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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상에서는 오랫동안 유력 후보로 거듭 꼽히며 충분한 학계의 검증이 이뤄진 인물들이 상을 받던 예년과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
길게는 40∼50년 전 발표된 업적을 시상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 극복에 크게 기여한 두 과학자가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또한 이란에서 여성들의 자유를 향한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옥중의 여성 인권 운동가에게 평화상이 돌아갔다.
다만, 평화상을 제외한 수상자 상당수가 통상적 은퇴 연령을 넘긴 60대 초중반에서 80세 사이라는 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현지시간으로 이달 2일부터 9일까지 모두 6개 부문 수상자 공개가 이뤄지는 노벨상은 현재까지 9일 발표될 경제학상을 뺀 5개 부문 수상자가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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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리·의학상에 'mRNA 백신 개발 주역' 커리코·와이스먼
2일(이하 현지시간) 발표된 생리의학상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기여한 헝가리 출신의 커털린 커리코(68) 헝가리 세게드 대학 교수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페렐만 의대 드루 와이스먼(64) 교수에게 돌아갔다.
효과적인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을 가능하게 한 뉴클레오시드 염기 변형에 관한 발견이 이들의 주요 공로다.
노벨위원회는 "현대 인류 건강에 가장 큰 위협 중 하나였던 시기에 전례 없는 백신 개발 속도에 기여했다"며 코로나19 백신이 지금까지 130억 회 이상 투여돼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하고 중증 감염 수백만건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공식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감염자는 총 7억7천87만5천433명, 누적 사망자는 695만9천31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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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코와 와이스먼의 생리의학상 수상은 이례적인 결정으로 받아들여진다.
업적과는 별개로 발표 후 수십 년이 흘러 충분히 검증된 연구성과에 상을 수여하는 노벨상 관행에 비춰 수상이 불발될 것이라는 관측이 컸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바이러스 단백질 정보가 담긴 mRNA 정보를 변형해 인체에 투여하면 수지상 세포가 이를 외부 침입자로 인식하면서도 면역계 염증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내 2005년 발표했는데, 실제로 상용화된 결과물이 나온 건 2020년 코로나19 백신이 처음이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역대 의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들은 통상 핵심 연구 수행으로부터 평균 21년 뒤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경제학자는 노벨상 수상까지 23년, 물리학자는 23.5년을 기다렸다고 한다.
커리코와 와이스먼이 연구결과를 발표한 이후 18년이 흘렀으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mRNA 백신이 광범위하게 접종되기 시작한 시점으로부터는 3년밖에 흐르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수상은 관행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팬데믹 시기에 전례 없는 백신 개발을 가능케 한 공로는 관행을 깨기에 충분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특히 커리코는 한때 비주류였던 mRNA를 연구한다는 이유로 미국 대학에서 사실상 쫓겨나 생활고를 겪으면서도 끈질기게 개발에 매달린 끝에 인류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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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 세계의 창' 물리학, '양자점 연구' 화학…"응용 잠재력"
3, 4일 차례로 발표된 물리학상과 화학상의 영예는 다양하게 응용돼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업적에 돌아갔다.
원자 내부에 있는 전자의 움직임을 잡아낼 정도로 파장이 짧은 '찰나의 빛'을 만들어내는 새 실험방법을 고안해 낸 과학자 3인조 피에르 아고스티니(70), 페렌츠 크러우스(61), 안 륄리에(여·65)는 물리학상을 받았다.
'물질의 전자역학 연구를 위한 아토초(100경분의 1초) 펄스광을 생성하는 실험 방법'과 관련한 공로다.
전자의 세계에선 영점몇 아토초만에도 변화가 나타나기에 일반적인 빛으로는 관찰이 불가능한데, 이들은 100경분의 1초 단위로 변화하는 전자 세계마저 관측·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내 미시세계 연구의 신기원을 열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연구성과가 물질 내에서 전자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하고 제어하는 것이 중요한 전자공학이나, 서로 다른 분자를 식별해야 하는 의료 진단 등 분야에서 상당히 유용하게 응용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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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상에는 양자점(퀀텀 도트) 발견과 합성에 기여한 문지 바웬디(62), 루이스 브루스(80), 알렉세이 예키모프(78) 등 3명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바웬디와 브루스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국 컬럼비아대 현직 교수이고 예키모프는 전 미국 나노크리스털 테크놀로지사 수석과학자다.
노벨 화학위원회는 "수상자들은 양자(퀀텀) 현상에 따라 특성이 결정될 만큼 작은 입자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며 "양자점이라고 불리는 이 입자는 현재 나노기술 분야에서 중요성이 매우 크다"라고 설명했다.
양자점은 크기가 수∼수십㎚(나노미터·10억분의 1m)인 반도체 결정으로, 양자점의 크기를 나노기술로 조절하면 빛을 흡수해 여기된(들뜬) 전자가 방출하는 에너지 파장(가시광선)을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 있다.
이런 전기적·광학적 특성은 초고화질 디스플레이와 암과 같은 종양의 이미지를 지도처럼 정확하게 그려내 수술을 돕는 등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휠 수 있는 전자기기, 초소형 센서, 초박형 태양전지, 양자 암호통신 등 분야에서도 쓰일 여지가 크다는 게 학계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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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유의 수상자 명단 유출사태도…노벨상 권위 '휘청'
노벨 화학상과 관련해선 공식 발표를 수시간 앞두고 수상자 명단이 주최 측의 실수로 유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스웨덴 SVT 방송 등은 화학상 수상자 3명의 이름이 담긴 보도자료 이메일이 발표 예정 시간보다 몇 시간 이른 4일 아침 언론사들에 발송됐다고 보도했다.
수상자 발표 예정 시간은 현지시간 오전 11시 45분(한국시간 오후 6시 45분)이었는데, 발표와 동시에 보내져야 했을 보도자료가 오전 7시 30분 전후에 전달됐다는 것이다.
