 하려면 저녁이나 주말의 긴급한 호출에도 언제든 지체 없이 대응할 수 있는 ‘온콜(on-call)’ 상태여야 한다. 처음에는 부부가 모두 이런 일자리에 종사하더라도, 아이가 태어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아이가 갑자기 아프거나 학교 행사가 있는 날에는 누군가 달려와야 하기 때문이다. 둘 중 한 명은 근무 시간이나 장소를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로 옮겨야 한다.

 

둘 다 옮길 순 없을까? 그렇게 하기엔 금전적 손실이 너무 크다. 탐욕스러운 일자리일수록 돈을 아주 많이 주기 때문에 ‘시간당’으로 계산해도 보수가 높아진다. 즉 주 60시간 일하는 탐욕스러운 일자리는, 시간 선택이 유연한 주 40시간짜리 일자리보다 임금이 시간에 비례해서 1.5배 많은 게 아니라 ‘그 이상으로’ 더 많다. 이런 상황에서 부부가 둘 다 유연한 일자리로 옮기면 상당한 추가 소득을 포기해야 한다. 결국 둘 중 한 명만 시간 선택이 유연한 일자리로 옮겨 집안일에 ‘온콜’ 상태가 되기로 하는데, 대개 여성이 그 역할을 맡는다.

 

이런 결과는 가구 단위에서는 합리적 분업인 듯하다. 그러나 “둘 다 무언가를 잃는다. 남성은 가족과의 시간을 버려야 하고 여성은 커리어를 버려야 한다(클라우디아 골딘, 〈커리어 그리고 가정〉, 생각의힘 펴냄).” 골딘이 제시하는 해법은 노동이 구조화되어 있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탐욕스러운 일자리의 임금을 낮출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유연성 있는 일자리를 더 생산적이게 만들어서, 그런 일자리에서도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미국 약사업계에 일어난 일

미국 약사업계에 일어난 일이 바로 그것이다. 약사는 고소득 전문직인데도 남녀 임금격차가 거의 없다. 몇 가지 변화 덕분이다. 첫째, 예전에는 남성이 개인 약국을 소유하고 여성이 거기에 고용되는 게 보통이었는데, 약국이 기업화하면서 남녀 모두 기업에 고용돼 일하게 됐다. 둘째, 약이 표준화되면서 여러 약을 섞어 조제할 필요가 줄었다. 셋째, 정보기술 발달로 모든 고객이 복용하는 모든 처방약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면서, 약을 처방할 때 약사와 고객 사이의 개인적인 친분과 상호작용이 덜 중요해졌다.

2018년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미국 뉴욕의 워싱턴 스퀘어 공원에서 집회가 열리고 있다.ⓒAFP PHOTO
 

그 결과 한 약사의 일을 다른 약사가 쉽게 대신해줄 수 있게 됐다. 이는 특정한 약사가 장시간 불규칙 노동을 한다고 해서 막대한 보상을 줄 필요가 없어졌음을 의미한다. 다른 약사가 완벽하게 그 일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전문직으로서 약사의 가치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 약사들은 굳이 초과 임금을 위해 장시간 불규칙 노동을 감수할 필요가 없어졌고, 아이가 있는 여성 약사들은 시간당 임금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고도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게 됐다. 1965년 여성 약사는 남성 약사가 1달러를 벌 때 67센트를 벌었지만 지금은 94센트를 번다.

 

미국 노동시장 전체의 남녀 임금격차는 2021년 기준 16.9%다. 미국에서 남자가 1달러를 벌 때 여자는 그보다 약 17센트가 낮은 83센트를 번다는 의미다. OECD 평균 남녀 임금격차인 11.9%보다 높다. 한국은 31.1%로 OECD 38개 회원국 중 남녀 임금격차가 가장 크다. 이전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OECD에 가입한 1996년 이후 줄곧 1위다. 한국에서 남자가 100만원을 벌 때 여자는 68만9000원을 번다. 왜 그럴까?

