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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7) 예수님을 삶의 중심에 놓으십시오/손용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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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7) 예수님을 삶의 중심에 놓으십시오/손용환 신부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루카 2,16-21) : 어머니의 품이 그립습니다
발행일 : 2010-01-03 [제2679호, 12면]

성화(聖畵) 중에서 단일 주제로 가장 많이 그려진 그림은 무엇일까요? 성모님과 예수님이 함께 계신 모습을 그린 ‘성모자’(聖母子)입니다.

신심 있는 화가라면 성모자를 그리지 않은 이가 없습니다. 왜 화가들은 성모자를 그토록 많이 그렸을까요? 그것은 성모자가 가장 종교적이기 때문입니다.

어머니의 품이 가장 평화롭고 하늘나라를 가장 많이 닮았으니까요.

성모자 중에서 가장 우아한 그림을 그린 화가는 라파엘로입니다. 라파엘로의 성모자는 부드럽고 우아해서 그 매력이 경건하기까지 합니다.

라파엘로의 성모자 중에서 최고로 인상적인 작품은 무엇일까요? 이탈리아 피렌체 피티 궁전 미술관에 있는 「의자의 성모」입니다.

「의자의 성모」는 톤도 양식으로 그려진 최고의 성모자 그림입니다. 둥근 액자 안에 세 명의 인물을 집어넣기 위해 라파엘로는 완벽한 구도의 묘미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성모님과 아기예수님의 몸을 옆으로 틀어 좁은 공간에서 다소 여유 있는 동적인 배치를 시도한 것입니다.

또 이 그림은 완벽에 가까운 색채의 조화를 이룹니다. 그림에 사용된 청색, 황색, 적색, 녹색, 흑색은 5대륙의 화합을 의미하는 오륜기의 색과 같으며, 이국적인 머리장식과 어깨를 감싸고 있는 초록색 천은 그림의 다른 부분들과 어우러져 동서양의 조화를 이룹니다. 이것은 전쟁과 갈등을 일삼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림의 중심에 예수님이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코와 팔꿈치와 왼쪽 다리는 구성의 수직적인 축을 형성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토실토실한 다리는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합니다. 이는 아기예수님의 기분 좋은 상태를 표현합니다. 어머니 마리아가 꼭 안아주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성모님은 예수님을 당신의 품으로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아기예수를 품에 안으신 성모님은 참으로 복된 여인입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가 복된 이유는 주님께서 함께 계실 때 가능하니까요.

민수기에 나오는 축복에 대한 정의도 이러합니다.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주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민수 6,24-26)

축복은 주님께서 지켜주시는 것이요, 그럴 때 평화도 옵니다. 그러니 새해에는 예수님을 우리 삶의 중심에 모셔야겠습니다.

그런데 성모님 품에 안긴 예수님은 아기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라파엘로는 8살 때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어머니의 품에 대한 그리움이 남달랐습니다. 그는 기억 속에 가장 편안했던 어머니의 품을 그렸습니다. 그래서 아기예수님이 아니라 조금 자란 어린 예수님입니다.

화가에게 있어서 어머니의 품은 하느님의 품이었습니다. 어머니의 품처럼 평화로운 곳이 하느님 나라였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한 세례자 요한은 두 손 모아 예수님을 품에 안은 성모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 2,14)라는 천사의 말을 듣고 베들레헴으로 간 목자들도 마리아와 아기를 보고 나서 하느님을 찬양했습니다.

그런데 성모님이 예수님을 품에 안고 예수님과 함께 우리를 똑바로 쳐다보십니다. 그분의 응시가 너무나 강렬해 우리를 최면상태에 빠지게 합니다. 그분은 아기예수님과 함께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을 삶의 중심에 놓으세요. 그리고 예수님을 품어 안듯 세상을 품어 안으세요. 그래야 세상에 평화가 옵니다. 그게 축복입니다.”

이 말씀이 성모님의 덕담이랍니다.


손용환 신부·군종교구 쌍용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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