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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 종말 준비하며 사랑 실천하라/ 배광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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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 종말 준비하며 사랑 실천하라/ 배광하 신부

연중 제33주일(마르 13,24-32) : 다가올 징벌의 날
발행일 : 2009-11-15 [제2672호, 10면]

기억하세요

지난번 강원도에 내린 첫눈으로 겨우 몇잎 나무에 간신히 매달려 있던 나뭇잎도 그나마 다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이 겨울바람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계절은 또다시 우리에게 ‘버림’과 ‘떠남’의 진리를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바람에 날리는 낙엽들은 여름내 시원한 그늘을 만들었던 자신들의 노고를 잊지 말라는 듯 애처롭게 애원하는 모습입니다. 실로 우리는 수많은 인연의 세월속에서 고마움으로 기억해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부모님과 스승님들과 은인들, 그리고 이웃과 친구들, 대자연의 고마움 등 온 천지가 은인 아닌 것이 없고 빚을 아니진 것이 없는 듯 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있었음으로 인해 나란 존재가 있을 수 있었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이때문에 시시로 다가오는 종말을 생각하며 이제는 진정 버리고 나누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깊이 묵상하고 성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장기기증 운동가인‘R.N.테스트’는 이 같은 글을 남겼습니다.

“날 기억하려거든… 나의 눈을, 떠오르는 아침 해와 아기의 얼굴과 그리고 여인의 눈 속의 사랑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에게 주십시오. 나의 심장을, 자신의 심장으로는 날마다 끊임없이 고통만 당해온 사람에게 주십시오. 나의 피를 교통사고로 일그러진 차 속에서 구출된 십대에게 주시어 그로 하여금 그의 손자들의 노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을 때까지 살게 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내게 남은 것은 태워서 바람에 재를 뿌려 주시고 꽃들이 자라는 걸 돕게 하여 주십시오.” 계절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종말이 다가옴을 가르쳐 줍니다. 결국 빈손으로 세상에 온 우리는 빈손으로 떠날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일깨워 줍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도 계절의 변화를 통하여 종말과 심판의 날이 다가온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가르치시며 이렇게 경고하고 계십니다.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사람의 아들이 문 가까이 온 줄 알아라.”(마르 13,29)

다가올 징벌의 날, 그 징벌을 피할 수 있는 길은, 내가 이 세상에서 비우고 나누었던 사실을 주님께서 기억해 주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진정 사랑의 삶을 살았다는 기억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때문에 예수님께서는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에서 이렇게 가르치십니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루카 12,20-21)

그날과 그 시간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신체에 꼭 필요한 여섯 가지 기관을 주셨으니, 눈, 코, 귀와 입, 팔, 다리이다. 전자 셋은 인간의 의지대로 할 수 없으나 후자 셋은 인간의 의지대로 할 수 있도록 만드셨다.” 탈무드에 나오는 말입니다. 실제로 눈, 코, 귀는 자신의 의지대로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입과 팔과 다리는 장애가 없는 한 선을 위하여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인생의 종말인 죽음이 오는 그날까지 하느님께서 주신 육신을 잘 움직여 하느님 나라를 위하여 헌신하고 봉사하는데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진정 남이 듣기에 아름다운 말을 하는 데 입을 써야 하고, 남을 돕는데 내 팔을 사용해야 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곳으로 내 다리를 움직여야 합니다. 그것이 그토록 소중한 육신을 주신 하느님의 뜻입니다. 또한 그것이 다가올 종말의 날을 잘 준비하는 것입니다. 이미 자신의 종말을 잘 준비하여 복된 하느님 나라의 백성이 된 성인들은 단 하루도 자신의 영욕을 위하여 육신을 쓰시지 않았던 분들이셨습니다. 그리고 죽는 그 순간까지 온몸을 투신하여 세상에 하느님 나라 건설을 위하여 애쓰신 분들이셨습니다. 그분들은 오늘 예수님의 말씀을 믿고 종말을 잘 준비해 오신 분들이셨습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이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마르 13,30-31)

‘정약종’의 <주교요지>교리서 끝에는 이 같은 가르침이 실려 있습니다.

“세상 사람이 늙어서도 죽고 어려서도 죽으며, 악한 이도 죽고 착한 이도 죽어, 사람이 죽었다는 소문이 날마다 내 귀에 들리는데, 너만은 죽지 아니할 줄로 아느냐? 어찌 남 죽는 소문은 내 귀에 들리고, 나 죽은 소문은 남의 귀에 들리지 아니하랴. 죽는 날을 미리 정할 길이 없으니, 사람이 한 번 죽으면, 즉시 천주께서 무궁무진한 화복을 판단하시는지라, 천하에 이러한 일이 다시없거늘, 꼭 살는지도 모르는 내년을 어찌 기다리랴.”

진정 그날과 그 시간은 우리에게 분명히 다가옵니다. 그때문에 깨어 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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