 

남성이 더 오랜 시간 일하기 때문에 여성보다 임금이 높은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지만, 한국의 전체 남녀 임금격차에서 노동시간으로 설명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시간당 임금’으로 볼 때도 남녀 임금격차가 크다. 이에 대해선 성별 직종분리의 영향이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직종 내 남녀 임금 차이가 더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예컨대 높은 직급에 여성이 올라가지 못해서 같은 직종 내에서도 성별 임금격차가 커진다는 것이다.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도 유독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큰데,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여성이 더 많이 분포한다. 이는 요양보호사 등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돌봄 직종에 중장년 여성이 유입되고, 이 영역의 일자리 다수가 영세한 저임금 사업장인 현실과도 관련이 있다.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격차가 큰 이른바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성별 직종분리와 중첩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은행권 채용 성차별에서 보듯, 대기업이 채용 단계에서 일반 정규직 직군에 여자를 덜 뽑는 사례도 일부 확인된 바 있다. 남자는 공학을 전공하고 여자는 인문학이나 교육을 전공하는 등 대학에서의 성별 전공 차이가 한국 남녀 임금격차의 원인일 가능성을 제기한 연구도 있고, 이를 반박하는 연구도 있다.

 
서울 여의도의 한 은행 내부 모습. 창구 텔러 직군은 일반 정규직보다 상대적으로 저임금을 받는데, 여성 비율이 높다.
반면 일반 정규직은 남성이 더 많다. ⓒ시사IN 신선영

 

이 모든 요인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 한국 사회 전체 남녀 평균임금 격차를 가장 크게 만드는 강력한 요인은 “아직까지는 경력단절”이라고 정성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인지데이터센터장(경제학 박사)은 말한다. 한국 여성의 고용률은 30~34세에서 65.7%이다가 35~39세에 이르면 57.5%로 8.2%포인트 주저앉는다.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 이른바 ‘M자형 곡선’이 여전히 남아 있다(〈그림〉 참조). 이전에는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나이가 20대 중후반이었다면 지금은 30대 중후반으로 밀려났을 뿐이다. 고용률 최저점이 40%대에서 50%대로 높아지긴 했지만, 이는 상황이 나아져서라기보다 커리어를 지키기 위해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이 증가했기 때문일 수 있다.

 

“노동시장에서 한번 이탈한 여성은 재진입했을 때 이전만큼의 임금을 받기 어렵다. 반면 남성은 특히 대기업일 경우 계속 남는 경향이 강하다. 근속연수가 길수록 보상이 커지는 연공서열형 임금체계하에서 임금격차는 더 벌어진다. 성별 직종분리나 대-중소기업 격차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지만, 경력단절과 관련해선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존재한다. 바로 노동시간 유연화다. 그런 점에선 골딘의 연구가 지금의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정성미 센터장).”

 

한국 사회는 그동안 여성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주로 육아휴직 확대를 추진해왔다. 그 결과 한국에서 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유급 육아휴직 기간은 남녀 공히 12개월로 OECD 평균(여성 7.3개월, 남성 1.6개월)은 물론 스웨덴(여성 9.9개월, 남성 3개월)보다 길다. 그러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부모 중 실제로 사용하는 이들의 비율은 2021년 기준 여성이 65.2%, 남성이 4.1%에 불과하다.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출산한 여성의 76.6%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반면 5인 미만 기업에선 사용률이 1.3%로 미미하다. 중소기업일수록 대체인력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육아휴직 기간이 길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길게 사용할수록 직장 복귀율이 떨어지며, 복귀했더라도 승진에서 배제되는 등의 이유로 직장을 계속 유지하는 비율이 떨어진다. 이러면 고용이 안정된 일부 공공부문만 육아휴직 혜택을 보기 쉽다(정성미, ‘경력단절 예방을 통한 여성 고용 확대 방안’, 〈월간 노동리뷰〉 2023년 2월호).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튕겨나가지 않게 하려면, 육아휴직 확대보다는 골딘이 말하는 ‘유연한 일자리’가 더 시급하다는 제안이 그래서 나온다. 이때의 유연화는 해고를 자유롭게 하는 ‘고용의 유연화’가 아니다. 고용은 불안하지 않으면서도, 일할 시간과 장소를 노동자가 선택할 수 있는, ‘근무 형태와 시간 등이 유연한’ 일자리를 의미한다. 과거 박근혜 정부가 여성 고용률을 높이겠다며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추진한 적이 있다. 공공부문과 일부 은행에만 도입되다 흐지부지되었을 뿐 민간부문으로 확산되지 못했다. 정책 대상이 주로 여성에만 맞춰지다 보니 ‘여성만 시간제 일자리로 전락시키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남성 일자리는 계속 장시간 노동으로 굴러갔다.

