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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학회 활동의 현황과 과제] 교회 질적 성숙 위해 학문 연구 관심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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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巡禮者 2012. 4. 1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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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학회 활동의 현황과 과제]

교회 질적 성숙 위해 학문 연구 관심 가져야

학회·연구 활동에 대한 인식 부족이/ 불충분한 인적·물적 지원으로 이어져/ 교회 정신적 자산에 대한 애착 필요

'쇄신', '적응'으로 요약되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그 화두처럼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교회 쇄신을 부르짖었고, 이에 따라 '현대화'와 '토착화'는 교회가 이룩해야 할 당면 과제로 부상했다. 그러나 당시 한국교회는 1962년 교계제도 설정으로, 이제 막 자립교회로서 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입장에서 이를 뒷받침해 줄 신학적 기반을 찾기 힘든 처지였다.

그로부터 5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현재 한국교회 내에는 신학과 철학 각 분야의 학회 연구소가 설립돼 학술지 발간 등을 통해 현대 신학의 조류를 연구하면서 유관 학문과의 연대 속에 한국 신학의 영역을 확대해 가는 노력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척박한 학문적 풍토, 학술 연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미비한 여건 속에서 대부분 학회들은 고군분투하고 있다. 한국적 신학의 발전 토대가 될 수 있는 학회들의 이러한 규모는, 500만 명이 넘는 교세를 기록하며 삼천년기 아시아교회 및 보편교회의 주도적 선교 주체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교회 성장세를 염두에 둘 때 매우 미흡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작금의 한국교회는 외형적 신자수 증가의 그늘 속에 내적 성숙 부족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 현실. 그렇게 볼 때 각 학회 및 연구 활동의 활성화는 각 교구가 전력을 쏟고 있는 새로운 복음화를 향한 흐름 안에서 신앙적 성숙을 이끄는 근간이 될 수 있다는 평이다. 차제에 현재 교회 내 학회들의 활동 현황과 과제들을 짚어본다.


 
▲ 삼천년기 아시아교회 및 보편교회의 주도적 선교 주체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교회.
학회·연구활동 등을 기반으로 한 신학적 발전으로 양적 성장에 걸맞은 내실있는 성숙을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학문적 풍토나 학술 연구에 대한 관심·지원은 극히 미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진은 1989년 제44차 세계성체대회 모습.
서울에서 개최된 이 대회를 통해 한국교회는 그 성장과 위상을 세계에 알렸다.
한국교회는 앞으로 양적 성장만큼 질적 성장에 더욱 매진해야 할 것이다.
 

■ 2000년 전후 각 분야 학회 설립 봇물

한국교회의 학회 활동이 가시적인 흐름을 보인 것은 새로운 천년기에 들어선 2000년을 전후 해서다.

1999년 2월 11일 창립된 '한국가톨릭철학회'를 필두로 그해 10월 '한국가톨릭문화학회'가 출범했으며 2001년에는 '한국가톨릭성서학회'가, 2002년에는 '한국가톨릭신학학회', '한국교부학연구회', '마리아학회', '가톨릭영성신학회' 등 각 분야의 학회가 탄생했다. 이어서 2007년에는 '신학과사상학회', 2010년에는 '한국가톨릭전례학회'도 공식 학회 활동의 시작을 알렸다.

'한국중세철학회'(2003년), '종교와 커뮤니케이션 연구회'(2004년), '한국종교간대화학회'(2005년), 가톨릭 교회와 개신교 신학자들이 중심으로 결성된 '한국영성문화학회'(2010년) 등도 가톨릭 학자들과 개신교 및 타종교 일반 유관 학자들이 함께한, 눈에 띄는 행보였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신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집약시키면서 가톨릭 문화 전반의 부흥을 이끄는, '한국교회의 자기복음화를 심도있게 실현하기 위한 단초'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또 한국교회의 내적 복음화를 위한 학문적 연구 필요성의 공감대가 커지는 상황에서 한국적 정서에 맞는 신학 정립 움직임의 구체적인 토대를 만들어 주고 있다는 평을 얻었다.

특히 이 중 '가톨릭신학학회', '신학과사상학회', '한국가톨릭철학회', '한국중세철학회' 등의 학술지가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에 선정, 교회 내 전문 학술지로서 뿐만 아니라 일반 학계에서도 학문적 권위를 인정받는 성과를 이뤄냈다.

■ 인적·물적 지원의 미비, 활성화 걸림돌

이 같은 선전(善戰)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학회들은 재정 및 전문 인력의 한계와 관심 부족으로 전문적인 연구를 수행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크다. 같은 맥락에서 몇몇 학회는 설립 초기의 취지나 포부와 달리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기도 하다. 대개 순수 학술연구보다는 운영비 마련을 위한 부대사업 등을 병행해야 하는 고충을 안게 되면서 순수 학문연구에 정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학문적인 연구 작업에 대한 인식 저조, 그로 인한 지원 미비가 무엇보다 활발한 학회 활동 및 연구 활동을 힘들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인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학회 임원은 "학회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금전적인 지원과 인적 지원이 충분해야 하는데, 그에 대한 충분한 인지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와 지원도 그만큼 미비할 수밖에 없다"고 의견을 밝히고, "이는 결국 보다 질적인 전문적 연구 속도를 느려지게 하면서 한국교회 전반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방향 수립 및 질적인 신앙 성숙도를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학회 활동 및 학문 연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부족은 전문 학자들의 양성 역시 어렵게 한다는 견해도 대두되고 있다.

한국가톨릭신학학회 회장 전헌호신부(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열정적인 학자 수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한계인 것 같다"고 지적하고 "어떤 면에서 학회 연구소 등을 만들고 운영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학문에 대한 열정을 가진 학자들을 많이 양성하는 것"이라고 했다. 더 깊이 있고 더 많은 수의 학술 활동을 하고 싶지만 학문 연구 외에 과외적인 일이 많다 보니 온전히 학문에 몰두하는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토로다. 전 신부는 "결국 학자들을 존중하는 분위기 조성 역시 학회 및 연구 활성화의 매우 중요한 요건"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개신교의 경우 이미 60~70년대부터 다양한 분야의 학회 활동이 이뤄졌으며 현재 10여 개의 학회가 운영 중이다. 이미 루터 전집을 발행할 만큼 자신들이 지닌 정신적인 자산에 대한 애착과 연구가 활발하다. 최근에는 가톨릭의 정통 영성 분야로까지 연구 범위를 확대, 중요 영성가들의 원전을 개신교 용어로 번역·출판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학회 활동이 교회와 신학을 발전시켜 나가는 중요 축"이라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신학과사상학회 총무이사 전영준신부(가톨릭대 영성신학교수)는 "한국교회가 이제 내실있게 정신적인 성숙을 이루기 위해서는 신학적 발전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하고 그런 면에서 학회 및 학문적 연구 활동에 대한 지원·관심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히고 "한국교회의 내적 영적 자산을 연구하는 일에 교회 당국과 신자들의 보다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 2010년 3월 한국가톨릭철학회가 서강대학교 철학연구소와 함께 '권위상실 시대의 권위'를 주제로 진행한 제15차 학술대회 모습.
1999년 창립된 한국가톨릭철학회는 꾸준히 활동을 펼치며 교회와 사회의 여러 모습에 대해 진단하고 논하는 자리를 이어오고 있다.
 

 
▲ 교회 내에서 뿐만 아니라 일반 학계에서도 학문적 권위를 인정받는 한국연구재단 등재학술지 선정을 기념하며 신학과사상학회 임원진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총무이사 전영준 신부, 회장 백운철 신부, 편집위원장(편집이사) 박준양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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