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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6) 죄의 용서, 성령을 받는 지름길/ 손용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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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6) 죄의 용서, 성령을 받는 지름길/ 손용환 신부

성령 강림 대축일(요한 20,19-23) : 성령 강림
발행일 : 2010-05-23 [제2698호, 10면]

엘 그레코(El Greco, 1541~1614)는 그리스의 크레타 섬에서 태어난 16세기 최고의 신비주의 화가입니다. 그는 신약성경을 주제로 많은 성화를 그렸습니다. 그가 그린 <성령 강림>은 사도행전이 그 배경입니다. “오순절이 되었을 때, 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그런데 갑자가 하늘에서 거센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그들이 앉아 있는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갈라지면서 각 사람 위에 내려앉았다. 그러자 그들은 모두 성령으로 가득 찼다.”(사도행전 2,1-4)

- 성령 강림, 엘 그레코 作(1596-1600).
성화를 보면 하늘을 상징하는 원형 천장에 있는 성령으로부터 빛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불꽃 모양의 빛이 각 사람들의 머리 위에 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로부터 1/3 지점에 나란히 위치한 열 명의 시선은 수평을 이루고 있고, 그 중심에는 성모님이 있습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총 열다섯 명인데, 세 명의 여자와 열두 명의 제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맨 아래 오른쪽 제자는 하늘을 향해 쓰러질 듯한 자세로 한 손을 뒤로하여 계단의 난간에 몸을 지탱하고, 다른 팔은 위로 벌린 채 모든 관심과 시선을 위로 향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위치는 원형을 이루고, 사람들의 시선은 삼각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의 몸이 이루는 커다란 두 사선은 순교자들의 승리를 상징하는 종려나무가지 모양입니다. 또 손의 자세나 모든 동작이 곡선으로 이어져 신비로운 통일감을 더해줍니다. 그런데 제자들의 모든 손과 팔이 벌려져 있습니다. 그것은 성령 강림이 열린 마음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모님은 유일하게 두 손을 모으고 있습니다. 성모님은 우리의 간구와 기도를 하느님께로 향하게 하는 중개자이시기 때문입니다.

또 이 그림에서는 성모님을 바라보는 세 사람이 있습니다. 노란 옷을 입은 왼편의 남자가 베드로이고, 성모님 옆에서 고개를 돌리는 여인이 마리아 막달레나이며, 녹색 옷을 입은 오른편의 남자가 사도 요한입니다. 베드로는 그분을 바라보며 놀라움과 반가움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의 시선은 성모님에 대해 “당신은 교회의 어머니이십니다.” 라고 선언하는 것 같습니다. 요한은 그분을 향해 팔을 쳐들고 어머니로서 공경하겠노라고 선서하는 것 같습니다. 마리아 막달레나의 시선은 그분의 신비로운 내면까지도 들여다보도록 우리를 인도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왼쪽 맨 아래에 있는 제자는 자기의 허물을 벗어던지듯 자기의 망토를 벗어던지고 일어나 계단으로 오르며 성모님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 제자도 우리에게 성령 강림의 증인이 되라는 듯이 우리를 강렬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령 강림의 증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첫째는 제자들처럼 닫힌 마음의 문을 열고 주님의 평화를 온 세상에 전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르셨습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요한 20,21) 둘째는 죄를 용서해 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숨을 불어넣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22-23)

성령을 받는 것과 죄를 용서하는 것이 같다는 게 신기합니다. 또 성령을 전하는 것과 평화를 전하는 것이 같다는 게 신기합니다. 성모님은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길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성모님께 기도합니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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