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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9) 결점을 채우는 것이 사랑입니다/ 손용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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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9) 결점을 채우는 것이 사랑입니다/ 손용환 신부

연중 제11주일 (루카 7,36-8,3) : 시몬 집에서의 저녁식사
발행일 : 2010-06-13 [제2701호, 12면]

1996년에 개봉된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를 기억하십니까? 이 영화는 알코올 중독자인 시나리오 작가 벤과 창녀인 사라의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내용은 삼류이지만 의미는 명작입니다. 이 영화가 우리에게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말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사랑은 결점 채우기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서로가 결점을 지녔다는 것을 알았고, 상대방의 결점까지도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순수한 사랑을 했습니다. 만일 이들이 자기의 결점을 몰랐다면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었을까요?

바리사이 시몬이 있었습니다. 그는 다른 바리사이들처럼 율법을 철저히 지켰고, 동료들이 배척했던 예수님까지도 자기 집에 모실 정도로 아량이 있는 종교지도자였습니다. 그런데 그 고을에 죄인인 여자 하나가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발에 눈물을 흘리고, 향유를 발랐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바리사이 시몬은 속으로 예수님의 도덕성에 회의를 품었습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시몬아, 너에게 할 말이 있다. 어떤 사람이 빚을 졌는데, 한 사람은 오백 데나리온을 빚지고, 다른 사람은 오십 데나리온을 빚졌다. 둘 다 갚을 길이 없으므로 주인은 그들에게 빚을 탕감해 주었다. 그러면 그들 가운데 누가 그 주인을 더 사랑하겠느냐?”(루카 7,40-41)

시몬이 대답했습니다. “더 많이 탕감 받은 사람입니다.”(루카 7,43)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이르셨습니다. “이 여자를 보아라. 내가 네 집에 들어왔을 때, 너는 나에게 발 씻는 물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 여자는 눈물로 내 발을 적시고 자기의 머리카락으로 닦아주었다. 너는 나에게 입을 맞추지 않았지만, 이 여자는 내가 들어왔을 때부터 줄곧 내 발에 입을 맞추었다. 너는 내 머리에 기름을 부어 발라 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 여자는 내 발에 향유를 부어 발라주었다.”(루카 7,44-46)

- 바리사이 시몬 집에서의 그리스도, 루벤스 作(1618-20).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는 바로 이 장면을 포착하여 <바리사이 시몬 집에서의 그리스도>를 그렸습니다.

예수님의 손은 여인을 가리키며 시선은 시몬에게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여인을 본받으라고 손짓하듯이. 그분의 발은 맨발입니다. 그분의 수난을 예고하듯이. 그분의 옷은 푸른색 속옷과 붉은색 겉옷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말하듯이.

바리사이 시몬은 그의 동료들과 놀라워하며 그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못마땅하다는 시선으로. 시종들은 음식을 치우고 식탁에는 과일만 남았고, 그의 옷은 하늘의 색인 청색과 영광의 색인 금색입니다. 그분께 달콤함과 하늘의 영광만 얻으려는 속셈으로. 그런데 시몬 뒤에는 개 한 마리가 씩씩대며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다른 것에 충성하겠다는 몸짓으로.

여인은 예수님의 발을 끌어안고 있습니다. 어린아이를 품에 안고 애무하듯이. 그녀의 발 아래에는 향유그릇이 놓여 있습니다. 그분의 죽음과 부활을 예견하듯이. 그녀는 보라색 옷을 입고 있습니다. 참회로 죄를 용서받듯이. 그런데 이 그림에서 더럽고 지친 발을 끌어안은 여인의 품이 가장 빛납니다.

그리고 대머리의 노인이 안경을 쓰고 여인을 유심히 보고 있습니다. 그가 베드로입니다. 그는 세 번이나 예수님을 배반했습니다. 그리고 닭이 울 때 배반의 죄를 뉘우쳤습니다. 그는 큰 죄를 용서받은 여인을 본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옆에는 흰 수건으로 입을 막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상기된 얼굴로 여인을 봅니다. 그가 유다입니다. 그는 여인의 행동을 보고 책망했습니다. 비싼 향유를 허비했다며. 그는 예수님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물질을 본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배신한 후에 목매달아 죽었습니다. 예수님의 용서를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 결점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자기의 결점을 아는 게 회개이고, 남의 결점을 채우는 게 사랑입니다. 예수님은 그것을 보라고 손짓하며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이 여자는 그 많은 죄를 용서받았다. 그래서 큰 사랑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적게 용서받은 사람은 적게 용서한다.”(루카 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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