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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5) 탐스러운 열매를 풍성히 맺으리라/배광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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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5) 탐스러운 열매를 풍성히 맺으리라/배광하 신부

연중 제27주일 (마태 21, 33~43)
발행일 : 2008-10-05 [제2617호, 6면]

- 나는 노래하리라 -

참되고 고귀한 것

신학생 시절 작사하였던 노래 ‘그 소리 들었네’가 있습니다. 부모님께서 시골 포도밭 과수원을 하셨을 때, 여름방학 중 과수원 정자에 앉아 썼던 노래 시였습니다. 그 노래 후렴 가사는 “난 노래하리라”로 시작됩니다. 오늘 이사야 예언자도 임의 포도밭을 노래합니다.

주님께서는 온갖 정성을 다 들여 포도밭을 가꾸셨는데, 수확철의 결과는 기대와 희망을 저버린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주님께서는 한탄하시며 말씀하십니다.

“내 포도밭을 위하여 내가 무엇을 더 해야 했더란 말이냐? 내가 해 주지 않은 것이 무엇이란 말이냐? 나는 좋은 포도가 맺기를 바랐는데 어찌하여 들포도를 맺었느냐?”(이사 5, 4)

그래도 사제직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최선을 다하려는 제 자신을 바라보시며 제게 물과 거름과 땅을 일구시고 돌을 골라 정성으로 가꾸셨는데, 이제와 보시면 세상 영욕과 세속의 타락에 오염된 들포도가 되어 있으니, 제게 대한 주님의 실망도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사제도 인간인지라 언제나 시기심과 질투, 세상사의 욕망과 집착이 따라 다닙니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를 이야기하셨지만, 따지고 보면 소유 없이 살 수 있는 인간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 소유를 점점 줄여 나가야 완덕을 향하는 길일진대, 갈수록 늘어나는 물건과 사람과 명예에 대한 집착은 처음의 순수를 계속 버리게 됩니다.

그에 따르는 마음의 내용은 어둠과 우울, 낙담, 체념 등입니다. 나아가 열매 맺지 못하는 들포도밭에서 무엇인가 이룬 양 안주하는 못난 자신의 모습뿐입니다. 그런 나약한 우리에게 ‘컨시다인’ 신부는 이렇게 충고합니다.

“하느님을 선하신 분으로 생각하십시오.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좋으신 분으로 생각하는 우리, 자애로우신 분으로 생각하는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쉽게 용서치 않으신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우정이 깊으면 깊을수록 감정을 건드릴 수 있는 말 때문에 쉽게 흥분하지 않습니다. 또 친한 친구란 마음을 불쾌하게 하는 사소한 언행 때문에 헤어지지 않습니다.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는 이와 같습니다.”

성경은 자주 하느님을 질투하시는 분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너는 그것들에게 경배하거나 그것들을 섬기지 못한다. 주 너의 하느님인 나는 질투하는 하느님이다.”(신명 5, 9)

우리가 하느님의 소유인 까닭에 그토록 질투까지 하시며 당신을 떠나지 말라 하시는 것이요, 지극 정성으로 가꾸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열매를 맺으라 하시는 것입니다.

거룩한 소명

인내와 기다림, 자비의 주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거룩한 소명은 ‘사제직’ ‘예언직’ ‘봉사직(왕직)’입니다. 끝내 우리가 끌어안고 가야 할 직분은 이것입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맡겨진 이 직무를 소홀히 한다면, 주님께서는 다시금 당신 포도밭에서 탄식의 노래를 부르실 것입니다. 이 같은 거룩한 소명의 직분을 수행함에 있어서 우리가 간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오늘 사도 성 바오로는 분명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형제 여러분, 참된 것과 고귀한 것과 의로운 것과 정결한 것과 사랑스러운 것과 영예로운 것은 무엇이든지, 또 덕이 되는 것과 칭송받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마음에 간직하십시오.”(필리 4, 8)

주님께서 믿고 맡겨주신 거룩한 소명의 직분에 우리는 세상 영욕이 아닌 하느님 나라의 소중한 가치를 끊임없이 간직하며 세상에 빛을 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분께서는 분명 우리를 불러 주셨고, 당신 포도밭에서 우리를 가꾸셨습니다. 때론 거름으로, 때론 가지치기로, 때론 땅을 일구시고 돌을 골라내 주셨습니다. 그리고 때론 잘되라고 역경과 박해와 굶주림과 헐벗음으로 시험의 채근질도 하시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한 순간도 당신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으신 적이 없으셨습니다. 우리 모두가 당신의 포도밭에서 탐스런 열매를 맺기 바라신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맺어야 할 열매는, 모든 것이 하느님의 것이고 정성으로 드려야 할 예배와 공경의 대상은 하느님이시라는 사실을 사는 사제직, 무고한 피흘림을 막아보려는 정의의 실천, 울부짖는 이들의 통곡의 내용을 세상에 알리는 예언직, 그리고 섬김을 받으러 오시지 않고 섬기러 오셨다하신 예수님의 삶, 스스로 종이 되신 그분의 모습을 따르는 봉사직의 열매입니다.

지치거나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이 길을 걸을 때, 우리는 주님 포도밭에서 탄식의 노래가 아닌 희망과 기쁨의 노래를 부르게 될 것입니다. 때문에 사도 성 바오로는 또다시 이렇게 격려합니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떠한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여러분의 소원을 하느님께 아뢰십시오.”(필리 4,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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