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531) 나눔의 기적/배광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0. 16:13

본문

 

(531) 나눔의 기적/배광하 신부

성체 성혈 대축일 (루카 9, 11~17) : 오천 명을 먹이시다
발행일 : 2007-06-10 [제2553호, 6면]

- 성체성사의 참된 의미 -

생명의 빵

오늘 복음의 예수님께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장정만도 오천 명이 넘게 먹이신 기적 이야기가 우리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교훈은, 예수님 친히 당신의 죽음을 통하여 생명까지 내어 놓으신 가없는 사랑이 이제는 세상 모든 사람들의 영육의 굶주림을 해결해 주시리라는 가르침인 것입니다.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이미 이같이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너희는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길이 남아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는 양식을 얻으려고 힘써라. 그 양식은 사람의 아들이 너희에게 줄 것이다. 이 빵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요한 6, 27 50~51)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빵은 참되고 영원한 음식을 의미합니다. 결코 썩지 않는 음식, 하느님께서 주시는 순수한 음식, 충만한 생명을 주시는 음식, 죽음에서 생명으로 옮아가는 음식을 말씀하시고 계신 것입니다.

당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 놓으신 사랑의 성체성사를 통하여 이제는 우리들도 형제들을 위하여 자신을 내어놓는 실천의 삶을 요구하시는 것입니다.

제자들은 이기심과 기적을 믿지 못하는 마음으로 굶주린 군중을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 역시 자주 우리를 찾아오는 이들을 돌려보낼 때가 많습니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바쁘다는 구실을 내세워, 도와줄 가치가 없다는 자신의 잣대로 남을 판단하여 돌려보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마음, 목자의 마음은 단호하였습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루카 9, 13)

이 소중한 말씀은 성체성사의 참된 의미를 깨달았다면, 없는 가운데서도 나누어 보라는 가르침인 것입니다. 그것이 엄청난 생명의 은총인 성체성사의 혜택을 입은 그리스도인들이 살아야 할 참된 모습인 것입니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

복음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어떤 기적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기록이 없습니다. 이를테면 예수님 기도 후에 빵이 남산만큼 커졌다거나, 물고기가 고래만큼 커졌다거나 하는 자세한 설명이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추측해볼 수 있는 것은 그 많은 장정들이 며칠째 예수님을 따라 왔는데, 자주 여행을 했던 경험이 있는 유목 민족인 그들의 보따리에 먹을 것이 전혀 없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서로들 눈치를 보며 날이 저물도록 음식을 꺼내지 않았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웬 아이가 가지고 있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내어 놓습니다. 그러자 부끄러운 어른들과 제자들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음식을 내어 놓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하늘을 우러러 감사의 기도를 올리신 다음 빵과 물고기를 나누어 주셨고, 모두 배불리 먹은 뒤, 남은 것을 모으니 열두 광주리나 되었다는 가설입니다.

이 같은 추측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만약 예수님께서 당신의 능력으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만으로 군중을 먹이시는 기적을 행하셨다면, 그것은 예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회성의 기적으로 끝날 것입니다.

그러나 십시일반으로 서로가 함께 나누어 먹었다면, 그것은 누구나 할 수 있으며 훗날 예수님을 따르고자 하는 제자들이 그 모범을 실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혼자만이 하시는 일회성 기적을 절대 행하실 분이 아니십니다. 모든 인간이 할 수 있고 따를 수 있는 기적을 선택하셨을 것입니다.

교회가 오늘 성체와 성혈 대축일에 이 같은 복음을 선택한 이유와 가르침은 자명해 집니다. 성체성사의 삶을 살아가는 모든 하느님 백성은 진정한 나눔의 삶을 사셨던 그리스도의 모범을 살아가라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예수님의 십자가상 나눔의 희생 제사인 성체성사는 빛을 잃고 맙니다.

사람은 그 어느 누구도 나눌 수 없는 사람이 없습니다. 사실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것이고, 이웃의 불행과 아픔에 대한 무관심 때문인 것입니다.

성체성사의 참된 의미는, 하느님의 보편적 사랑을 살아야 할 예수님의 제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굶주림에 지쳐 쓰러지지 않도록 그들의 인간적 존엄을 지켜 주어야 할 의무가 있음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성탄 무렵 구세군의 자선냄비의 기적이나, TV 불우이웃돕기 ARS 자선기금 마련들의 모습을 보면 2천 년 전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이 재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성체성사의 삶이며, 그 같은 삶을 살아가라고 예수님께서 간곡히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이는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1코린 11, 24)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