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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5) 주님의 옥토에 뿌리를 내려라/배광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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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5) 주님의 옥토에 뿌리를 내려라/배광하 신부
연중 제15주일 (마태 13, 1~23)
발행일 : 2008-07-13 [제2607호, 6면]

-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



돌밭 가시덤불

복음서를 보게 되면 예수님께서 악마를 쫓아내실 때, 악마들이 정확히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아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수많은 사람들과 제자들도 그분이 누구신지를 알아보지 못하는데, 악마는 알아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예수님을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뜻이 무엇이고 그 일을 행하고 있는가가 중요한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 뜻을 관철시키는 일이 아니라, 함께 참여하여 일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평화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느님께서 행하시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내가 행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나에 대해 생각하시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언제 죽느냐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아름답게 받아들이는 삶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하느님 안에 살기로 준비되어 있느냐는 것입니다.

만약 이같이 중요한 것을 먼저 생각하고 행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무늬만 그리스도인이지 내용은 빈 껍데기에 불과한 신앙인 것입니다. 모든 신앙인들은 아직 영생의 부활을, 그 희망을 간직하고 있는 씨앗에 불과합니다. 이제 막 맺어진 씨앗이 나의 생각과 실천에 따라 뿌려질 밭도 갈리게 됩니다.

하느님을 그저 알아만 보는 것, 내 뜻만을 관철시키는 삶, 평화를 기다리기만 하는 무능하고 게으른 삶, 내가 원하는 바를 기복신앙으로 하느님께 청하기만 하는 믿음, 늘 사람들이 무어라 생각할까 전전긍긍하는 일상, 아는 것은 많고 들은 것도 많은데 실천에는 옮기지 않는 무력한 지식, 죽음마저도 승화된 아름다움으로 이승에서 가꾸어 나가지 않고 시간을 허비하는 인생, 하느님 안에서 살지 않고 세속에 얽매여 사는 삶은 모두 복음의 예수님 말씀처럼 말씀의 씨앗이 돌밭과 가시덤불에 떨어진 불행한 씨앗들인 것입니다.

그들이 믿음의 씨앗은 가지고 있지만 결국 구원의 밭으로 가지 못하고 영생의 열매를 맺지 못하는 까닭을 오늘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질책하십니다.

“너희는 듣고 또 들어도 깨닫지 못하고, 보고 또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리라. 저 백성이 마음은 무디고, 귀로는 제대로 듣지 못하며, 눈은 감았기 때문이다”(마태 13, 14~15).

좋은 땅

사도 성 바오로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나는 그리스도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것들을 쓰레기로 여깁니다. 내가 그리스도를 얻고 그분 안에 있으려는 것입니다”(필리 3, 8~9).

이 세상 것이 아닌 하느님 나라에 관한 궁극적인 희망으로 사는 이들에게 세상이 주는 환난과 박해,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들의 씨앗은 비바람에도 견딜 수 있는 좋은 땅에 뿌려졌기 때문에 뿌리가 튼튼하여 쓰러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참된 신앙의 뿌리와 토양에 대하여 이탈리아의 영성가 ‘카를로 카레토’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새벽 빛이 아닙니다. 당신은 새벽 빛을 기다리는 땅입니다. 당신의 하느님께서 새벽 빛이십니다. 조금 있으면 여명이 밝아오고 좀더 있으면 한낮이 됩니다. 당신은 그 빛을 기다리는 땅입니다. 당신은 손에 분필을 들고 당신을 향해 오는 그 설계사의 분필을 기다리는 흑판입니다.

고통과 어둠에 찌든 당신의 마음이 당신이 벗어난 이 땅에 더 이상 어떤 희망도 걸지 않도록 하십시오. 눈물이 당신의 메마른 신앙을 촉촉이 적시도록 내버려 두십시오. 참으십시오. 하느님께서 당신 앞에 계십니다. 그분께서 당신에게로 오십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자주 우리가 밭인 줄을 알았습니다. 그저 우리는 그분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씨앗인 줄을 몰랐습니다. 그분께 내어 맡기며 참된 믿음을 가지고 그분 좋은 땅에 내 씨앗이 떨어지도록 기다리거나 섭리에 순명할 줄 몰랐습니다. 그분 말씀의 땅은 모두가 옥토였는데, 내가 밭인 줄 착각하였기에 생에 불평불만이 많았습니다.

인간적인 욕망에 쏟아 부었던 온갖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뒤에야 내가 씨앗인 줄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주님께서는 늘 거름이 촉촉한 옥토였는데 내 씨앗이 세상의 욕심을 향하여 떠돌았던 것입니다.

많은 고집의 착오 속에 다시금 주님께 돌아와 이렇게 고백하는 처량한 탕자가 되었습니다.

“태양 아래에서 애쓰는 그 모든 노고와 노심으로 인간에게 남는 것이 무엇인가? 그의 나날은 근심이요 그의 일은 걱정이며 밤에도 그의 마음은 쉴 줄을 모르니 이 또한 허무로다”(코헬 2, 22~23).

우리는 분명 좋은 밭에 뿌려진 씨앗입니다. 싹을 키우는 작은 몫은 우리의 책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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