노벨 화학상을 선정하는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수상자 미정 상황에서 잘못된 자료가 유출된 것이라고 했지만, 최종 발표된 수상자 명단은 보도자료에 담긴 이름과 동일했다.
그간 노벨상 수상자 선정 결과가 사전에 새어 나왔다는 논란이 여러 차례 불거진 바 있지만, 주최측이 실수로 공식 수상자 명단을 사전 유출한 건 이번이 첫 사례다.
일각에선 이런 사고로 노벨상의 권위에 다시 금이 가면서 노벨상 체계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노벨상은 1901년 첫 시상 이후 과학 등 분야에서 엄청난 발전이 이뤄지고 새로운 학문 영역이 여럿 등장했다는 점에서 과학분야 시상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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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상에 '아침 그리고 저녁' 노르웨이 거장 욘 포세
2023년 노벨 문학상은 노르웨이의 극작가이자 소설가·시인인 욘 포세(64)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5일 포세에게 올해 노벨 문학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그의 "혁신적인 희곡과 산문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들을 말로 표현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포세는 북유럽권에서 널리 알려진 거장으로 그간 40여편의 희곡을 비롯해 소설, 동화책, 시, 에세이 등을 썼으며, 그의 작품은 세계 50여개국 언어로 번역됐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새로운 이름: 7부작 중 6∼7권'은 작년 영국 최고 권위 문학상인 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다.
포세는 리듬과 멜로디, 침묵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단순한 언어 구사 중심의 미니멀리즘 성향 작품 세계로 자주 사뮈엘 베케트에 비교되기도 한다.
그는 영국의 유명한 온라인 베팅사이트 나이서오즈(Nicer Odds)의 배당률 순위에서 중국 작가 찬쉐(殘雪·70)에 이어 2위에 오를 정도로 이전부터 유력한 문학상 후보로 꼽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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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상, 이란 여성 인권운동가 모하마디 '옥중 수상'
6일 발표된 평화상은 이란의 대표적 여성 인권운동가이자 반정부 인사 나르게스 모하마디(51)가 '옥중 수상'했다.
이란 여성에 대한 압제에 저항하고 인권과 자유를 위한 투쟁에 앞장선 공로다.
베르트 레이스 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그 정권(이란)은 그를 모두 13차례 체포했고 5차례 유죄를 선고했으며 형량은 도합 31년의 징역형, 154대의 태형이었다"며 "지금 발표하는 순간에도 그는 감옥에 있다"고 말했다.
모하마디는 2003년 이란 여성운동의 '대모'격인 시린 에바디가 이끄는 인권수호자 센터에 가입하면서 인권운동에 투신했고, 이후 이 단체 회장을 맡아 여성 인권과 민주주의 진전, 사형제 반대 등과 관련한 운동을 해왔다.
그의 평화상 수상은 이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의 1주기 직후에 이뤄졌다. 1주기는 지난달 16일이었다.
모하마디는 작년 아미니의 의문사를 계기로 전국적인 시위 물결이 일었을 때는 교도소 안에서 히잡을 불태우며 저항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노벨위원회는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이란 정부가 모하마디를 석방하길 희망한다고 밝혔으나, 이란은 외무부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편항적이고 정치적"이라며 모하마디에 대한 평화상 수여 결정을 비난했다.
평화상은 6개 분야 노벨상 중 유일하게 선정 기관이 스웨덴이 아니라 노르웨이에 있다.
◇ 경제학상은 9일 발표…시상식은 12월 10일 전후 열려
경제학상은 9일 중부유럽표준시 오전 11시 45분(한국시간 오후 6시 45분)에 발표될 예정이다.
노벨상 중 가장 늦은 1969년부터 시상이 이뤄진 이 상은 다른 5개 부문과는 달리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유언에 따라 제정된 것이 아니다.
스웨덴 중앙은행이 창립 300주년을 맞아 상을 제정하기로 하고 1968년 노벨재단에 기부한 출연 재산을 기반으로 1969년부터 수여돼 정식 명칭도 '알프레드 노벨을 기념하는 경제학 분야의 스웨덴 중앙은행상'이다.
시상식은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이 낀 '노벨 주간'에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경제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
수상자에게는 금메달과 상금 1천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3억5천만원)가 수여된다.
황철환 기자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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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어머니' 헝가리 출신 커리코·美 와이스먼 공동 수상
"인류건강 위협 시기 백신 개발 속도 기여"…수십년 된 연구성과 수상 관행 깨
커리코, 13번째 여성 생리의학상 수상 영예
커리코, 13번째 여성 생리의학상 수상 영예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기여한 헝가리 출신의 커털린 커리코(68) 헝가리 세게드 대학 교수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페렐만 의대 드루 와이스먼(64) 교수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코로나19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 공로를 인정해 올해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두 사람을 선정했다고 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주요 공로로 "효과적인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을 가능하게 한 뉴클레오시드 염기 변형에 관한 발견"을 꼽았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은 mRNA가 어떻게 면역체계와 상호 작용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꾼 획기적인 발견을 통해 현대 인류 건강에 가장 큰 위협 중 하나였던 시기에 전례 없는 백신 개발 속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두 사람은 그동안 유력한 생리의학상 후보로 거론돼 왔다. 노벨위원회가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의 길을 연 두 사람을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수십년 된 연구 성과에 주로 상을 수여해왔던 기존 관행을 깨뜨렸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노벨 의학상 위원회 위원인 리카르드 산드베리는 "다른 코로나19 백신과 함께 mRNA 백신은 130억회 넘게 투여됐다"며 "이들 백신은 수백만명의 생명을 구했으며 중증 코로나19를 예방하고 전반적인 질병 부담을 줄였으며 사회가 다시 문을 열 수 있게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올해 노벨상은 mRNA가 면역 체계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꾼 이들(수상자들)의 기초 과학 발견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두 사람은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단백질 정보가 담긴 mRNA 정보를 일부 변형해 인체 세포에 넣어주면 인체 면역체계를 자극해서 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 CNN 방송 등에 따르면 헝가리계 미국인 생화학자인 커리코 교수는 '백신의 어머니'로 불려왔다. 여성이 생리의학상을 받는 것은 이번이 13번째다.
