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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1) 한눈팔지 않는 오롯한 삶/ 최인각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1. 12. 18.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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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751) 한눈팔지 않는 오롯한 삶/ 최인각 신부

대림 제2주일(마르 1, 1-8) 존경과 사랑받는 지름길
발행일 : 2011-12-04 [제2773호, 10면]

며칠 전 사제 서품 50주년을 맞이하시는 신부님 금경축 미사에 다녀왔습니다. 미사를 드리는 동안 감사와 고마움의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정성 들여 미사를 드리시는 신부님, 그동안 신부님의 삶을 보아왔던 선후배 신부님들, 잔칫상을 차려주신 주교님,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으로 미사에 함께하시던 교우분들, 이 모든 분을 다시금 생각해보니 기쁨의 미소가 절로 나옵니다.

며칠이 지났지만, 잊히지 않는 신부님의 말씀이 있습니다. “내가 나에게 칭찬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지금까지 한눈팔지 않고 살았다는 것입니다.”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이 말씀을 하시자마자 모두가 신부님께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50년 동안 한 번도 갓길로 가지 않고 오롯하게 사제로서 살아오신 신부님! 참으로 대단하시고 훌륭하시다 여겨 보낸 박수가 아닌가 합니다. 살다 보면 한눈팔 상황이 얼마나 많이 벌어집니까? 그런데 그 모든 것을 묵묵히 이겨내고 살아오신 신부님이 존경스러웠습니다.

금경축을 맞이하신 신부님보다 더 한눈팔지 않고 사셨던 분이 있다면, 그분은 바로 세례자 요한이 아닐까 합니다.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의 오심을 준비시키기 위하여, 주님의 오시는 길을 마련하기 위하여, 그분의 길을 곧게 내기 위하여, 광야에서 외롭지만 대담하게 외칩니다. 요한은 자기에게 주어진 임무인 세례를 베푸는 일에도 온 힘을 기울입니다. 사람들이 죄를 고백하고 세례를 받도록 발 벗고 나섭니다. 그러면서도 가난하고 겸손하게 삽니다.

세례자 요한은 낙타 털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둘렀으며, 메뚜기와 들꿀을 먹고 삽니다. 그분은 가공되지 않은 자연 친화적인 삶을 사셨습니다. 하느님만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광야를 당신의 집으로, 우리에게는 건강식품으로 알려진 메뚜기와 들꿀을 주식으로, 부유한 사람들이 즐겨 찾는 낙타 털 옷과 가죽을 의복으로 꾸미고 사십니다. 이러한 의식주의 삶은 자신을 위한 가공되지 않은 웰빙(well-bei ng)의 삶이 아니라 오로지 하느님을 위한, 주님을 맞이하기 위한, 그분의 길을 곧게 하기 위한 삶이었습니다.

그분의 삶은 한눈팔 시간도, 주저할 여유도, 멋있게 꾸밀 시간도, 더 이상의 가식도 없는 삶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철저한 구도자이며 예언자이자 선지자의 삶이었습니다. 환상적인 소설 속의 삶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며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올곧게 욕심을 내지 않고, 오롯하게 하느님만을 바라보며 사신 위대한 분이십니다. 그러면서 변함없이 한 발 한 발 내딛습니다. 그것도 겸손하게. 세례자 요한은 이렇게 외칩니다.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내 뒤에 오신다. 나는 몸을 굽혀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주었지만,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으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라고 하시며 자신을 낮추십니다. 낮추기 위한 낮춤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존재를 명확히 알고 계신 것이며, 남에게 존경받기 위한 낮춤이 아니라 남을 존경하고 그를 높여주기 위한 진정한 낮춤과 겸손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들어 높여야 할 이를 들어 높이는 용기 있는 자의 모습입니다. 그러고 보면 세례자 요한은 욕심이 없습니다. 욕심이 있다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목숨 걸고 성실히 한 것뿐입니다.

다시금 금경축을 맞으신 신부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신학교 때 교수 신부님들이 하신 말씀 가운데, ‘튀는 신부가 되려고 애쓰지 마라. 평범한 신부가 되어도 신자들은 다 따라오게 되어 있다.’라는 말씀이 나같이 ‘재주 없는 사람’한테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그래서 잔꾀 부리지 않고 열심히 살아보자 생각했습니다.” 평범함을 일생의 목표로 삼아 겸손하게 살아오신 50년의 사제 생활! 생각만 해도 감동적이며 교훈적입니다.

“외롭지는 않으세요?”라는 어느 기자의 우문(愚問)에 금경축을 맞이하신 백발의 사제는 “아, 50년을 훈련한 일인데, 뭐. 하하하.”라는 현답(賢答)을 던지셨습니다. 그러고 보면 신부님은 인간적으로 외로우셨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도 당신은 한눈팔지 않고 오롯이 사제의 길을 걸으셨습니다. 세례자 요한과 같이 늘 주님의 오심을 기다리고 준비하며, 목숨 바쳐 당신의 사제직을 충실하게 실천했던 장한 선구자이며 예언자이며, 대장부였음이 틀림없습니다.

현대를 살면서 한눈팔 일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한눈팔지 않고 겸손하게 사는 길. 그러다가 만년(晩年)에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인생을 마감한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주님은 우리가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계시며, 그렇게 해주시기 위해 오십니다. 마지막 날 웃는 여러분이 되기를 바라며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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