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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3) 함께 나누며 주님 오실 길 닦아야/ 배광하 신부

복음생각

by 巡禮者 2010. 7. 3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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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3) 함께 나누며 주님 오실 길 닦아야/ 배광하 신부
대림 제2주일(루카 3,1-6) : 빛나는 영광 중에 다시 오실 주님
발행일 : 2009-12-06 [제2675호, 10면]

눈물로 씨 뿌리던 사람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사목헌장>에서는 이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하신 주님의 말씀을 상기시키며 우리 양심에 호소하는, 굶주리는 사람들을 도와주어야 한다.

더 나아가서 온갖 살인, 집단 학살, 낙태, 안락사, 고의적인 자살과 같이 생명 자체를 거스르는 모든 행위: 지체의 상해, 육체와 정신을 해치는 고문, 심리적 억압과 같이 인간의 온전함에 폭력을 자행하는 모든 행위: 인간 이하의 생활 조건, 불법 감금, 추방, 노예화, 매매춘, 부녀자와 연소자의 인신매매와 같이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모든 행위: 또한 노동자들이 자유와 책임을 지닌 인간이 아니라 이윤 추구의 단순한 도구로 취급당하는 굴욕적인 노동 조건: 이 모든 행위와 이 같은 다른 행위들은 참으로 치욕이다. 이는 인간 문명을 부패시키는 한편, 불의를 당하는 사람보다도 그러한 불의를 자행하는 자들을 더 더럽히며, 창조주의 영예를 극도로 모욕하는 것이다.”(사목헌장 27항)

교회는 아기 예수님의 거룩한 탄생을 준비하는 대림시기 중 오늘 대림 제2주일을 인권주일로 보내고 있습니다. 인간에게 참된 자유와 해방을, 그리고 참된 기쁨을 주시기 위하여 오시는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결코 내 주변의 가난한 이웃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사목헌장에서 크게 걱정하며 분노하는 일들이 아직도 이 나라 이 땅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데 어찌 성탄의 기쁨에 들떠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노래할 수 있겠습니까? 그 옛날 이사야 예언자가 외쳤다던 말씀을 오늘 세례자 요한이 다시금 광야에서 외치고 있건만 모든 것이 거꾸로 되어가는 이 시대, 인권은 사라지고 탄식의 신음은 늘어가는 데 도대체 아기 예수님께서 어디에 오실 것이며, 그것이 진정 기쁨이 될 수 있는가 물어야 하는 것입니다. 골짜기는 메워지기보다 오히려 점점 더 깊어져 가는 오늘의 현실, 산과 언덕들이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만과 교만의 위정자들로 하여금 더 높아지고, 굽은 곳은 더 굽어지고, 거친 길은 더욱 거칠어지는 슬픈 현실에 어찌 성탄의 기쁨이 있겠습니까? 이 나라 이 땅의 백성들은 아직도 피눈물로 씨를 뿌리고 있건만 배부른 자들의 성탄은 아닌지, 저들만의 성탄은 아닌지 우리자신에게도 물어야 합니다.

환호하며 거두리라

2009년 1월 20일 서울 용산, 그날 철거민들에게 그 끔찍한 참사가 일어나고 아직도 싸늘한 주검의 시신들이 장례를 치르고 있지 못하는 피눈물 나는 현실 앞에서, 인권이 갈가리 짓밟힌 슬픔 앞에서 어찌 “기쁘다! 구주 오셨네”가 우리 입에서 차마 흘러나올 수 있겠습니까? 많은 곳에서 탄식의 눈물과 한숨이 그치질 않는 이 암울한 현실 앞에서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세례자 요한은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힘을 모아 주님께서 오실 길을 닦자고 이렇게 외치고 있습니다.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 골짜기는 모두 메워지고, 산과 언덕은 모두 낮아져라. 굽은 데는 곧아지고, 거친 길은 평탄하게 되어라. 그리하여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루카 3,4-6)

세상이 비록 암울하다 하여도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저 넋을 놓고 한숨만 쉬어서는 안 됩니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세상이 변화될 수 있도록 주님의 길을 닦아야 합니다. 진정 남과 북, 동과 서, 계층과 계층, 인종과 이념과 종교의 깊게 팬 골짜기를 메꾸어야 합니다. 부자와 권력자의 산과 언덕들이 낮아지도록 해야 합니다. 거칠어진 우리네 마음들을 평화롭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 일을 위하여 우리는 끊임없이 움직여야 합니다. 그런 뒤에야 성탄의 기쁨을 노래할 수 있고, 진정 하느님 구원의 길을 걸을 수 있는 것입니다.

진정 중요한 것은 재물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그 재물을 얼마나 많이 나누었느냐는 것입니다. 진정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구호를 외쳤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약자들과 함께 있었느냐는 것입니다. 진정 중요한 것은 성경을 얼마나 많이 읽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성경 말씀대로 살았느냐 입니다. 진정 중요한 것은 눈물을 많이 흘렸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눈물을 닦아 주었느냐 입니다. 진정 중요한 것은 진리를 통달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대로 투신하며 살았느냐 입니다.

대림 감사송의 “빛나는 영광 중에 다시 오실 때에는 저희에게 반드시 상급을 주실 것이니…”의 말씀대로 환호하며 거둘 수 있는 이들은, 말씀을 실천한 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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