2013년 11월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홀에 마련된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장 앞에서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한국 35~39세 여성 고용률 57.5%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2015년 4%대에 그치던 각종 유연근무제 활용률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친 지난해 남성 17.3%, 여성 14.4%로 올라갔다. 오전 9시~오후 6시 대신 오전 10시~오후 7시 등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시차출퇴근제’나 재택·원격 근무 등을 경험한 노사가 많아졌다.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간 유연성은 여성들에게 ‘양날의 검’이지만, 코로나19를 경험한 지금은 좀 더 전향적으로 논의할 필요도 있다”라고 말했다.

 

윤 교수에 따르면, 여성 고용률이 높은 유럽 나라들의 경우 남성이 전일제로 일하고 여성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1.5인(1+0.5명)’ 모델이 고착화됐다. 이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여성 노동을 주변부 노동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한국에서는 그런 모델이 공평하지 않다고 여겨서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노동시간 유연화를 반대해왔다. 남녀의 노동을 동등한 ‘1+1’로 만들기 위해, 노동시간 유연화보다는 주로 육아휴직이나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를 요구해왔다.

그런데 괜찮은 일자리에서 노동시간 조정이 어려운 현실이 바뀌지 않다 보니,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탐욕스러운 일자리에 남느냐, 일을 그만두느냐’ 양자택일의 처지에 몰리고 있다. 이것이 부분적으로는 합계출산율 0.78을 설명하는 한 요인일 것이라고 윤 교수는 말한다. “골딘은 커리어를 추구하면서도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는 미국 여성에 주목했는데, 한국 여성 대다수는 아직도 1800년대 후반에 태어난 미국 여성들처럼 ‘가정 또는 커리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출산과 육아로 인한 여성의 경력단절을 다룬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한 장면.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주 69시간 노동’으로 알려진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 논의 과정에서는, 이론적으로 가능한 절대적 노동시간이 늘어난다는 점에 노동조합의 비판이 집중되었다. 한국 사회에서 노동시간 유연화가 정말 필요한지, 노조 조직률 14.2%인 나라에서 ‘노동자에게 유리한 노동시간 유연화’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지 같은 쟁점은 상대적으로 깊이 토론되지 못했다. 윤자영 교수는 “‘나인 투 식스(오전 9시~오후 6시)’ 근무를 기본으로 장기근속에 보상하는 평가·승진·임금 체계를 계속 유지할 경우, 휴가를 자유롭게 쓰거나 근로시간을 단축하기 어렵다. 큰 폭의 임금 하락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노동조합도 유연한 일자리를 선택할 때의 기회비용을 어떻게 낮출지 고민하고, 이런 의제를 적극적으로 논의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골딘의 연구는 기본적으로 대졸 백인 여성을 중심에 놓는다. 인적자본을 통제하기 위해서라지만, 미국의 돌봄 경제를 유지시키는 저학력 이주민 여성에 주목하지 않은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주류 경제학자로서 가구 내 남녀 분업을 지나치게 ‘개인의 선택’으로 묘사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딘의 방대한 작업은, (여전히 중요한 요인이지만) 직접적 차별만으로는 격차를 설명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우리 시대에 노동시장에서 남녀 간 공평성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실마리를 제공한다. 골딘은 수상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저출생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단순히 가족과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직장의 문제로, 직장이 사회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회사가 탐욕스러운 노동구조를 바꾸도록 남성들이 함께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노벨위원회 랜디 할마르손 위원은 골딘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말했다.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올바른 이름을 붙인다면, 더 나은 방향을 향해 길을 놓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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