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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493) 하느님 사랑으로 껴안아 보세요!/배광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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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생각] (493) 하느님 사랑으로 껴안아 보세요!/배광하 신부

연중 제22주일 (마르코 7, 1~8) : 조상들의 전통에 관한 논쟁
발행일 : 2006-09-03 [제2515호, 6면]

- 우리를 더럽히는 것들 -

그릇된 판단

서울대 의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의사가 되어 미국으로 건너가 암 전문의로 활동하며 감리교회 권사로서, 부흥회 설교자로 명성이 높은 원종수 박사가 있습니다. 이분의 재미난 일화가 있습니다.

신앙 간증 설교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공항 대합실에서 배가 고파 감자로 만든 과자를 샀다고 합니다. 시간이 남았기에 과자를 먹으려고 하는데 웬 백인 아가씨가 곁에 앉아 자신의 과자를 하나씩 먹는 것이었습니다. 백인들이 유색 인종을 우습게 생각하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너무 건방지다는 생각으로 심히 불쾌하였는데 그깟 과자 하나로 속 좁게 굴 것 없어 참고 먹는데, 이 아가씨는 자신을 보며 싱글싱글 웃으며 과자를 빼앗아 먹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과자가 하나 남았는데, 자기도 양심이 있으면 이것은 건들지 않겠지 하며 먹으려 하는데 백인 아가씨는 웃으며 재빨리 그 하나를 자기 입에 집어 넣더랍니다. 상당히 기분이 불쾌한 마음으로 비행기에 오른 원종수 박사는 자신의 짐을 비행기안 짐칸에 넣다가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글쎄, 자신의 짐 속에 뜯지 않은 감자 과자가 그대로 있었던 것입니다. 공항 대합실에서 자신이 먹던 과자는 결국 자신의 것이 아니라 백인 아가씨의 것이었던 것입니다.

그는 그때의 이야기를 전하며 “우리는 스스로가 자신의 그릇된 판단으로 남을 얼마나 저울질하고 무시하며 미워하고 있는가?”라고 힘주어 말하였습니다. 자신이 살아온 가정 환경에 따라, 자신이 배운 지식의 척도에 따라, 자신이 지켜온 여러 관습과 규율의 잣대에 따라 얼마나 많은 사람을 평가하였고, 재단하였으며 단죄하였는가 말입니다. 참으로 무서운 판단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같은 판단은 대부분 그 시대의 기득권자들에 의해 더욱 성행하였고, 판단에 의한 피해자는 언제나 억눌려 지내는 하층민이었다는데 슬픔이 있는 것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예수님 시대에도 그 같은 자기 중심적이고 배타적인 교만의 판단이 있었습니다. 특별히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이 그러하였습니다. 오늘 복음도 조상의 전통을 구실 삼아 예수님께 트집잡는 그들과의 투쟁이 중심입니다. 그런데 그토록 조상의 전통을 중요시 여기고 율법을 철저히 준수하는 그들이라도 만약 안식일에 자신들 양이 구덩이에 빠졌다면 어찌하겠습니까? (마태 12, 9~14참조) 그들은 틀림없이 구했을 것입니다.

왜 그 같은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그것은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내 것의 경우에는 법조문과 조상의 전통이 보이지 않고 고통 당하고 있는 내 것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이미 내 가장 가까운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전 본당 주임 신부였을 때 어르신 성경 공부반에서 사형 폐지 운동에 대하여 찬반을 여쭈었습니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사형을 폐지해서는 안 된다 하셨습니다. 그런데 "만약 내 자식이 피치못할 사정으로 살인을 저질렀다면 사형을 시켜야 하겠습니까?"하고 물으니 사형을 시켜야 한다는 어르신들은 한 분도 없으셨습니다. 내 자식이기 때문인 것이지요. 어쩌면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그리도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중동지방의 바빌론 지역에서 기원전 28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두 개의 서판이 발견되었습니다. 서판에는 당시의 생활상이 쓰여 있었는데, 한쪽 서판에는 “인생은 긴 것 같지만 유용하게 써야할 시간은 많지 않다.”“세상은 반드시 종말이 와야 한다.” “어린이들은 이미 부모의 말씀에 순명 하지 않고 세상은 불공평하다.”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고 합니다. 어째 우리네 부모님들의 말씀이나 경건주의자, 신심주의자들의 말처럼 들리는 것 같습니다. 기원전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에서도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글이 나왔다고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말세야!” “종말이 오는 것이야!” “저런 짓을 저지르는 놈들은 모두 사형 시켜 버려야해!” “요즘 젊은것들은 모두 버르장머리가 없어!”라는 등의 이야기는 계속 되는가 봅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 자랄 때는 저러지 않았는데…”등의 이야기는 아마 세상 종말이 올 때까지 계속될 것 같습니다. 그럴 때, 오늘 예수님의 말씀은 더욱 우리에게 가슴 깊이 다가와야 합니다.

“안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나온다. 이런 악한 것들이 모두 안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 (마르 7, 21~23)

우리의 잘못은 결국 사람을 사랑으로 여기지 못함에 있습니다. 모든 전통과 관습, 율법이 아니라 우리 마음속에 사랑이 없음이 큰 문제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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