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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0) 교회와 함께 교회 안에서 사는 삶/배광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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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0) 교회와 함께 교회 안에서 사는 삶/배광하 신부

연중 제21주일 (마태 16, 13~20)
발행일 : 2008-08-24 [제2612호, 6면]

-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

하느님께 한결 같았던 다윗왕과는 달리 그의 아들 솔로몬은 말년에 온갖 잡신 숭배에 빠지게 됩니다. 성경은 이를 다음과 같이 증언하고 있습니다.

“솔로몬이 늙자 그 아내들이 그의 마음을 다른 신들에게 돌려놓았다. 그의 마음은 아버지 다윗의 마음만큼 그의 하느님께 한결같지는 못하였다. 솔로몬은 시돈인들의 신 아스타롯과 암몬인들의 혐오스러운 우상 밀콤을 따랐다.”(1열왕 11, 4~5)

솔로몬이 따랐던 대표적 우상만을 성경이 지적한 것이지, 실제로는 왕궁 안에 온갖 우상들이 득실거렸을 것입니다. 솔로몬은 말년에 정략결혼을 한 아내들이 가져온 신들을 섬겼는데, 그의 아내가 칠백 명, 후궁이 삼백 명이나 됐기 때문에 능히 그러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솔로몬은 주님의 진노를 사게 되고 결국 나라는 둘로 갈라지게 됩니다. 아버지 다윗이 애써 이룩한 터전 위에 평화와 번영과 축복을 지킬 수 있었음에도 한 분이신 하느님을 섬기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뿐 아니라 그의 후손들에게까지 깊은 상처를 남긴 것입니다. 하느님께 향한 믿음만 고백하고 삶으로 참된 신앙을 살지 못한 죄가 크나큰 재앙을 불러온 것입니다.

똑같은 예를 우리는 필리핀의 마르코스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에게서 볼 수 있습니다. 필리핀은 분명 6.25 전쟁 전에는 우리나라보다 경제가 나았던, 잘 사는 국가였습니다. 나라의 지도자를 잘못 만난 필리핀 국민은 오늘날까지 설움 속에 비참한 가난을 살고 있습니다.

그 같은 비극의 중심에는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가 있습니다. 온갖 사치와 허영의 상징인 이멜다의 이야기는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저주와 농락의 대상입니다.

그는 분명 가톨릭 신자였습니다.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그리스도인이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몰락의 말년에는 온갖 잡신을 다 섬깁니다. 솔로몬의 말년과 어찌 그리도 닮았는지 모릅니다. 주님을 고백하면서도 실상 삶에서는 권력과 탐욕의 우상에 빠져 자신도, 백성들도 함께 몰락의 길을 걷게 만든 것입니다.

이쯤에서 우리는 또다시 인도의 간디가 말했던 따가운 질책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그리스도는 존경하나, 그리스도인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우리들에게 당신을 누구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으신 이면에는 고백하는 믿음대로 따르겠냐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것은 악마들도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리스도를 고백한 만큼, 그리스도께서 사신 삶을 따르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려 했던 독일의 ‘디트리히 본회퍼’(1906~1945) 목사는 이같이 외쳤습니다.

“싸구려 은총이 우리 교회의 치명적인 적이다. 은총이 싸구려 행상인의 물건인 양 시장에서 팔리고, 죄의 용서라는 것도 할인된 가격으로 내다 팔리고, 가치 없는 은총, 노력 없이 은총만을… 그러한 교회가 있는 사회는 죄를 손쉽게 은폐해버린다.”

세속에서는 믿음이 없는 사람들보다도 더 못하게 살면서, 한 발을 신앙에 담가 놓았다고 은총의 구원을 받으리라 착각하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을 질책하는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교회를 세우신 까닭은 분명 당신의 삶을 교회 구성원 모두가 닮고 따르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살 때 교회는 구원의 문으로 들어가는 신앙인들의 공동체가 될 것이며, 그 교회는 예수님의 말씀과 약속대로 반석 위에 세워져 저승의 세력도 교회를 이기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가톨릭 신앙의 핵심과 교회에 대하여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가톨릭 신앙의 핵심에 속하는 것은 우리는 그리스도를 살아 계신, 육화된, 인간이 되신 하느님의 아드님으로 믿는다는 사실이며,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 삼위일체이신 하느님, 하늘과 땅의 창조주이신 하느님을 믿는다는 사실이며,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위해 근심하시며 인간과 역사를 만들어 가실 만큼 당신을 낮추시고 작게 만드실 수도 있다는 사실이며, 그 그릇이자 주님께서 주신 특권이 표현된 장소가 교회임을 믿는다는 사실입니다. 가톨릭 신앙은 교회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함께 생활화하고 자기화하며, 교회와 함께 교회 안에서 생활하는 공동체적 삶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 은총의 특권인 교회에 몸담게 되었습니다. 교회의 구성원인 우리는 분명 주님의 가르침을 듣고 따라야 하는 그리스도인입니다. 그럴 때 주님을 고백하는 신앙이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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