토머스 펄먼 노벨위원회 사무총장은 커리코 교수가 자신의 연구가 회의론에 부딪혔을 때에도 연구에 매진했다고 소개했다.
펜실베이니아대 페렐만 의대 특임 교수이기도 한 커리코 교수는 펜실베이니아대에서 1990년대 초부터 mRNA 백신 개발 가능성을 인식하고 연구를 해왔다.
이후 면역체계에서 파수꾼 역할을 하는 수지상 세포(dendritic cell) 연구를 하던 와이스먼 교수와 공동 연구에 나서 바이러스 단백질 정보가 담긴 mRNA 정보를 변형해 투여하면 수지상 세포가 이것을 외부 침입자로 인식하면서도 면역계 염증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내 2005년 발표했다.
변형된 mRNA가 면역계 염증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은 백신의 부작용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백신 개발에서 매우 중요한 발견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두 사람의 연구 성과로 2010년께부터 제약업계에서도 mRMA 백신 개발 움직임이 본격화됐으며 지카 바이러스, 메르스 같은 질병에 대한 mRNA 백신 개발도 추진됐다. 코로나19 발생 후 mRMA 백신이 이례적으로 신속히 개발될 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두 사람의 연구 성과는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 모더나의 코로나19 mRNA 백신 개발 토대가 됐다.
노벨위원회는 "mRNA 백신이 개발될 수 있는 인상적인 유연성과 속도는 다른 전염병 백신에도 새로운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면서 "이 기술은 치료 단백질을 전달하고 일부 암을 치료하는데 사용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커리코 교수는 지난해까지 바이오엔테크의 수석 부사장 등을 지냈으며 이후에는 회사 고문으로 활동해왔다.
[AFP=연합뉴스.자료사진]
수상자 두 사람은 상금 1천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3억4천만원)를 나눠 받는다.
노벨위원회는 이날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3일 물리학상, 4일 화학상, 5일 문학상, 6일 평화상, 9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차례로 발표한다.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이 낀 '노벨 주간'에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경제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
황윤정 기자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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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실현된 기술…집단면역까지 대재앙 막아준 버팀목
"수백만명 목숨 살렸다"…코로나19 넘어 다른 위협에도 파급력 기대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수십 년 검증을 거친 연구성과에 주어지던 기존 관행을 깼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류 보건과 생계를 위협하던 치명적 전염병의 대유행 경로를 바꾼 공로에 두 말이 필요 없다는 얘기였다.
2일(현지시간) 발표된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코로나19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에 기여한 커리코 커털린(68) 헝가리 세게드대 교수와 드루 와이스먼(64)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교수다.
노벨위원회는 "현대 인류 건강에 큰 위협 중 하나가 닥친 시기에 획기적 발견을 통해 전례 없는 백신 개발 속도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AFP통신 등 주요 외신은 노벨위원회가 올해 이들 두 학자의 노력을 기념하기 위해 일반적 관행을 깬 것이라고 놀라움을 드러냈다. 실제로 한 과학자가 가시적인 연구성과를 낸 뒤 노벨상 후보에 오르거나 실제 노벨상 영예를 안는 데에는 수십 년이 걸렸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의학 과학자들이 핵심 연구를 수행한 지 평균 21년 후에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학자는 노벨상 수상까지 23년, 물리학자는 23.5년을 기다린 것으로 집계됐다.
커리코, 와이스먼 교수는 바이러스 단백질 정보가 담긴 mRNA 정보를 변형해 인체에 투여하면 수지상 세포가 이를 외부 침입자로 인식하면서도 면역계 염증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내 2005년 발표했다.
이 같은 연구에 따라 2010년께부터 제약업계에서 mRNA 백신 개발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지카 바이러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등에 대한 mRNA 백신 개발도 추진됐다.
그러나 mRNA 백신이 핵심적인 연구를 거쳐 현실에 나타난 것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뒤였다.
코로나19의 위협이 너무 큰 까닭에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보건당국들이 신속승인 절차를 내줬기 때문이었다.
중국에서 2019년 말 첫 감염 사례가 보고된 이후 급속도로 확산해 아직도 잔불이 꺼지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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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현재 코로나19 누적 감염자는 총 7억7천87만5천433명, 누적 사망자는 695만9천316만명이다.
이는 공식적으로 집계된 규모일 뿐이다.
보건이 취약한 국가의 통계에서 빠지거나 일부 권위주의 국가에서 은폐한 감염, 사망자를 더 하면 피해는 훨씬 크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전쟁보다 많은 사상자뿐만 아니라 방역규제 때문에 경제활동이 마비돼 지구촌 전체가 경기침체에 빠져들었다.
이 같은 코로나19 대유행은 인류가 스페인 독감 이후 한 세기에 걸쳐 경험해보지 못한 보건 전방위 대재앙이었다.
WHO는 코로나19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하고 지난 5월에서야 이를 해제했다.
커리코, 와이스먼 교수가 개발의 토대를 놓은 mRNA 백신은 2020년 투입돼 이 같은 팬데믹이 더 큰 재앙이 되지 않도록 버팀목 역할을 했다.
노벨위원회는 코로나19 백신이 지금까지 130억 회 이상 투여돼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하고 수백만명의 중증 감염을 막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mRNA 백신은 전염병 종식의 경지인 집단면역이 형성되기 전에 감염된 이들의 치사율을 끌어내리고 증세를 완화했다는 얘기다.
