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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492) “주님의 자리를 찾아드리자”/배광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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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492) “주님의 자리를 찾아드리자”/배광하 신부

연중 제21주일 (요한 6,60~69) : 영원한 생명의 말씀
발행일 : 2006-08-27 [제2514호, 6면]

- 당신을 따릅니다 -

세상의 유혹

신학생 때 교수 신부님께서 수업에 들어오시어 느닷없이‘오토바이 귀신’을 아느냐고 물으셨습니다. 너무 엉뚱한 질문이셔서 우리들이 킬킬 거리며 웃자 신부님께서 오토바이 귀신에 대하여 설명해 주셨습니다.

어느 본당 주임 신부님이셨을 때, 자매님 한 분이 눈물을 흘리며 면담을 요청하였답니다. 자매님은 이 일을 어쩌면 좋겠냐며 가슴 아픈 사연을 이야기 하였는데, 내용인즉 남편이 믿지 않는 외인인데 자신의 뱃속에 든 아기를 낙태 시키라는 것입니다. 왜 남편이 아이를 낙태 시키라고 하느냐 물으니 남편이 오토바이를 무척 좋아 하는데 신형 오토바이가 나와 할부로 구입하였고, 오토바이 값을 갚으려면 아이의 출산 비용과 양육비 때문에 어려우니 지우라는 것입니다.

너무나 어처구니 없으신 신부님께서는 자매님을 잘 설득하고 용기를 주시어 돌려 보내셨는데, 남편에게 오토바이 귀신이 씌워 그렇게 된 것이며, 그것이 오토바이 귀신이라고 말씀 하셨습니다.

우리 또한 한동안 어이가 없어 한심스러워 하였지만, 실은 또다시 성찰하고 묵상해 보면 주님께서 분명 계셔야 할 자리에 세상 다른 것들을 앉히고 있다면 낙태를 강요한 그 남편이나 우리 또한 무엇이 다를 것인가를 생각해 봅니다.

자주 우리는 우리 삶에서 주님의 자리를 다른 것에게 양보하고 넘겨줍니다. TV, 컴퓨터, 술, 돈, 유흥, 오락, 여러 친목모임, 스포츠, 여행 등에게 말입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변호하며 여러 가지로 위안을 삼으려 합니다. 그 모든 세상 것들이 주님보다 앞서 있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를 유혹하는 귀신인 것입니다.

이집트를 탈출하여 광야를 떠돌던 이스라엘 백성은 온갖 유혹에 빠지며 천신만고 끝에 약속의 땅에 도달합니다. 그러나 그 약속의 땅을 눈앞에 두고 모세의 뒤를 이은 이스라엘의 영도자 여호수아는 백성에게 반드시 확인하고 다짐 받아 두어야 할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오늘 양다리 걸치기식의 신앙으로 살아가는 우리에 대한 질문과 확인과 다짐일 수 있습니다.

“누구를 섬길 것인지 오늘 선택하여라.”(여호 24, 15) 그러자 온 이스라엘 백성이 대답합니다. “우리도 주님을 섬기겠습니다. 그분만이 우리의 하느님이십니다.”(여호 24, 18)

오늘 선택하여라

리처드 칼슨의 <우리는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건다>라는 책에 보면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옵니다.

“조금만 더 차분히 들여다 본다면 실제로는 대단치 않은 일인데도 우리는 곧잘 흥분부터 하고 본다. 정치, 스포츠, 자동차 운전 등 우선은 욕부터 하며 분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일상에서는 이와 비슷한 사소하면서도 짜증스러운 일들이 얼마든지 있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사소한 일에 끙끙 대느라 정력을 낭비하고 인생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완전히 잃어버린 채 살아간다.”

가장 중요한 신앙과 믿음의 진리는 아주 사소한 일에 저버리고, 중요하지 않은 일에 죽을 듯이 목숨을 건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많은 사람들 역시 같은 모습을 보입니다. 그토록 많은 기적을 보여 주었건만, 많은 생명의 말씀을 들려주었건만, 백성은 눈을 감고 귀를 막아 버리고 예수님을 떠나갑니다. 생명을 주고자 하나 그 생명을 뿌리치고 떠나갑니다. 우리 주변의 냉담 교우들을 보는듯 합니다. 안타깝고 답답하신 예수님께서 이번에는 당신의 제자들을 눈여겨 보시며 질문을 던지십니다.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요한 6, 67)

이는 “세상 것이냐, 혹은 지금 잠시는 받아들이기 어렵고 말씀을 따르기에 고통이 따르겠지만 영원한 생명을 선택하겠느냐”는 물음인 것입니다. 그러자 시몬 베드로가 우리의 대답을, 신앙을 고백합니다.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요한 6, 68)

살아가면서 우리는 자주 이같은 신앙의 택일 앞에 고민하게 됩니다. 유혹은 끊임없이 우리를 그냥 보아 넘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세상 것이 더 크고 화려하게 보이도록 우리를 착각 속에 가두어 버립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예레미야 예언자의 고백을 기억해야 합니다.

“주님의 말씀이 저에게 날마다 치욕과 비웃음거리만 되었습니다. ‘그분을 기억하지 않고 더 이상 그분의 이름으로 말하지 않으리라’ 작정하여도 뼛속에 가두어 둔 주님 말씀이 심장 속에서 불처럼 타오르니 제가 그것을 간직하기에 지쳐 더 이상 견뎌 내지 못하겠습니다.”(예레 20,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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