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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0) 주님, 가난한 마음에 어서 오소서 / 최인각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1. 12. 18.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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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750) 주님, 가난한 마음에 어서 오소서 / 최인각 신부

대림 제1주일(마르 13, 33-37) 촛불 들고 기다립니다
발행일 : 2011-11-27 [제2772호, 10면]

전례력으로 새해를 알리는 대림 첫 주일니다.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설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빠르게 흐르는 시간 앞에서, 그리고 이어지는 사건과 사고들로 말미암아 왠지 무덤덤해지는 쓸쓸함도 있습니다. 혼자서는 도저히 안 될 것만 같은 마음, 누군가 다가와 한 자루 초의 불빛으로 어두웠던 마음을 비춰주고 손잡아 일으켜주며 따스한 말 한마디를 들려주었으면 하는 마음 가득합니다. 아팠던 몸과 마음도, 원인 모를 엉김도 그로 말미암아 치유받고 정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이스라엘 사람들은 4000년 동안 ‘그 누군가’이신 메시아, 구원자를 기다려왔습니다. 그분이 오시어 어둡고 혼란스러우며, 아프고 찌든 삶에서 자신들을 구해 주실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목자시여, 귀를 기울이소서. 광채와 함께 나타나소서. 당신 권능을 떨치시어 저희를 도우러 오소서. 하늘에서 굽어 살피시고 이 포도나무를 찾아오소서. 당신 오른손이 심으신 나뭇가지를, 당신 위해 키우신 아들을 찾아오소서”라고 도움과 구원의 기도를 외쳤습니다. 하느님은 이 외침을 들으시고 그때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응답해주셨고, 이끌어 주시며, 살아갈 길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당신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보내시어 모든 구원의 길이요 진리요 생명을 주셨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민족은 메시아이며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오신 지 200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그분을 기다리며 찾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지 고민하다가, 오늘 제1독서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주님, 어찌하여 저희를 당신 길에서 벗어나게 하십니까? 어찌하여 저희 마음이 굳어져 당신을 경외할 줄 모르게 만드십니까? 당신 종들을 생각하시어, 당신의 재산인 이 지파들을 생각하시어 돌아오소서.” 이 기도내용을 살펴보면, 자신들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것은 자신들의 잘못이나 죄가 아니라, 하느님의 탓이며 잘못이라고 하느님을 몰아붙입니다. 이들은 분명히 하느님이 누구신지 알면서도, 자신들의 잘못이나 죄는 바라보지 않고 하느님을 탓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서 하느님의 도움이나 구원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며 경배드리는 자가 없고, 하느님 손에 맡기지 않으며, 하느님을 외면하고 죄에 휩쓸려 다니는데, 하느님께서 마음 편히 도움의 손길을 펼칠 수 있겠습니까?

이 말씀을 가만히 묵상하고 있자니, 주님을 못 만났다고, 체험하지 못했다고, 도움을 못 받았다고 한탄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불쌍한 처지를 바라보고 주님께로 돌아와 당신을 만나라는 말씀으로 들려옵니다.

“나는 너희를 용서하고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다. 너희의 생각과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나를 만나 은총과 사랑을 받으며 풍요롭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나는 너희가 아무런 부족함 없이 튼튼하고 행복하고 흠잡을 데 없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돌아와 내 안에 머물러라. 너희가 돌아오는 시간이 저녁이거나, 한밤중이거나, 닭이 울 때이거나 새벽일지라도 나는 관계없다. 나는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너희를 위해 깨어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내게 돌아오너라.” 우리를 기다리는 그 얼마나 간절한 말씀입니까? 불쌍하고 불쌍한 우리가 주님을 더 기다려야 하는데, 주님이 우리를 더 애타게 기다리고 계시며, 우리 가운데 머무르시기를 원하신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옷깃을 여밉니다.

이런 마음으로 대림환에 꾸며진 초에 정성껏 불을 붙여봅니다. 참으로 숙연한 시간입니다. 그동안의 부족함과 나약함, 죄스러움을 뉘우치며 새사람이 되기를 다짐하며 내면 깊은 곳에 마련한 초에 불을 붙입니다. 주님을 다시금 찾고자 하는 마음, 주님께 대한 사랑에 불을 지피고자 하는 마음, 묻어두었던 선한 마음, 크고 작은 상처로 말미암은 응어리를 풀고자 하는 마음, 상처 준 이를 찾아가 용서의 손길을 내밀고자 하는 마음, 재물과 관련해 어려움을 주었던 사건과 사람을 정리하고 엮인 매듭을 풀고자 하는 마음, 가까운 가족·친척·친구들과 다시금 화해하며 웃고 지내고 싶은 마음에 용서와 화해와 사랑의 불을 붙입니다.

우리를 불쌍히 여기시어 모든 것을 버리고 인간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시려는 주님을 기꺼이 맞이하며, 그분의 소원을 채워 드리기 위해 노력하는 대림 시기를 지내시길 바랍니다. 그 방법의 하나는 정성껏 고해성사를 보고, 희생과 봉사를 통해 하느님과 이웃을 기쁘게 해 드리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그러한 은총이 여러분의 것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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