결국 mRNA 백신 덕분에 팬데믹의 보건, 경제적 피해는 감축되고 종식 시기는 더 빨라졌다고 볼 수 있다.
커리코, 와이스먼 교수의 연구는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인류를 위협하는 다른 질병의 위험을 차단하는 데에도 파급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키앙 판-함마르스트룀 노벨위원회 위원은 "의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면서 "장기적 기초 연구에 대한 투자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소속 백신 면역학자 존 트레고닝도 "그(커리코)와 와이스먼이 개발한 아이디어는 mRNA 백신의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유한주 기자 = hanju@yna.co.kr
"빛으로 시간 썰어낸 트리오"…'전자역학 연구' 아고스티니·크러우스·륄리에
'아토초(100경분의 1초) 시대' 전자 움직임까지 잡아내는 섬광 생성으로 미시연구 신기원
의학진단·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 응용…륄리에 "산업에 유용한 도구 될 것"
륄리에, 역대 다섯번째 여성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2020년 이후 3년만 배출
2023.10.3 REUTERS/Tom Little
202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원자 내부에 있는 전자의 움직임을 잡아낼 정도로 파장이 짧은 '찰나의 빛'을 만들어내는 새 실험방법을 고안해 낸 과학자 트리오인 피에르 아고스티니(70), 페렌츠 크러우스(61), 안 륄리에(여·65)가 선정됐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물질의 전자역학 연구를 위한 아토초(100경분의 1초) 펄스광을 생성하는 실험 방법'과 관련한 공로로 이들에게 노벨 물리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륄리에는 역대 다섯 번째이자, 2020년 이후 3년 만에 나온 여성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다.
영국의 과학전문 주간지인 뉴사이언티스트는 "이번 노벨 물리학상이 빛으로 시간을 썰어낸 트리오에게 갔다"고 보도했다.
노벨위원회는 "이 세 명은 인류에게 원자와 분자 안에 있는 전자의 세계(world of electrons)를 탐사할 새로운 도구를 건네준 실험들을 한 공로가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전자가 움직이거나 에너지량이 변화하는 과정을 측정할 수 있는 극도로 짧은 파장을 지닌 빛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선보임으로써 미시세계 연구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것이다.
전자의 세계에선 영점몇 아토초만에도 변화가 나타나기에 일반적인 빛으로는 관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100분의 1초 사이에 일어나는 사건을 셔터 속도가 10분의 1초인 카메라로 찍을 수 없듯이, 100경분의 1초 단위로 사건이 변화가 나타나는 전자세계는 그만큼 극도로 짧은 파장의 빛이 있어야 관측 및 측정이 가능한데 이를 위한 방법을 만들어냈다는 데 이들이 한 연구의 의미가 있는 셈이다.
영국 BBC 방송은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가장 짧은 순간까지 잡아내는 빛으로 전자 세계의 창(窓)을 열어젖힌 실험들에 주어졌다"고 평했다.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륄리에는 1987년 불활성 가스를 통과하는 적외선 레이저광에서 다양한 파장과 주파수의 빛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가힝 로이터=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안 륄리에(65), 피에르 아고스티니(70)와 2023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수상한 과학자 페렌츠 크러우스(61). 2023.10.3
이런 현상은 레이저광과 가스내 원자간 상호작용 과정에서 에너지를 흡수한 전자가 빛을 방출하면서 생겨나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륄리에는 이를 지속적으로 연구해 후속 연구를 위한 토대를 쌓았다.
이어 2001년 아고스티니는 250아토초의 파장을 지닌 일련의 연속적 펄스광을 만들어내고 조사하는 데 성공했고, 이와 동시에 크러우스는 650아토초 길이의 파장을 지닌 단일한 펄스광을 분리해 내는 성과를 냈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들의 공적에 대해 "너무 빨라 이전에는 지켜보는 것이 불가능했던 과정들을 조사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노벨 물리학위원회 에바 올슨 위원장은 "이제 우리는 전자 세계의 문을 열 수 있다"면서 "아토초의 물리학은 우리에게 전자에 좌우되는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다음 단계는 이를 활용하는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연구성과가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될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전자공학에선 물질 내에서 전자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하고 제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토초 펄스광은 서로 다른 분자를 식별하는데 쓰일 수 있어서 의료 진단 등 분야에도 쓰일 수 있다고 노벨위원회는 설명했다.
아고스티니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소속이고, 크러우스는 독일 막스플랑크 양자광학연구소, 륄리에는 스웨덴 룬드대학 소속이다.
국적의 경우 AFP 통신은 아고스티니가 프랑스인이고, 크러우스는 헝가리·오스트리아인, 륄리에는 프랑스·스웨덴인이라고 보도했다. 타스 통신은 아고스티니를 프랑스·미국인, 륄리에를 프랑스인으로 전했다.
이중 륄리에와 크러우스는 이러한 공로로 작년 캐나다 물리학자 폴 코르컴과 함께 이스라엘 울프 재단이 수여하는 울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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륄리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상을 받았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학생들을 가르치던 중이었다"고 털어놓으면서 남은 30분간의 수업을 마치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노벨물리학상은)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상을 받게 돼 너무 기쁘다. 믿을 수 없다"고 소감을 밝히면서 "너무 감동받았다. 알다시피 이 상을 받은 여성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매우 매우 특별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 작업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매우 근본적인 것으로 전자를 보고 특성을 살펴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훨씬 더 실용적인 것이고, 다가오고 있다"면서 반도체 산업 등에서 자신의 발견이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러우스도 스웨덴 뉴스통신사 TT와의 통화에서 "내 동료들은 휴일을 즐기고 있지만, 내일 만나서 샴페인을 터뜨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수상자들에게는 상금 1천100만 크로나(약 13억5천만원)가 수여된다. 수상 공적 기여도에 따른 상금 분담은 3명이 3분의 1씩으로 같다.
