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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9) 만왕의 왕이신 예수님 만세! / 최인각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1. 11. 2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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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749) 만왕의 왕이신 예수님 만세! / 최인각 신부

그리스도왕 대축일(마태 25, 31-46) 당신은 저의 임금이십니다
발행일 : 2011-11-20 [제2771호, 10면]

오늘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맞으면서, 임금이신 예수님을 생각하니 행복의 노래가 저절로 나옵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나를 쉬게 하시고, 잔잔한 물가로 나를 이끄시어, 내 영혼에 생기를 돋우어 주시고, 바른길로 나를 끌어 주시니, 당신의 이름 때문이어라. 제가 비록 어둠의 골짜기를 간다 하여도 재앙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니, 당신께서 저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막대와 지팡이가 저에게 위안을 줍니다. 당신께서 저의 원수들 앞에서 저에게 상을 차려 주시고, 제 머리에 향유를 발라 주시니 저의 술잔도 가득합니다. 저의 한평생 모든 날에 호의와 자애만이 저를 따르리니 저는 일생토록 주님의 집에 사오리다.” 오늘 화답송인 시편 23장의 내용을 곱씹고 곱씹을수록 예수님께 대한 감사와 사랑의 맛을 더 느끼게 됩니다.

예수님께 이처럼 고맙고 감사한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나의 처지를 정말 잘 알고 계시고, 나와 항상 함께하시며 내 편이 되어 주시고, 내 숨은 사정 이야기를 모두 들어주셨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분은 나를 위해 철저히 봉사하신 분이시기에, 내 고마움의 마음이 그분을 유일한 주님으로 고백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예수님은 임금님이시고 주님이시며 목자이면서도 그러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나를 위해 철저히 낮아지시며, 심지어는 나를 당신의 임금으로 모시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까지 합니다. 내가 굶주려 배고프다고 칭얼거릴 때 먹을 것을 마련해 주셨고, 내가 목마르다고 외칠 때 마실 것을 주셨으며, 내가 세상의 나그네였을 때 따뜻하게 맞이해주셨으며, 내가 헐벗었을 때 입을 것을 주셨으며, 내가 병들었을 때 돌보아 주셨으며, 내가 감옥에 있을 때 찾아 주셨던 분이 바로 그분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분은 나를 위한 철저한 봉사자셨으며, 내가 청할 때 한 번도 거절하지 못하는 종이셨으며, 내 뒤에서 지켜봐주시고 떠받쳐주는 든든한 후원자셨고, 내가 넘어질 때 일으켜주는 보이지 않는 손길이셨으며, 말로 다 못할 내 기도를 대신해준 기도의 대가(大家)셨으며, 내가 우울할 때 대신 울어주며 나를 기쁘게 해준 광대셨으며, 내가 먼 길을 갈 때 먼저 준비하시며 앞길을 비추는 등불이셨습니다. 나의 당신이 되어 주신 당신은 나로 말미암아 울고 웃으시며, 나의 행복을 위해 나의 전부가 되어 주셨습니다.

이제 당신이 누구신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당신은 가끔, 아니 매번 나를 위한 바보이셨습니다. 당신의 모든 일을 다 내려놓고, 마치 오직 나만을 바라보고 나에게 빠져 버린 것 같은 당신! 다 무너져가는 당신의 몸, 당신의 체면, 당신 영광의 자리마저 다 내동댕이치고 나만을 최고로 여긴 당신! 나만을 섬기기 위해 기꺼이 십자가를 지시는 당신! 나를 살리기 위해 그 어떤 희생도 치를 준비가 되어 있으며, 실제로 모든 것을 팔아 나를 구해주시는 당신! 나를 영광스럽게 하려고 당신의 봉사와 사랑과 희생을 감추고 조용히 침묵하시는 당신! 꿈에라도 나타나기를 바라며 조금이라도 좀 더 함께하고자 하는 당신! 나의 말 한마디를 곱게 간직하며 그것을 완성하기 위해 온몸을 바치는 당신! 나의 전부가 되어 주신 당신! 당신은 내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시지만, 당신은 나를 위해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고 하시지만, 당신은 나를 위해 모든 것을 해 주셨습니다.

저 자신을 되돌아보니, 저는 당신 때문에 다시금 살아난 사람이며, 당신 때문에 살아갈 힘을 얻는 사람이고, 당신 때문에 세상 살맛을 느낀 사람입니다. 당신 때문에 저는 이 세상과 저 세상의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내가 옮기는 발걸음 하나하나에 당신은 꽃길을 마련해주셨으며, 나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당신 마음에 곱디곱게 기록해 두셨으며, 나의 거동 하나하나에 당신은 감동하며 살며시 웃으셨습니다. 당신은 나의 존재 자체로 행복해하셨습니다. 당신은 내가 당신 아닌 다른 곳에 마음을 두어도 내색하지 않으셨으며, 내가 두 마음을 품어도 당신은 화내지 않으셨습니다. 나의 부정을 다 아심에도 당신은 아무런 표현도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친히 나를 씻어주는 정화수가 되어 주셨습니다.

당신은 제 삶의 목자라는 권위도, 주님이라는 전지전능도, 임금님이라는 영광도 전혀 드러내지 않으시지만, 당신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든 것에 있어 저의 목자이며 주님이시며 임금이심을 고백합니다. 한편으로 죄송스럽지만, 이러한 고백을 할 수 있어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저를 향한 그분의 사랑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고백이 우리 모두의 고백이기를 또한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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