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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7) 낮은 곳에서 ‘생명의 빵’ 되어라 / 배광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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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7) 낮은 곳에서 ‘생명의 빵’ 되어라 / 배광하 신부
연중 18주일(요한 6, 24-35) : 아낌없이 주시는 주님
발행일 : 2009-08-02 [제2659호, 10면]

배고프지 않도록

그리스 신화에는 신들의 불을 훔쳐다가 인간에게 전해 주는 ‘프로메테우스’가 등장합니다. 그는 ‘제우스’ 신을 속인 죄로 카우카소스 산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파 먹히는 형벌을 받습니다. 인간이 추위로부터 따뜻할 수 있도록, 음식을 조리하여 안전하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불을 전한 그의 사랑에 비하여 형벌은 참으로 끔찍하였습니다.

예수님의 사랑에 대하여 많은 이들이 이같은 신화의 이야기인 프로메테우스에 비유하곤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신화의 이야기일 뿐 실화는 아닙니다. 반면 예수님의 인간 사랑은 실제로 있었던 인간에 대한 지극한 사랑의 이야기입니다.

그분께서는 인간이 얼마나 목말라 하는지, 얼마나 배고파 굶주려 하는지를 잘 알고 계셨습니다. 그 같은 지극한 사랑이 세상 창조 때부터 시작되었음을 사랑의 말씀인 성경은 잘 밝히고 있습니다.

“이제 내가 온 땅 위에서 씨를 맺는 모든 풀과 씨 있는 모든 과일나무를 너희에게 준다. 이것이 너희의 양식이 될 것이다”(창세 1,29).

창세 이래로 하느님께서는 인간에게 양식을 마련하여 주셨습니다. 대지가 아무리 메마르고 척박하여도, 마치 오늘 탈출기의 이스라엘 백성이 모든 것이 결여된 광야에서 만나와 메추라기를 먹고, 생수를 마셨듯이, 그 어떠한 악조건 속에서도 인간을 먹이시고 입히시는 하느님의 사랑은 멈추어지거나 불가능한 적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모든 것을 내어주는 진실한 사랑으로 가능한 것입니다. 그 같은 끊임없는 사랑이 우리를 영원히 살게 할 것입니다. 이 같은 가없는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우리는 그 사랑에 보답할 길을 찾아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우리의 영원한 생명을 찾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미 받은 생명의 양식인 이 사랑을 찾는 우리의 자세에 대하여 오늘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가르치고 계십니다.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요한 6,27).

그러면 우리가 이 세상에서 결코 세상적인 것 때문에 배고프지 않을 것입니다. 사랑은 받는 것만이 아니라, 나눌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받은 그 생명의 빵을 이웃과 주님께 향한 나눔으로 보답해야 합니다.

갚아야 할 은혜

“당신은 빵을 사고 싶을 때 동전을 지불한다. 가구를 사고 싶을 때 은전을 지불한다. 그리고 토지를 사고 싶을 때 금전을 지불한다. 그러나 사랑을 사고 싶을 때 당신은 당신 자신을 지불해야 한다. 사랑의 값은 당신이다.”

예수님 때문에 영원한 생명의 빵을 먹은, 영원한 생명의 사랑을 체험한 ‘아우구스티누스’(354-430) 성인의 말씀입니다. 영원한 생명의 빵을 거저 얻은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의 값으로 바쳐야 합니다. 그렇게 살아야 함을 생명의 빵이신 주님께서 먼저 당신 삶의 표양으로 보이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내 자신을 생명의 빵으로 내어 놓는다는 것은 낮춤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이를 로마의 ‘노바티아누스’는 창세기의 말씀으로 이렇게 가르칩니다.

“사람이 먹은 첫 양식은 나무에서 얻은 것들과 열매뿐이었습니다. 사람이 죄를 지은 결과 빵을 먹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양심에 따라 몸가짐이 달라집니다. 양심에 꺼리지 않는 한, 죄가 없는 이는 나무에서 양식을 얻기 위해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하지만 한때 죄를 지었던 인간은 땅에서 곡물을 얻기 위해 몸을 낮추게 됩니다.”

이를 생명의 빵을 얻게 되어 다시금 하늘을 바라보며 영원한 생명을 꿈꾸게 된 우리에게 오늘 사도 성 바오로는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사람을 속이는 욕망으로 멸망해 가는 옛 인간을 벗어 버리고, 여러분의 영과 마음이 새로워져, 진리의 의로움과 거룩함 속에서 하느님의 모습에 따라 창조된 새 인간을 입어야 한다는 것입니다”(에페 4,22-24).

분명 영원히 배고프지 않을 빵을 우리에게 주신 주님께서 원하시는 바는 우리 또한 생명의 빵이 되어 사는 것이었습니다. 이 같이 살기 위하여는 가장 겸손의 자세로 자신을 낮추어야 합니다. 영원한 생명의 빵을 우리에게 먹이시기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도 당신을 낮추실 대로 다 낮추셨습니다. 그리고 십자가의 고통으로 우리를 살리셨습니다. 이것이 생명의 빵인 성체의 신비이며 가르침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 가르침을 따라 사는 삶이야말로 지상에서 썩어 없어질 양식이 아니라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양식, 그 생명을 누리는 길입니다. 다시금 우리는 세상의 음식이 아닌 영원한 생명의 음식을 먹고 나누어야 할 그리스도인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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