노벨위원회는 이날 물리학상에 이어 4일 화학상, 5일 문학상, 6일 평화상, 9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차례로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전날에는 코로나19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에 기여한 헝가리 출신의 커털린 커리코(68) 헝가리 세게드 대학 교수와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의대 드루 와이스먼(64) 교수에게 생리의학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이 낀 '노벨 주간'에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경제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2023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원자 내부에 있는 전자의 움직임을 들여다볼 수 있는 새 실험방법을 고안해 낸 과학자인 피에르 아고스티니(70), 페렌츠 크러우스(61), 안 륄리에(65)가 선정됐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물질의 전자역학 연구를 위한 아토초(100경분의 1초) 펄스광을 생성하는 실험 방법'과 관련한 공로로 이들에게 노벨 물리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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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 황철환 김연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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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비 잇단 고배 속 대학서 교수직 코스 '아웃'…강등 감수한 '외길' 집념
헝가리서 '종잣돈' 곰 인형 뱃속에 넣고 미국 이민…암 진단 등도 극복
'외국여성' 냉대받기도, 공동수상 와이스먼 든든한 우군…2013년 바이오엔테크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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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선구자인 '백신의 어머니' 커털린 커리코(68) 헝가리 세게드대학 교수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헝가리 출신으로, 미국 대학에서 사실상 쫓겨날 위기까지 감수하면서도 mRNA 개발에 매달린 끝에 코로나19의 싸움에서 인류에 큰 기여를 한 그의 집념에 찬 인생 역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AFP통신은 2일 커리코 박사에 대해 "mRNA 백신의 길을 닦은 과학 이단아(매버릭·maverick)"이라고 촌평하며 미 대학 측이 한때 그의 연구를 '막다른 길'로 치부하면서 교수직도 잃어야 했다고 전했다.
AFP 통신과 미국 기술 전문매체 와이어드,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커리코 박사는 1955년 헝가리 동부의 시골 마을에서 수도와 TV, 냉장고도 없는 가난한 푸줏간집의 딸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는 회사 경리였다. 그는 과학자를 만난 적이 없었지만, 과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과학을 잘했으며 8학년 때 생물학 분야에서 전국 3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가 평생의 화두인 mRNA에 처음 매혹된 것은 고국 헝가리에 있는 세게드대 학부생 시절인 1976년이었다.
대학원 때인 1978년 그는 RNA를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임신 중에 박사 논문을 썼다.
이후 1984년 유전자증폭(PCR) 기법의 개발을 필두로 미국에서 mRNA에 대한 학계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커지자 커리코 교수는 mRNA 연구를 위해 미국에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커리코 교수가 일했던 연구실의 예산이 끊긴 것이 계기가 됐다.
1985년 미국 템플대에서 연구직 일자리를 얻은 그는 남편과 두 살 난 딸, 그리고 암시장에서 자신들의 차를 판 '종잣돈' 900파운드(약 148만원)를 배 속에 집어넣은 곰 인형 한 개를 들고 미 필라델피아로 이민하는 도전을 감행했다.
당시 공산국가였던 헝가리는 100달러까지만 국외 반출을 허용했기 때문에 직접 '집도'해 곰 인형에 돈을 숨겼다.
그는 현재도 이 인형을 딸이 어렸을 때 사용한 방에 보관하고 있다.
하지만 이후 mRNA가 동물실험 결과 체내에 들어가면 면역계의 염증 반응을 일으켜 동물이 즉사하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미국 내 mRNA 연구 열기도 얼어붙었고, mRNA 연구에 매달리던 그의 입지도 위태로워졌다.
미국 의대에서는 통상 연구를 위해 연방정부 등 외부에서 연구 보조금을 타와야 하지만, mRNA 분야가 가라앉으면서 그는 mRNA 연구비 조달을 위한 보조금 지원서를 내는 족족 떨어졌다.
이에 1995년 무렵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측은 mRNA가 비실용적이고 그가 시간 낭비하고 있다고 판단, '최후통첩'을 내렸다.
그는 교수로 선임되는 코스를 밟고 있었지만, mRNA를 계속 연구하려면 교수직을 포기하고 하위 연구직으로 강등되는 것을 감수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2020년 12월 AFP와 가진 인터뷰에서 "나는 승진 예정이었지만, 그들(학교)은 바로 나를 강등시켰고 내가 학교에서 나가게 되리라고 예상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영주권이 아직 없어서 비자를 갱신하려면 일자리가 필요한 상태였으며, 같은 펜실베이니아대를 다니던 딸의 비싼 학비도 교직원 할인 없이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게다가 같은 주에 암 진단을 받는 최악의 불운까지 그에게 닥쳤다.
그는 암 수술을 받으면서 자신의 진로를 고심한 끝에 강등의 수모를 받아들여 박봉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하위 연구직으로 버티면서 mRNA 연구를 놓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는 당시 "난 그저 연구실의 연구 테이블이 여기 있고 더 나은 실험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고 AFP에 말했다.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그는 실험실을 떠돌았으며 대개는 연간 6만 달러(약 8천151만원) 이상을 받지 못했다.
한번은 커리코 교수의 남편이 그의 시간당 임금을 계산한 결과 1달러 정도였다고 NYT는 전했다.
아파트 단지의 관리자인 그의 남편은 커리코 교수가 주말이나 저녁에 연구실에 갈 때 "일하러 가는 게 아니라 즐기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홈페이지와 와이어드 등에 따르면 이렇게 어렵게 버티던 그에게 1997년 같은 대학으로 옮긴 드루 와이스먼 교수와의 만남은 전환점이 됐다.
당시 이미 저명한 연구자였던 와이스먼 교수는 외부 연구비를 조달할 수 있었다.
