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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1) 주님의 종, 참 하느님을 섬겨라/배광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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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1) 주님의 종, 참 하느님을 섬겨라/배광하 신부

연중 34주일(요한 18,33ㄴ-37) : 예수 그리스도 우리의 임금님
발행일 : 2009-11-22 [제2673호, 10면]

나눔과 섬김의 왕

신학생 때 가장 많이 불렀던 생활성가는 ‘하한주’신부가 쓴 <임쓰신 가시관>이었습니다. 지금도 많은 본당에서는 사제의 축일에 자주 이 노래를 불러줍니다. “임은 전 생애가 마냥 슬펐기에 임쓰신 가시관을 나도 쓰고 살으리라. 이 뒷날 임이 보시고 날 닮았다 하소서. 이 뒷날 나를 보시고 임 닮았다 하소서. 이 세상 다 할 때까지 당신만 따르리라.” 실로 우리가 우리의 진정한 임으로, 왕으로 모시는 그리스도께서는 전 생애가 가시관의 삶이었고, 우리는 그분께서 사셨던 가시관과 십자가를 따르리라 결심한 그리스도인입니다. 강론을 너무도 잘하였기에 ‘황금의 입’으로 불리었던 ‘요한 크리소스토무스’(349~407) 성인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눈에 보이는 형상들보다 훨씬 더 위험한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우상들입니다. 그런 우상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권력이지요. 어떤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하여 권력을 행사함으로써 그것을 우상으로 삼는가 하면, 힘있는 권력자에 빌붙어 그가 시키는 대로 함으로써 자기 양심에 따라서 행동하기를 포기하고 그러는 가운데 힘있는 세도가를 우상으로 만드는 자들도 있습니다. 명예 또한 보이지 않는 우상이지요.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나무나 흙으로 만든 형상들보다 사람 가슴속에 숨어있는 것들이 훨씬 더 위험한 우상들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따르고자 하는 임은, 당신의 전 생애를 나눔과 섬김으로 바쳤던 생을 사셨습니다. 그러기에 우리의 진정한 왕으로서 섬김을 받으시는 것입니다. 그분은 세상이 줄 수 없는 권력을 지니신 분이셨지만 결코 그 권력을 쓰시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자주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한다고 하시며 이렇게 가르치셨습니다.

“너희도 알다시피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라는 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에게 세도를 부린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르 10,42-43)

그러면서 당신 자신의 삶에 대하여 이렇게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태20,28)

이 같은 그리스도 예수님의 삶이 세상 끝날까지 그분을 왕으로 모시게 된 것입니다.

희생과 봉사와 사랑의 왕

아프고 어두웠던 암흑의 군사독재 시절 ‘김지하’ 시인은 <금관의 예수>를 썼습니다. “얼어붙은 저 하늘/얼어붙은 저 벌판/태양도 빛을 잃어/아 캄캄한 저 가난의 거리/어디에서 왔나/얼굴 여윈 사람들/무얼 찾아 헤메이나/저 눈 저 메마른 손길/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여기에 우리와 함께/오 주여 이제는 여기에 우리와 함께 하소서.”

우리의 왕이신 예수님께서는 여느 왕들과는 달리 금관을 쓰고 통치자로 이 세상에 오신 분이 아니셨습니다. 그분께서는 가장 가난한 자로서 억압받고 폭력에 시달리는 얼어붙은 하늘과 얼어붙은 벌판에 태양도 빛을 잃은 듯 보이는 캄캄한 가난의 식민지 백성으로 세상에 오셨습니다. 얼굴 여위고 메마른 손길과 휑한 두 눈을 가진 가난한 이들을 위하여 이 세상에 오신 것입니다. 오로지 눈물 흘리는 탄식의 백성들과 함께이고자 오신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은 통치자들의 손에 처절한 죽임을 당하신 분이셨습니다. 누구보다도 우리의 아픔을, 우리의 고통을 잘 아시는 분이셨습니다. 누구보다도 우리를 대신하여 아픔을 짊어지셨고, 우리의 상처를 잘 치유해 주셨던 분이셨습니다. 그러기에 그분은 진정한 희생과 봉사와 사랑의 왕이신 것입니다. 참으로 인간의 약함을 아셨던 이 사랑의 왕이신 예수님을 그 옛날 이사야 예언자는 ‘주님의 종의 노래’에서 한마디로 이렇게 예언합니다.

“그는 부러진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가는 심지를 끄지 않으리라.”(이사 42,3)

그리고 인간을 끔찍이도 사랑하신 예수님의 마음을 또다시 이렇게 말합니다.

“여인이 제 젖먹이를 잊을 수 있느냐? 제 몸에서 난 아기를 가엾이 여기지 않을 수 있느냐? 설령 여인들은 잊는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이사 49,15)

때문에 오늘 다니엘 예언자는 장차 오시게 될 그리스도 왕께서 통치하실 영광의 나라에 대하여 이렇게 예언하는 것입니다.

“그에게 통치권과 영광과 나라가 주어져,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를 섬기게 되었다.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는다.”(다니 7,14)

우리는 진정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그리스도를 왕으로 모신 복된 그리스도인인 것입니다. 그분은 참 하느님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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