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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손용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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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손용환 신부

주님 세례 축일(루카 3,15-16.21-22) : 그리스도의 세례
발행일 : 2010-01-10 [제2680호, 10면]

요아킴 파티니르(Joachim Patinir, 1485-1524)는 처음으로 풍경화를 전문으로 그린 플랑드르 화가입니다. 그는 루카복음 3장 1-18절과 21-22절을 배경으로 <그리스도의 세례>를 그렸습니다. 그는 굽은 강과 높은 산이 어우러진 풍경을 세례의 배경으로 그렸습니다.

그런데 굽은 강과 높은 산은 이사야 예언자가 선포한 말씀을 연상케 합니다. 주님의 길을 곧게 만드는 것이 세례자 요한의 사명이기 때문입니다.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 골짜기는 모두 메워지고 산과 언덕은 모두 낮아져라. 굽은 데는 곧아지고 거친 길은 평탄하게 되어라.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이사 40, 3-5)

세례란 그렇습니다. 주님의 길을 곧게 만드는 것입니다. 성령을 받은 사람은 모두 그리스도의 길이 됩니다. 세례자 요한은 요르단 강 부근에서 군중에게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림의 왼쪽 후면에는 세례자 요한이 거친 울타리에 기댄 채 군중에게 설교를 하고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멀리서 다가오는 예수님을 가리키며 모든 사람에게 말하였습니다.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러나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오신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릴 자격조차 없다.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입니다.”(루카 3,16)

세례란 그렇습니다. 나를 예수님의 종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성령을 받은 사람은 모두 그리스도의 종이 됩니다. 그림 중앙 전면에는 예수님이 세례자 요한에게 물로 세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례자 요한은 바위 위에서 무릎을 꿇고 세례를 줍니다. 예수님이 자기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요르단 강에 들어가시어 믿음의 색인 흰색 속옷만 걸치시고 세례를 받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이 모든 것을 두 손 모아 받아들이면서 우리를 응시하십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세례를 믿음으로 받아들이라고 말씀하시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예수님의 푸른색 겉옷은 물가 가장자리에 벗겨져 있습니다. 푸른색은 천상의 색입니다. 그리고 그 겉옷이 마른 나무뿌리에 닿아있습니다.

이것은 “도끼가 이미 나무뿌리에 닿아있다”(루카 3,9)는 세례자 요한의 경고의 말씀을 연상케 합니다.

예수님의 세례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천상잔치에 초대받지만, 예수님의 세례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모두 찍혀서 불 속에 던져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기도를 하시는데 하늘이 열리며, 성령께서 비둘기 같은 형체로 그분 위에 내리시고,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루카 3,22)

세례란 그렇습니다. 나를 하느님 마음에 들게 하는 것입니다. 성령을 받은 사람은 모두 그리스도의 말씀이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삼위일체이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작품의 중앙을 가로질러 완전한 중심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세례란 그렇습니다. 내 삶의 중심에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놓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러니 세례를 받은 우리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모든 일을 시작하고, 모든 일을 마쳐야겠습니다. 그럴 때 우리도 주님의 길이 되고, 주님의 종이 되며, 주님의 말씀이 될 수 있습니다.

주님 마음에 드셨던 그분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처럼


<그리스도의 세례> 요아킴 파티니르 作
손용환 신부·군종교구 쌍용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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