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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7) 눈부시게 빛나는 하늘의 영광/ 손용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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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7) 눈부시게 빛나는 하늘의 영광/ 손용환 신부

삼위일체 대축일 (요한 16,12-15) : 삼위일체에 대한 경배
발행일 : 2010-05-30 [제2699호, 10면]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 1471~1528)는 북유럽과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를 연결시킨 최고의 화가입니다. 그는 베네치아 미술의 현란한 색채와 피렌체 미술의 고전적 구성과 북유럽 미술의 세밀한 표현을 접목시켜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그의 천재성을 최고로 표현한 작품이 바로 <삼위일체에 대한 경배>입니다.

이 그림을 보면 로마서의 말씀이 연상됩니다. “믿음으로 의롭게 된 우리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과 더불어 평화를 누립니다. 믿음 덕분에,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가 서 있는 은총 속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리라는 희망을 자랑으로 여깁니다. 그리고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은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어졌기 때문입니다.”(로마서 5,1-2.5)

- 삼위일체에 대한 경배, 알브레히트 뒤러 作(1511).
이 그림에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과 성인들의 경배장면이 나옵니다. 이 그림의 황금분할선상에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성자 예수님이 계십니다. 그분은 십자가의 죽음으로 세상을 구원하셨습니다. 이것이 우리 신앙의 핵심입니다. 세상의 임금이신 성부 하느님은 아들 예수님을 두 팔로 감싸 안으십니다. 그분은 하늘의 색인 청색 옷을 입으셨고, 영광의 색인 금색과 생명의 색인 녹색으로 장식한 망토를 걸치셨습니다. 그래서 하늘의 임금이신 영광의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셨습니다. 그 위에 성령이 비둘기 모양으로 천사들을 거느리고 임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그림 전체가 성령의 힘으로 거룩하게 되었습니다.

성부의 옷을 펼쳐들고 있는 천사들은 그리스도의 수난도구를 들고 성삼위를 찬양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색채가 눈부시게 화려하고 생생해서 그리스도의 수난도구가 묻힐 지경입니다. 성인들은 두 개의 반원을 이루면서 성삼위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성녀들은 순교를 상징하는 종려나무가지를 손에 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중심에는 푸른 옷에 왕관을 쓰신 여인이 계십니다. 그분이 바로 성모님이십니다. 그리고 성모님의 좌우에는 어린양을 안고 있는 마리아 막달레나와 성체를 받쳐 들고 있는 사도 요한이 있습니다. 이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신 예수님께서 성체성사를 제정하셨음을 상징하는 것 아닐까요? 그 반대편에는 세례자 요한이 중심에 있습니다. 그의 주변에는 십계명을 들고 있는 모세와 하프를 들고 있는 다윗과 담비털옷의 솔로몬과 구약의 성조들이 있습니다. 이는 구약에 예언된 메시아가 바로 예수님임을 말해주는 것 아닐까요?

하단에 있는 성인들의 중심에는 대(大) 그레고리오 교황이 성삼위를 찬양하고 있고, 그 맞은편에는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성왕이 다른 왕에게 성삼위의 축복에 대해 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뒤에는 유스타스 성인을 비롯한 다른 성인들이 공중에 떠 있습니다. 그런데 맨 아래 왼편에는 이 그림의 주문자인 마테우스 란다우너도 성인들 무리에 끼어 있습니다. 그는 성인들과는 달리 수수한 옷을 입고 겸손하게 무릎 꿇어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의 간절한 기도는 성인들과 함께 성삼위를 찬양하게 해달라는 내용일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곁에는 수도복을 입은 기적의 성인인 프란치스코가 기도하고 있으며, 주교복은 입은 예로니모 성인이 그를 성삼께로 인도하고 있습니다.

뒤러의 자화상은 맨 아래 오른편에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서명과 함께 라틴어로 연도를 써 넣은 커다란 기념비와 함께 홀로 외로이 땅에 머물러 있습니다. 천국은 천재적 재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헌신적 사랑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한없이 넓은 아름다운 호수의 풍경도 하늘의 영광에 비하면 초라하게만 보입니다. 화려한 외모를 지녔던 뒤러도 성인들의 영광에 비하면 아주 작게만 보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 머물 수 있을까요? “진리의 영께서 오시면 너희를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요한 16,13) 라는 말씀이 이루어지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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