의학 저널을 복사하기 위해 같은 복사기를 놓고 다투면서 그와 친해진 와이스먼 교수는 그와 평생의 mRNA 연구 파트너가 돼 연구비 문제를 풀어줬다.
커리코 교수는 "나는 mRNA로 뭐든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와이스먼 교수가 자신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만들고 싶다고 말하자 커리코 교수는 "난 그것을 할 수 있다"고 답한 것이 인연의 시작이었다.
커리코 교수는 2020년 와이어드와 인터뷰에서 당시 "내 월급은 같이 일하던 기술자보다 낮았지만, 드루(와이스먼 교수)는 나를 지지해줬다"며 "그것이 내게 낙관주의를 심어줬고 내가 (그 연구를) 계속할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 화면 캡처]
커리코 교수의 호언장담에도 그의 연구는 정체됐다. 실험 장비를 통해서는 자신이 선택한 대로 단백질을 만들도록 하는 mRNA를 만들 수 있었지만, 쥐 등 생명체에서는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커리코 교수는 "나는 슬펐다"면서 "내가 어떻게 그걸 놓쳤을까"하고 당시 반문했다고 한다.
나중에 이는 면역 반응에 따른 염증으로 드러났고 커리코 교수는 '왜 내가 만든 mRNA를 생명체는 다르게 인식할까'라는 또 다른 수수께끼에 부딪혔다.
커리코 교수와 와이스먼 교수는 결국 '운반 RNA(tRNA)'와의 비교군 실험을 통해 그 이유가 '슈도우리딘'이라는 염기와 관련돼 있다는 것을 발견해 냈다.
자연 상태의 mRNA에 있는 슈도우리딘이 있을 경우 면역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이들은 2005년 연구를 발표했으며 특허 출원도 했다. 또 상용화를 위해 RNARx라는 회사도 설립했으며 mRNA의 빈혈 치료 연구로 국립보건원으로부터 소규모 보조금도 받았다.
이들의 연구 지원 요청은 대부분 거부됐고 주요 과학 저널 역시 연구물 출판을 거부했다. 연구 결과가 학술지 면역력(Immunity)에 공개된 뒤에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당시에도 이미 시대를 앞선 연구였기 때문이다.
와이스먼 교수는 "우리는 제약회사와 바이오테크 회사, 벤처캐피털리스트와 많은 얘기를 했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소리쳤지만 아무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결과적으로 독일의 바이오엔테크, 미국의 모더나 2곳이 연구에 관심을 보였다.
커리코 교수는 2013년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측에서 교수진 직위 회복을 재차 거부하자 mRNA 백신을 개발하던 바이오엔테크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아들였다.
커리코 교수는 당시 "그들은 회의를 열고 내가 교수진 수준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내게 말했다"며 "내가 (바이오엔테크로) 떠난다고 말하자 그들은 '바이오엔테크는 웹사이트도 없는 곳'이라며 비웃었다"고 와이어드에 털어놨다.
그는 또한 남성이 지배적인 미국 과학계에서 외국인 여성으로 때로 저평가받는 경험을 겪기도 했다.
커리코 교수는 강의 후에 사람들이 와서 "당신 상급자가 누구냐"고 물은 적도 있었다며 "그들은 (외국인) 억양이 있는 저 여자 뒤에는 더 똑똑하거나 한 누군가가 있을 거라고 항상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런 집념의 연구가 20여년 이어진 끝에 그와 와이스먼 교수는 코로나19 mRNA 백신의 핵심 기술 개발자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
그는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 딸에게 '오늘 뉴스를 보라'면서 뉴스를 직접 알렸다.
한번은 "내일 일어나자마자 구글에서 바이오엔테크를 검색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2020년 11월 7일 바이오앤테크와 파트너사인 화이자의 연구 결과를 통해 mRNA가 코로나19에 강력한 면역력을 제공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커리코 교수는 남편에게 "효과가 있다"면서 "그럴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축하하는 차원에서 초콜릿 땅콩 한 상자를 먹었다고 한다.
커리코 교수와 와이스먼 교수는 같은 해 12월 18일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았다.
언론 공개로 진행된 이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자 눈물을 흘렸다.
커리코 박사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는 지금은 세상을 뜨고 없는 어머니가 한결같이 보내준 응원의 힘이 버팀목이 됐다.
커리코 박사는 이날 노벨상 수상 소식 후 스웨덴 라디오와 한 인터뷰에서 "내가 교수도 아니던 10년 전에도 어머니는 노벨상 발표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며 "어머니는 항상 방송을 들으면서 '어쩌면 네 이름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당시 나는 연구비를 받지 못했고 팀도 없었기 때문에 웃어넘기기만 했다"며 "그때는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고 강등돼서 교수도 아니었다. 그래서 어머니의 말씀에 '말도 안 된다'고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커리코 박사의 딸 수전 프랜시아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미국 조정 대표팀으로 출전, 두 차례 금메달을 딴 유명 조정선수이기도 하다.
(서울·워싱턴=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강병철 특파원 =
"화학상 수상자 3명 이름 담긴 보도자료 실수로 발송"
빛바랜 시상…노벨상 체계 개혁론에 기름붓나
(스톡홀름 로이터=연합뉴스)
A view of a screen inside 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 where the Nobel Prize in Chemistry is announced, in Stockholm, Sweden, October 4, 2023. REUTERS/Tom Little
노벨상 수상자가 공식 발표 시간 수 시간 전에 주최 측에 의해 사전 유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따라 그간 여러 논란으로 흔들렸던 노벨상의 권위에 다시금 금이 가면서 노벨상 체계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노벨 화학상 수상자 3명의 명단이 발표 예정 시간보다 몇 시간 이른 이날 아침에 유출됐다고 스웨덴 매체들이 보도했다.
스웨덴 SVT 방송은 노벨 화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문지 바웬디, 루이스 브루스, 알렉세이 예키모프 등 3명의 수상자 명단이 담긴 보도자료 이메일을 실수로 보냈다고 전했다.
