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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7) 내가 너희를 이끌어 주리라/ 배광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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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7) 내가 너희를 이끌어 주리라/ 배광하 신부

연중 제30주일(마르 10,46-52) : 용기를 내어 일어나게
발행일 : 2009-10-25 [제2669호, 10면]

무엇을 바라느냐?

죽어서 땅에 거름을 주고 하늘에 별로 남아있는 시인으로 불리우는 ‘김남주’(1946-1994) 시인은 1988년 「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라는 번역 시집을 낸 적이 있습니다. 그는 더없이 참혹하고 삭막했던 역사의 뒤안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산천초목들을 새로운 눈으로 발견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어둡고 외로운 인생의 바다를 위태로이 항해하는 우리들과 자신을 위로하고 싶은 말을 서문에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나는 나 혼자가 아니었네, 세상은 나를 나 혼자이게 두지도 않는다는 것이네, 이것은 마치 밤의 어둠이 혼자이고자 할 때 숲속에는 어둠을 꿰뚫어 보고 있는 부엉이가 있고, 풀밭에는 섬광을 발하며 자기 존재를 알리는 개똥벌레가 있고, 산길과 들길에는 길손을 안심시키는 등불이 있고, 하늘에는 수천, 수만, 수억의 별들이 어둠이 무색할 정도로 화려하게 수놓고 있는데, 이것들이 잠시도 어둠을 내버려두지 않으려는 것과 같네.”

이 세상에 가장 무서운 지옥은 자신이 아무에게서도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이며, 사랑할 수 없는 외로운 존재라는 자학의 괴로움이라고 하였습니다. 어쩌면 이런 이는 스스로 사랑을 거부하는 추운 겨울의 영혼인 것입니다. 그러나 시인의 위로의 말처럼 돌아보면 어둔 우리의 인생길 가운데 우리와 함께 동행하며 슬픔과 고통을 나누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더구나 우리 믿는 이들에게는 우리와 함께 하시는 주님이 계십니다. 그분께서는 끊임없이 우리의 인생동반자임을 알려주고 계십니다. 그보다 더 큰 위로가 되는 희망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오늘 복음의 눈먼 거지 바르티매오에게 들려온 말씀은 바로 우리들에게 하시는 말씀인 것입니다. 외롭고 고통스런 인생길을 허위허위 걷다가 쓰러지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우리들에게 건네시는 위로인 것입니다.

“용기를 내어 일어나게.”(마르 10,49) 그리고 예레미야 예언자는 위로와 희망의 주님 말씀을 오늘 또다시 이렇게 선포합니다.

“그들은 울면서 오리니, 내가 그들을 위로하며 이끌어 주리라. 물이 있는 시냇가를 걷게 하고, 넘어지지 않도록 곧은길을 걷게 하리라.”(예레 31,9)

진정 우리 곁에 현존하시고 동행하시는 주님과 함께라면 이 세상에서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입니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실존주의 철학자 ‘키에르 케고르’(1813-1855)는 「신(神)에 관하여」 라는 글에서 이렇게 탄식합니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 신과 인간의 관계는 전혀 다르다. 사람과 사람은 오랫동안 함께 살고 깊이 알면 알수록 그 사이는 더욱 가까워진다. 그러나 신과 인간과의 관계는 정반대이다. 인간이 신을 사랑하면 할수록 신은 더욱더 작아지게 된다. 아, 어찌할까? 우리들은 어렸을 때에는 신과 함께 더불어 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젊었을 때에는 나의 모든 뜨거운 정열을 바쳐 신을 사랑한다면 신과의 교섭도 실현될 것이라고 꿈꾸었던 일도 있었다. 그러나 나이를 더함에 따라 신은 얼마나 무한의 저편에 있는지, 그리고 신과 인간의 사이가 얼마나 서로 떨어져 있는지 알게 되었다.”

참으로 슬프고 답답한 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는 철학자 한 명의 마음과 글만일 수 없습니다. 어쩌면 인생이라는 고난의 바다를 허우적대며 살고 있는 슬픈 인간들의 탄식을 그가 대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런 이들의 항변을 꾸짖을 것이 아니라 참된 믿음을 살고 있다고 자부하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가슴을 치며 뉘우쳐야 합니다. 믿음이 사라져가고 있는 이 시대의 슬픈 모습은 일차적으로 우리 믿는 이들의 잘못이 큽니다. 그 때문에 세례를 받고 사제직분을 부여 받은 우리에게 히브리서 저자는 오늘 사제직의 직무를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가를 이렇게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모든 대사제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뽑혀 사람들을 위하여 하느님을 섬기는 일을 하도록 지정된 사람입니다. 곧, 죄 때문에 예물과 제물을 바치는 것입니다. 그는 자기도 약점을 짊어지고 있으므로, 무지하여 길을 벗어난 이들을 너그러이 대할 수 있습니다.”(히브 5,1-2)

오늘 눈먼 거지 바르티매오는 자신을 고통스런 처지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주님께 믿음을 가지고 끈기있게 매달립니다. 그의 눈을 뜨게 해주신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치유하신 것이 아니라 소경 자신의 믿음으로 말미암아 치유와 구원을 받았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먼저 이 복된 구원을 받았음을 믿고 그 구원의 기쁨을 살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다시금 큰소리로 외칠 수 있어야 합니다.

“용기를 내어 일어나게.”(마르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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