현지 일간 '엑스프레센'은 이날 수상자 발표 예정 시간은 현지시간 오전 11시 45분(한국시간 오후 6시 45분)이지만, 문제의 보도자료 이메일은 오전 7시 31분(한국시간 오후 2시 31분)에 왔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스웨덴 왕립과학원 측은 처음에는 아직 수상자가 결정되지 않았다며 '진화'를 시도했다.
왕립과학원의 노벨 화학위원회 의장인 요한 외크비스트 로이터에 "이는 왕립과학원의 실수다. 우리 (수상자 최종 결정)회의는 오전 9시 30분에 시작하므로 아직 아무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 수상자는 선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벨 화학위원회의 전문가인 하이네 린케도 스웨덴 일간 '다겐스 뉘헤테르'에 보도자료가 나간 이날 아침에는 수상자가 결정되지 않았으며 보도자료가 나간 것은 명백한 실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왕립과학원의 에바 네벨리우스 대변인도 "어떤 자료가 나갔는지 코멘트할 수가 없다"며 "알아야 할 중요한 것은 왕립과학원은 아직 (수상자 최종 결정) 회의를 열지 않았고 올해 수상자가 누가 될지 결정된 것이 없다는 점이다"라고 AFP에 이메일로 밝혔다.
하지만 이후 왕립과학원은 미리 유출된 내용과 동일하게 바웬디·브루스·예키모프 3명을 수상자로 공식 발표, 앞서 아직 수상자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해명한 내용이 무색해졌다.
결국 왕립과학원은 이날 수상자를 발표한 뒤 뒤늦게 사전 유출 실수에 대해 '깊은 유감'이라며 사과했다.
한스 엘레그렌 왕립과학원 사무총장은 수상자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것은 너무나 유감스럽다"며 "우리는 이번 일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그간 세계적인 관심사인 노벨상 수상자 선정 결과가 사전에 새어 나왔다는 논란은 여러 차례 있었다.
2010년에는 스웨덴 일간지 '스벤스카 다그블라뎃'이 공식 발표보다 약 2시간 먼저 '정통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영국 생리학자 로버트 에드워즈 박사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고 보도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또한 2018년에는 노벨 문학상 선정 기관인 스웨덴 한림원의 종신위원인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이 수상자 명단 사전 유출 의혹에다 그의 남편인 사진작가 장 클로드 아르노가 성폭력을 자행했다는 여성 18명의 '미투'(나도 고발한다) 폭로까지 겹치면서 사퇴했다.
하지만 1901년 노벨상이 처음 시상을 시작한 이후 123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수상 주체가 실수로 공식 수상자 명단을 사전에 유출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화학상·물리학상·생리의학상 등 3개 과학 분야 노벨상 선정·시상을 맡은 왕립과학원은 이번에 선정·발표 과정에 큰 허점을 드러내면서 거센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가뜩이나 노벨상 탄생 이후 과학의 엄청난 발전으로 과학 내 분야가 크게 늘어나고 환경 관련 과학, 컴퓨터과학, 로봇과학 등 중요 과학 분야가 대두하는 등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도 여전히 3개로 국한된 과학 분야 시상 체계를 개혁해야 한다는 의견이 학계 등에서 제기돼왔다.
또 노벨 문학상도 2016년 문학가라기보다 음악인으로 분류되는 미국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의 수상에 따른 논란, 2018년 프로스텐손 등 심사위원의 잇따른 사퇴에 따른 수상자 미발표 사태를 겪었다.
이어 2019년에는 수상자 중 한 명인 오스트리아 작가 페터 한트케의 유고 전범 지지 행적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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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적 희곡·산문…인간 불안·양가성을 본질적으로 노출"
노르웨이 작가로는 네번째…'인형의 집' 입센 다음 최다 작품 상연
(프랑크푸르트 AFP·DPA=연합뉴스)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64)가 5일(현지시간)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포세는 북유럽권에서 널리 알려진 거장으로, 그의 희곡들은 전 세계 무대에 900회 이상 올랐다. 사진은 2019년 10월 16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북페어에 강연자로 참석한 욘 포세. [자료사진] 2023.10.05 clynnkim@yna.co.kr
2023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노르웨이의 극작가이자 소설가·시인인 욘 포세(64)가 선정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5일(현지시간) 포세에게 올해 노벨 문학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림원은 그의 "혁신적인 희곡과 산문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들을 말로 표현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포세는 리듬과 멜로디, 침묵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단순한 언어 구사 중심의 미니멀리즘 성향 작품 세계로 자주 사뮈엘 베케트에 비교되기도 한다고 AFP통신은 설명했다.
포세는 비에른스티에르네 비에른손(1903년), 크누트 함순(1920), 시그리드 운세트(1928)에 이어 노르웨이 작가로는 4번째로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됐다.
포세는 "나는 압도됐고 다소 겁이 난다"며 "이 상은 다른 무엇보다도 다른 고려 없이 문학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문학에 주어진 상이라고 본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포세는 북유럽권에서 널리 알려진 거장으로 그간 40여편의 희곡을 비롯해 소설, 동화책, 시, 에세이 등을 썼으며, 그의 작품은 세계 50여개국 언어로 번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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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발표를 앞두고 영국의 유명한 온라인 베팅사이트 나이서오즈(Nicer Odds)의 배당률 순위에서 중국 작가 찬쉐(殘雪·70)에 이어 2위에 오를 정도로 유력한 후보로 꼽혀왔다.
그의 희곡들은 전 세계 무대에 900회 이상 오르며, '인형의 집'을 쓴 헨리크 입센(1828∼1906) 다음으로 가장 많은 작품이 상연된 노르웨이 극작가로서 현대 연극의 최전선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새로운 이름: 7부작 중 6∼7권'은 작년 영국 최고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도 오른 바 있다.
국내에도 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문학동네), 희곡집 '가을날의 꿈 외'(지만지드라마) 3부작 중편 연작소설 '잠 못 드는 사람들' 등 3편(새움) 등이 번역돼 있다.
포세는 1959년 노르웨이의 해안도시 헤우게순에서 태어나 하르당게르표르에서 성장했다. 1983년 장편소설 '레드, 블랙'으로 데뷔했다.
이후 1990년대 초반에 생계에 어려움을 느끼던 차에 희곡 집필 의뢰를 받은 것이 하나의 전환점이 됐다.
그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내가 이런 종류의 작품(희곡)을 시도해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내 작가 인생에서 가장 큰 놀라운 경험이 됐다"며 "이런 종류의 글쓰기가 나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고 느꼈다"고 말했다.
포세에게는 상금 1천100만 크로나(약 13억5천만원)와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
이날 문학상에 이어 6일 평화상, 9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차례로 발표될 예정이다.
앞서 2일에는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커털린 커리코(68)와 드루 와이스먼(64)이, 3일에는 물리학상 수상자로 피에르 아고스티니(70), 페렌츠 크러우스(61), 안 륄리에(여·65)가 각각 선정됐다.
이어 4일에는 양자점(퀀텀 도트) 발견과 합성에 기여한 문지 바웬디(62), 루이스 브루스(80), 알렉세이 예키모프(78) 등 3명이 화학상 수상자로 발표됐다.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이 낀 '노벨 주간'에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경제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0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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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 민주주의, 사형제 반대 운동 이끈 나르게스 모하마디 수상
노벨위원회 "이란 여성에 대한 압제에 저항하는 투쟁에 앞장"
'히잡 의문사' 아미니 1주기 직후 수상…이란 여성 2번째 평화상 수상
모하마디 NYT에 보낸 성명서 "국제적 지지와 인정…더 희망 품게 돼"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모하마디는 이란 당국의 여성 억압에 맞선 공로로 6일(현지시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2023.10.06 danh2023@yna.co.kr
올해 노벨평화상은 이란의 대표적 여성 인권운동가이자 반정부 인사 나르게스 모하마디(51)가 '옥중 수상'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모하마디가 이란 여성에 대한 압제에 저항하고 인권과 자유를 위한 투쟁에 앞장섰다며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베르트 레이스 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이 상은 무엇보다 이란에서 벌어지는 모든 운동의 매우 중요한 업적에 대한 인정"이라며 "그 운동의 지도자가 나르게스 모하마디라는 사실엔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 정권(이란)은 그를 모두 13차례 체포했고 5차례 유죄를 선고했으며 형량은 도합 31년의 징역형, 154대의 태형이었다"며 "지금 발표하는 순간에도 감옥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수상은 이란에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의 1주기 직후에 이뤄졌다. 1주기는 지난달 16일이었다.
모하마디의 수상으로 아미니의 죽음 이후 '여성, 생명, 자유'라는 기치 아래 계속되는 이란 내 여성의 거리 투쟁에 국제적 스포트라이트가 비칠 것이라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모하마디는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보낸 성명에서 "나의 인권옹호 활동에 대해 국제적인 지지와 인정을 받은 덕분에 더 단호해지고, 더 책임감을 느끼면서 더 열정적이고 더 희망을 품게 됐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번 인정으로 변화를 위한 이란인의 투쟁이 더 강해지고 조직화하길 바란다"며 "승리가 눈앞"이라고 강조했다.
모하마디는 2003년 이란 여성운동의 '대모'격인 시린 에바디(76)가 이끄는 인권수호자 센터에 가입하면서 인권운동에 투신했다. 에바디는 그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모하마디는 현재 이 단체의 회장을 맡으면서 여성의 인권, 이란의 민주주의와 사형제 반대 운동을 이끌고 있다.
2011년 수감된 인권활동가를 도운 혐의로 처음 체포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래 투옥과 석방을 반복했다.
가장 최근엔 2019년 반정부 시위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2021년 열린 거리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된 뒤 현재까지 테헤란 에빈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이곳은 인권 침해로 악명높은 이란의 수용 시설이다. 수감 중 진행 중인 여러 재판에서 실형과 벌금형, 태형을 계속 선고받고 있다.
지난해 '아미니 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졌을 땐 교도소 안에서 히잡을 태우며 저항 의지를 알렸다.
노벨위원회는 수상자 발표 직후 모하마디가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이란 정부가 그를 석방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모하마디는 서방으로부터 상을 받았다"며 "그는 국가 안보를 해치는 행태로 여러 차례 화제를 모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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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모하마디가 올해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여성 평화상 수상자는 19명으로 늘었다. 이란이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는 평화상을 받은 에바디와 모하마디 등 여성 2명뿐이다.
인류 평화에 이바지한 인물에게 주는 노벨평화상은 1901년 시작돼 올해로 104번째로 수여됐다.
지금까지 단독 수상은 70차례였으며 2명 공동 수상은 31차례, 3명 공동 수상은 3차례였다. 지난해 평화상을 받은 벨라루스 인권운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61)도 모하마디와 마찬가지로 옥중 수상했다.
스웨덴 과학자 알프레드 베른하르드 노벨이 제정한 노벨상의 수상자는 스웨덴 왕립과학원 등 스웨덴 학술단체가 선정하지만 그의 유언에 따라 평화상만은 노르웨이 의회에 결정권이 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 5명은 노르웨이 의회가 지명한다.
올해 평화상 후보엔 351명(92개 단체 포함)이 추천됐다.
올해 노벨상은 9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면 막을 내린다
노벨상 시상식은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이 낀 '노벨 주간'에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경제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
수상자에게는 금메달과 상금 1천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3억5천만원)가 수여된다.
강훈상 기자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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